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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영업 착취구조…해결책은 없나?

“해법은 노조 활성화 및 유통 가격 현실화”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9/21 [10:21]
  -  심층기획  -
1탄 - 탈세공화국 메카니즘
2탄 - 죽어나가는 음료 영업사원들
3탄 - 무한경쟁시장과 '가판'의 구조
4탄 - 분석과 대안 : 해결책은 없나?
 
 

▲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 전현직 영업사원들은 현재 전국을 돌며 고질적인 착취구조 해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하나회
 “횡령 ‘자인서’ 쓴 영업사원 계속 근무한 것은
진짜 횡령이 아님을 회사가 알았다는 증거다”

본지는 지금까지 3회에 걸쳐 탈세공화국의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방식과 청량음료 업계의 관계, 음료업계에 밀어내기 판매가 생겨나는 이유, 그러한 구조 속에서 일선영업사원들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번 기획취재를 진행하면서 처음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는지, 또 그런 부당한 대우와 비합리적인 상황에 처한 영업사원들이 부득불 회사를 다니려했던 이유는 무엇인지였다.

영업사원들의 주장을 다시 정리해보자. 영업사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음료회사는 실제로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목표량을 매년 상향조정하여 책정하고, 영업사원들은 상부(지점단위)의 지시에 따라 가공거래(가판)를 잡아서 부족한 목표를 달성한다.
 
왜 미리 퇴직하지 않았나?
당장 월급은 받아야겠고 보증인 피해도 걱정
어느 사이 누적된 손실 금액은 수억원 달해?


▲롯데칠성음료 전현직 영업사원들이 배포하는 전단지     ©롯데칠성하나회
음료업체 본사에서는 보고된 대로 수금해오라고 지시하고, 지점에서는 가판물량을 팔아서 입금시키기 위해 관할구역 외에서 실제유통시장가격(회사에서 지시한 판매가격 보다 20∼40% 저가)으로 '덤핑판매'해서 회사에 입금시킨다.

당연히 가판물량을 다 팔더라도 장부상 금액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고 손실이 누적되기 시작하는데, 영업사원들은 지점장이나 직계 상사의 "로스(손실-쇼트)는 알아서 할테니 일단 영업을 하라"는 말을 믿고 영업을 계속 한단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나중에 가공거래에 의한 장부상 손실이 문제될 경우 이 금액에 대한 '횡령 자인서'와 '변제각서'를 쓰도록 종용받는다는데, 앞 부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책임질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할 영업사원은 자인서와 변제각서 작성을 거부하는게 상식이다.

그런데 상사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다들 그렇게 한다"는 등의 말을 믿고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에 대해 '자신이 횡령(유용)한 것이 맞다'는 자인서와 '횡령(유용)한 판매대금을 변제하겠다'는 각서를 썼다는 영업사원들의 주장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음료업체와 영업사원 간의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재판부도 기자와 비슷한 의문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업사원들의 법정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용수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을 맡은 판사들은 영업사원에게 "회사를 관두면 될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태음료, 일선에 '채권관리 실무집' 배포
 
영업사원들이 '자인서'와 '변제각서'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에는 음료업체 차원의 조직적인 준비 또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재판에서 영업사원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다시 들춰 보자. 다음은 해태음료가 일선 조직에 배포했던 '채권관리 실무집'의 내용이다.
 
      자인서
소속 : **지점  직책 : ( )루트 판매사원  성명 : ***
위 사람은 모년 모월모일 입사하여 모년 모월 모일부터 현재까지 **지역의 판매 및 수금업무를 담당하는 자인데, **상회의 00개 거래처에서 판매, 수금한 돈 00원정을 회사에 입금치 않고 유용(횡령)하였음을 자인합니다. 본 자인서는 가압 없이 본인이 인정하였으므로 작성되었습니다.
-중략-
1) 자인서는 본인이 자필로 쓰도록 하며 강압에 의한 작성이라는 주장을 막도록 우측 아래에 손도장을 찍도록 한다.
2) 자인서는 거래처별 차액금 명세가 나오는 인수인계서로 보완되어야 한다.
3) 향후 형사 고소시 증거력 강화를 위해 자인서, 인수인계서를 공증사무실에서 [사서인증]을 받아둠이 좋다.(본사 협조사항)

 
      변제각서
아래 본인은 귀사 재직중 유용(횡령)한 판매대금 금 00원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변제할 것이며, 단 1회라도 변제 불이행시에는 형사고소 등 일체의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에도 이의 없음을 각서하며 발생일 이후 완전히 갚을 때까지 년 2할5푼의 이자를 부담할 것을 약정합니다.
-하략-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공금횡령을 저지른 사원이 만에 하나 발생할 경우, 그에게서 법적으로 유효한 자인서와 변제각서를 받아내는 요령에 대한 자료를 회사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용수 변호사는 "이런 류의 자인서와 변제각서를 쓴 후에도 영업사원들이 계속 판매와 수금 업무를 수행했다. 이는 회사가 자인서의 내용이 해당 영업사원의 부도덕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인식·인정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실제로 어떤 영업사원이 공금을 횡령하고 마음대로 할인판매를 하는 등의 배임을 저질렀을 경우, 상식적으로 그에게 같은 일을 계속 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해당 영업사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계속해서 판매 및 수금을 시켰고, 이는 실제 배임이나 횡령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이를 회사도 인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설명이다.
"음료업체, 허수실적 미련부터 버려라"
영업직 노조 통한 조직적 대응도 필요

 
영업사원들이 다니던 회사를 관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김용수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음료업체들이 영업사원을 모집하는 창구는 주로 생활정보신문으로, 영업사원 대부분이 고졸 정도의 학력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고졸 학력을 가지고 대기업의 정규직 영업사원이라는 명함을 팔 수 있는 경우는 식음료 업계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또한 영업사원은 현금을 만진다는 이유로 입사과정에 가족이나 친지 등의 신원보증을 요구한다. 민사 소송에는 100%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영업사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 최대한 승소하더라도 본인은 물론 보증인에게까지 경제적 부담이 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대기업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한다는 부푼 가슴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결국 가족과 보증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 해결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회사에 다니다 결국 손실액만 더 키워서 나오게 된다는 말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구조의 상존 이유에 대해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입장에서 다달이 나오는 월급이라는 유혹이 일단 크고 거기에 더해 자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직원들도 다들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좀 보상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경영진은 자기 재임기간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허수로라도 실적이 증가하는 것을 원하고, 각 지점장 입장에서는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쌓아올린 기반인 대리점이 실적부진으로 폐쇄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구조의 해체를 위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는 대리점 공급가격을 현실화해서 덤핑 시장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기에 더해 각 회사들이 기존의 허수 실적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한 "조직화를 통한 대응이 그나마 영업사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영업직 노조가 결성되어 있는 모 회사도 상황 자체는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회사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주간지 사건의 내막]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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