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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의 유통기한

공문룡의 부부학 강의

공문룡 | 기사입력 2008/10/20 [11:09]
▲     © 브레이크뉴스
언젠가 스물일곱 살에 역모로 몰려 비명횡사한 남이장군의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요절 단명하는 팔자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요즘 들어 유명인의 자살사건이 세인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흔들어놓으면서 새삼 단명에 관련된 문의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사주에 몇 살까지 살 수 있다는 게 나와 있나요?”

이를테면 사람의 목숨에도 ‘유통기한’같은 게 명시되어 있느냐는 식의 질문인데 그런 게 사주에 나와 있다면야 작심하고 머리 터지게 명리 공부에 매달려 볼 요량을 해도 억울할 게 없지 싶다.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의 차원에 접근하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명줄이 언제 끊어질 것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낸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목숨이라는 게 약하다면 한없이 약한 듯해도 의외로 질긴 면이 있고 반대로 더없이 강한 듯이 보이는 명줄이 어이없이 약한 면을 드러내는 수도 있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주를 통하여 가늠할 수 있는 목숨의 유통기한 예측이란 어디까지나 운세의 길흉을 근거로 추론하는 가능성의 차원일 뿐 달리 대단한 능력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운세의 흐름을 헤아려 일주(日柱)를 위협하는 기신운(忌神運)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시기, 이른바 ‘최악의 운’이 비등하는 시기를 계량하여 삶과 죽음의 고비로 가늠하는 정도다.
 
그런데 실제로 이미 죽은 사람의 사주를 되짚어 보면 십중팔구 일주를 해코지하는 흉운들이 집중되는 시기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므로 흉운으로 인한 운세의 급격한 하락이 삶의 마감시기와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그런 사주를 접한 적이 있었다. 입담이 좋고 수단 또한 남다른 데가 있어 부동산 중개업으로 적잖은 돈을 벌었다는 중년 여성, 그런데 막상 사주를 들여다보니 재성이 기세등등하게 자리하고 있는 재다신약 사주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강력한 비겁운(比劫運)이 재성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대치하는 덕분에 재성의 해악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주 내에 재성이 필요이상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일주에게 부담을 주는 구실에 해당되므로 잠재적인 흉운으로 본다.
 
언제라도 운세가 바뀌어 재성을 견제하는 비겁운이 가버리면 그때까지 발톱을 감추고 있던 재성이 일주를 향해 달려들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주는 대운이 바뀌면서 비겁운이 지나가고 식상운(食傷運)이 도래하는 시점이었다. 식상(食傷)은 재성을 지원하는 통변성이니 그렇잖아도 견제가 풀려 일주를 향해 발톱을 드러낸 재성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니 풍전등화가 따로 없다. 

“이 사주 임자 혹시 어디 아픈 데는 없답니까?”

“아프긴요. 그 나이에도 기운이 넘쳐 주체를 못할 지경이랍니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듯 싶은데, 아무래도 이 사주는 운세가 기우는 쪽이라….”

“아따따, 그런 칙칙한 얘기는 그만 하시고 이번에 큰 건수가 있는데 이 아줌마가 그 일을 맡았거든요. 어떻게 그 일이 잘 풀릴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니까요.”

대운이 흉운으로 나타나고 세운 또한 불길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황인데 그쪽은 입도 뻥긋하지 말란다.

“아무래도 이 사주 임자는 그 일에서 손을 떼는 게 더 나을 듯싶은데….”

그동안 비견에게 고삐를 잡힌 재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니 만만찮은 돈을 그러모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부터는 재성이 본격적으로 해코지를 하는 판이니 돈도 건강도 목숨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쓴 입맛을 다시며 부스스 일어나 가버렸다. 보나마나 속으로 마땅찮은 소리를 군시렁거렸겠지. 그런데 몇 달 안 가서 헐떡이는 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아줌마 죽었어요.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어떻게 손을 써볼 새도 없더라지 뭡니까? 하아. 그때 사주가 기울어진다는 말씀을 새겨듣고 미리미리 건강진단도 받아보고 매사 조심하라고 일러줬어야 하는 건데 하아, 제가 그랬어야 하는 건데….”

자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운세가 흉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는 상태가 고비다. 누가 곁에서 그 고비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면 명을 이을 수도 있으련만 그 누군가가 없어 유명을 달리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안타까운 사태를 야기하는 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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