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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의 미학

제이영 작가의 재료와 기법의 특성과 의식에 대하여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2/06/09 [13:03]

▲ J Young Moment 72.5X100cm Mixed media on panel 2022  

 

제이영 작가의 담장(wall) 시리즈 작품은 시골에서 흙을 바르고 돌을 쌓아 올린 담장을 매만지며 성장한 작가의 맨살 같은 기억의 질감과 빛깔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담을 쌓고 흙을 바르듯 그려낸 삶의 숨결이 일렁이는 작가의 작품에서 작가가 추구한 깊은 의식의 해체와 접근은 작가의 특성적인 재료와 기법의 헤아림에서 가능하다. 

 

제이영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색소(안료)인 피그먼트(igment)와 혼합하는 바인더(Binder)로 이루어지는 보편적인 사용법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이를 살펴보면 작가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 색채 미술 재료인 분채 또는, 석채와 아교의 혼합기법을 응용하고 있는 사실을 헤아리게 된다. 이는 동양 색채 재료에서 아교의 분량이 많아지면 매끈한 질감과 견고한 흡착력을 갖게 되지만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는 사실을 중시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제이영 작가는 캔버스 바탕에 칠하는 젯소이거나 형태와 입체감을 위한 모델링 페이스트 그리고 투명한 점층 효과를 얻는 겔과 같은 미디엄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바로 동양 색채 재료의 응용을 통한 색소(안료)인 피그먼트(igment)와 바인더(Binder)의 혼합량을 특성적으로 하여 작가가 추구하는 의식을 관통하는 독창적인 질감을 얻고 있다. 

 

바로 균열의 미학이다. 작가의 담장(wall) 시리즈 작품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다양한 틈새가 살펴진다. 얼핏 물감의 균열에서 생겨난 듯한 느낌이지만, 이는 고도로 계산된 작가가 추구한 의식의 표현기법이다. 바로 근원적인 형상이 자연적으로 변화된 시간성을 의미한 것이다. 

 

균열이란 물리적으로 갈라지고 금이 가는 틈새를 말한다. 이를 세상이라는 자연으로 견주어보면 지구의 표면 두께인 지각이 냉각과 건조에 의한 수축작용으로 깊숙하게 생겨나는 틈새의 현상인 열하(fissure)와 더욱더 강력한 힘으로 지층의 단면이 응집력을 잃어 깨지면서 생겨나는 파괴의 현상인 열극(fissure)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자연현상의 균열을 인간 세상의 불협화음으로 연관시킨 것이다. 다양한 경쟁에서부터 발아되어 시기와 질투 그리고 배은과 음모로 점차 커지는 인간성의 간극(틈새)에 대한 문제를 대비시킨 작가의 승화된 예술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 J Young Moment 72.5X100cm Mixed media on panel 2022


특히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의 도자기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균열 현상을 빙열(氷裂)이라고 한다. 이는 높은 온도에서 구워진 도자기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유약의 수축에서 생겨나는 자연현상의 균열로 마치 얼음에 금이 가는 듯한 아름다움을 일러 빙열(氷裂)이라고 전하였다.   

 

제이영 작가의 담장(wall) 시리즈 작품에 생겨난 균열의 미학은 자연적으로 금이 간 담장을 매만지며 성장한 유년의 기억이 탄생시킨 깊은 의식의 지층이다.  

 

이러한 의식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서양회화의 주요한 재료로 정착한 유화물감이 서양의 건식(乾式) 프레스코 벽화에서 물감의 끈적임 정도를 뜻하는 점도가 높은 유성(油性) 용매제를 사용한 바탕에서 발전한 사실을 소환하게 한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건식 벽화 기법에서 발전하여 분채 또는, 석채와 아교를 사용한 북종화 채색 기법이 생겨났다. 나아가 축축한 상태의 습식 벽화에서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리는 부언(Buon) 기법은 석고벽에 안료를 접착시키는 용도의 기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종이가 발명되면서 남종문인화 기법의 수묵담채가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제이영 작가의 깊은 의식이 세계 속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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