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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술판 전쟁’…덫에 걸린 알바생들

진로, '처음처럼' 홍보 알바 상대로 소송 줄줄이 패소 전말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04/28 [10:28]
2006년 6월 진로가 "악성루머에 의해 경영상의 큰 피해를 입었다"며 당시 두산주류의 이벤트 대행사 및 홍보용역 아르바이트생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 소송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2007년 6월 이 사건 관련 피고인 2명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데 이어 같은 해 12월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은 추가 기소된 또 한 명에 대해서도 2008년 4월10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산 '처음처럼'의 홍보 아르바이트생인 피고인들이 '진로가 일본기업이 됐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발언한 자체는 사실이지만, 정황을 볼 때 전파성과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고, 이들이 이를 허위사실로 인식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진로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에 대한 형사고소 외에 피고인들이 고용된 홍보업체를 상대로도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사건 판결문들을 입수, 피고인들이 피소된 과정과 진로의 고소 자체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분석했다.
▲술자리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가 당신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 있다? 20대 초반의 '처음처럼' 소주 홍보도우미 아르바이트생들이 술집에서 홍보활동을 벌이던 과정에서 두산 직원을 사칭한 진로 직원들의 함정에 빠져 2년째 송사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사진은 '처음처럼'소주 방송광고 화면캡쳐.

두산 '홍보도우미' 2년간 100억대 송사 고통
서울중앙지법, 명예훼손·업무방해 소송 연속 무죄 판결
"피해자 본인에 의해 유도된 발언으론 명예훼손 안 되고, 허위사실도 모르고 말했으면 업무방해는 무죄"
진로는 당초 두산 홍보 알바생 2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오다 한 명을 추가 고소, 총 3명을 상대로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여왔는데, 2007년 첫 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데 이어, 추가 기소 역시 1심에서 패소했다.
일련의 무죄 판결에 대해 진로 관계자는 "소송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나 사건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자신들은 악성루머가 유포됨에 따른 억울함을 알릴 뿐이라고 밝혔다.
사건 관련 판결문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두산이 생산하는 소주 '처음처럼'의 홍보업무를 위임받은 ㈜프로모팩토리 직원으로서 2006년 9월18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홍보활동을 하면서 ㈜진로가 일본기업에 인수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진로는 2003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는데, 이듬해인 2005년 3월 아사히맥주가 롯데그룹과 함께 진로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혀 인터넷에서 반대운동이 벌어졌으며, 그해 4월 롯데-아사히 컨소시엄을 제치고 맥주업계 1위인 하이트맥주가 인수기업으로 결정된 바 있다.
2006년 9월18일 피고인 a(25, 남)는 지하철2호선 강남역 6번 출구 부근에서 피고인 b에게 "진로가 일본 아사히맥주에 지분이 50% 넘어가 일본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 b(26·여)는 h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서아무개 일행에게 "아, 저기, 진로가요 요번에 아사히맥주라고 일본에 50% 이상 넘겨가 있어요. 1억병의 돈이면 독도를 살 수도 있어요. 저희가 독도 지네 것이라고 막 빡빡 우기고 있잖아요. 예 근데 일본한테 저희가 돈을 내고 마시게 됐어요 참이슬은. 그러니까 나라 생각하시면 처음처럼 많이 이용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 c(26·남)는 f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강아무개 일행에게 "386세대이세요? 이슬이가 일본에서 만든 거거든요. 한 병당 로열티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씀드리면 최초 참이슬 제조자가 진로 사장이잖아요. 그 사람이 암 투병을 통해서 이 회사를 그만두고 두산으로 다시 들어왔거든요. 두산에 들어와서 만든 술이 처음처럼이고요. 그리고 지금 만드는 참이슬은 일본사람이 만든 겁니다. 계속 드시기 때문에 그 맛의 미묘한 차이를 모르고 계시는 거고요"라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각 재판부는 피고인 a, b, c가 공소사실에 적시된 것과 같은 내용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발언이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왜 이런 판단을 하게 됐을까?
우선 가장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a에 대해, 재판부는 '명예훼손죄'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이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야 하고, 범인이 적시하는 사실을 허위라고 인식해야 하며, 그 허위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피고인 a가 발언 당시 이를 허위로 인식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 c에게 그런 내용을 말한 사실만으로 허위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시켰다고 볼 수 없고, a가 추상적으로라도 피해자의 '참이슬' 소주의 판매업무가 방해될 염려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4월10일자 판결에 나타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피고인 b와 c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들이 공소사실에 나온 발언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관련 동행을 요구하는 경찰관에게 "진로 일본기업에 팔렸잖아요"라고 말했고, c는 "시키는 대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소주 홍보활동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시간당 일정한 수당을 받고 있었을 뿐 '처음처럼' 소주의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특별한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어서 이러한 말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고, 특히 c의 경우 '참이슬' 소주의 홍보활동을 한 적도 있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b와 c로부터 위 발언을 들은 상대방인 강아무개와 서아무개가 진로 직원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이들은 두산이 참이슬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증거 확보를 위해 각각 녹음기 등을 갖추고 '처음처럼' 홍보활동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x맨 "왜 참이슬 먹으면 안돼요?"
알바 "진로가 일본에 팔렸잖아요"
이들은 '처음처럼'을 홍보하는 피고인들과 대화 도중 "여긴 왜 안 와요? 우린 참이슬 먹는다고 안 오나 보구나" 또는 "왜 참이슬 먹으면 안 돼요?" 등 위 발언이 나오도록 유도했고, 원하는 발언을 녹취하는 데 성공하자 두산 계열사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고인들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아냈다.
이들은 또한 피고인들이 자리를 떠난 이후 '한 건' 올렸다고 좋아하면서 회사 상사에게 전화를 하고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과 건배를 했으며, 술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에게 녹취 전후에 피고인들이 말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들은 또한 피고인들이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들이 다른 테이블에서도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듣지는 못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에 따라 강아무개와 서아무개는 물론 술자리에서 피고인들의 발언을 함께 들은 동석자들이 피해자 회사(진로)에 불리한 허위의 사실인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전파할 가능성이 없으며, 이러한 발언이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공연히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루머 진원지는 어디?
진로 내부보고서 '일본기업설' 소문들은 경로 조사에서 '손님'이라는 응답이 63.4% '두산 영업사원' 1.4% 불과
'소문 진원=두산주류' 뉘앙스 홍보가 명예훼손 될 수도
검찰은 지난해 12월13일 내려진 피고인 b와 c의 2심 무죄 판결에 대해 2008년 1월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바 있고, 4월10일 내려진 피고인 a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4월16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b와 c에 대한 2심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모두 거짓 반응이 나왔고, 당시 서울시 일원 다수의 음식점에서 피고인들과 같은 '처음처럼' 행사요원들이 음식점을 찾아 '진로가 일본에 넘어갔다'는 취지로 홍보활동을 했다는 다수의 진술서가 제출되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판결의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검찰은 "서로 다른 음식점에서 홍보활동을 한 피고인들이 같은 취지의 홍보성 멘트를 한 점에 비춰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홍보교육을 받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음식점들에서 홍보활동을 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07년 7월 피고인 b와 c의 1심 무죄 판결 소식을 보도한 경제전문지 <이코노미21>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졌다" 기사에 따르면 진로가 2006년 7월 자체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서 '진로 일본기업설' 소문을 듣게 된 경로를 묻는 질문에 '손님'이라는 응답이 63.4%로 가장 많았고 '두산 영업사원'은 단 1.4%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코노미21> 기사에 나타난 '내부보고서'의 존재 유무에 대해 진로 관계자는 4월2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힐 수 없다"면서 "없는 것을 꾸며서 쓰기야 했겠나"라고 밝혀 사실상 그 존재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번 판결문이 밝히는 '특정 표현이 명예훼손죄로 성립되는 조건'에 따르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공공연하게 불특정다수에 대해 유포했을 경우 '명예훼손' 및 그에 따른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
진로는 악성루머의 진원지가 대부분 두산 영업사원과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2006년 7월에 이미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9월18일 자체 함정수사를 통해 수많은 '일본기업설' 유포자(?)들 중에서 두산주류를 홍보하는 홍보도우미를 콕찝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고, 증거확보 1주일만(9월24일)에 고소장을 작성해 이를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당시 진로가 언론사들에 뿌린 보도자료는 피고소인들에 대해 "두산주류bg의 '처음처럼'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s이벤트회사 행사진행요원들"이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마치 악성루머의 진원이 두산주류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했고, 진로의 이러한 전략은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프로모팩토리 김영재 대표 "소송이라면 지긋지긋해"
"소송걸린 친구들 20대 중반 취업 준비할 나이"
▲2006년 주류박람회에서 '처음처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홍보도우미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모 경제일간지는 검찰의 공소장 제출 직후인 2006년 12월 말, 홈페이지에 실린 기자수첩 코너를 통해 "처음처럼의 광고대행업체인 ㈜프로모팩토리와 이벤트업체 s사의 홍보행사 진행요원이 악성루머의 진원지"라고 단정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등 인터넷 상의 여러 공간에 퍼져있는 상태이다.
4월2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프로모팩토리 김영재 대표는 "그런 기사가 실렸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며, "당시 진로가 그런 유의 보도자료를 하도 많이 뿌려 그런 기사가 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글을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우리가 그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으로 검찰이며 법원이며 수도 없이 불려 다니다 보니 이제 재판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며, "언론에 나오다 보니 이제는 유명인사가 돼버렸다"고 씁쓸한 감정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이번 판결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 해도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일 경우 그것을 말한 것만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의미"라며, "소송 걸린 친구들은 이제 취업을 준비할 나이인데, 한 번의 실수로 어마어마한 소송에 걸려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는 또한 "진로라는 거대 기업이 우리 같이 작은 업체와 이제 20대 중반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들이받는 이유가 의문"이라며, "대기업이 대학생들에게 빨간 줄을 그으려고 노력하는 꼴이 우스울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주류 "힘없는 홍보도우미 상대 100억 민사소송까지 건 진로, 1위 기업 체면 스스로 손상"
한편 프로모팩토리와 이벤트업체 s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로 측으로부터 1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이다.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진로 관계자는 2007년 6월 첫 판결 당시 밝혔던 '소 취하 검토' 입장이 변화된 것인지 여부에 대해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할 계획은 없다"며, "민사의 경우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의 간접 고용자인 두산주류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두산 주류의 음모설은 진로 스스로 조작한 것이 더욱 명백해졌으며, 이를 계기로 진로는 보다 깨끗하고 진실한 마케팅으로 시장 경쟁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진로가 형사 소송 이외에 힘없는 홍보도우미를 상대로 100억원의 민사 소송까지 벌여 1위 기업으로서의 체면을 스스로 손상시키고 지루한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다"며, 왜 두산주류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지 못하는지 진로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처음처럼 출시 이후 전국 점유율 50%선도 무너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진로는 두산주류의 음모설 등을 제기하며 '처음처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며, "계속되는 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존심만을 내세워 기존 방침대로 100억 소송까지 불사할지 향후 진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취재 / 김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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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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