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2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2008년 10월23일 있었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은 롯데칠성음료 정황 대표이사와 해태음료 김준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기업인 6명에 대한 검찰고발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사건의내막>은 2006년 국세청의 식음료업계 특별세무조사를 계기로 음료업계의 영업사원 착취구조와 그 착취구조가 사회전반의 탈세 메커니즘을 형성·강화하는 방식에 대해 연속기획으로 보도했고 이 내용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후 음료영업사원들의 전국단위노조(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 산하 서비스·유통노동조합)가 결성되고,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병폐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음료영업사원들과 음료회사들 사이에는 덤핑 판매로 발생한 부채의 상환의무 존재여부 및 업무상 횡령·배임 해당 여부에 대한 소송과 노조결성 및 제도개선 요구 과정에 벌어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부당해고 등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덤핑판매가 회사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영업사원 개인의 실적욕심에 의한 것인지를 판가름할 '업무상 횡령·배임' 관련 재판의 경우 대법원에 계류중인 것만 10건에 달하는데, 2심까지 영업사원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4대 6으로 무죄가 다소 앞서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음료영업사원 측 취재원 한 사람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0월24일 영업사원들에 대해 이뤄진 전보 및 해고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내려졌다고 밝혀왔다.
이 사건은 같은해 11월18일 피고 해태음료의 항소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사건의내막>은 1심 판결문을 입수해 사건의 쟁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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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최승욱 부장판사)는 2008년 10월24일 해태음료와 이 회사 영업사원 6명 사이에 벌어진 '해고 등 무효확인' 재판에서 원고(영업사원 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피고인 해태음료주식회사 남광주지점 판매사원 3명과 판매보조사원 3명으로, 음료업계 영업사원들의 전국단위 노조인 서비스·유통노동조합이 결성되고 2개월 뒤인 2007년 5월15일경 해고되었다.
해태음료, 남광주 사원들 노조 결성 사흘 만에 구미·마산·부산·전주·남원으로 뿔뿔이 인사발령…“부당 전보” 항의에 한 달 반 뒤 광주로 재발령 했지만 그 사이 원래 보직은 충원돼있고 항의 계속되자 ‘해고’
사건의 개요
서비스·유통노동조합은 2007년 3월7일경 음료 제조·판매회사들인 피고와 롯데칠성음료주식회사 및 동아오츠카주식회사 소속 영업사원 등을 조합원으로 해 노동조합결성대회를 개최하고 같은 달 12일경 서울지방노동청남부지청에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이 사건 원고들은 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태음료는 "원고들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배송업무 내지 판매보조활동 등을 게을리 하는 것으로 보고" 2007년 3월14일경 원고 김□□를 직책해임과 동시에 구미지점으로, 원고 김△△를 마산지점으로, 원고 오□□를 북부산지점으로, 원고 김◇◇를 전주지점으로, 원고 이□□을 남원지점으로 각 전보발령(이하 3월14일자 전보발령)했다.
원고들이 3월14일자 전보발령에 항의하면서 출근을 거부하자, 해태음료는 다시 2007년 4월27일경 원고 김□□, 오□□, 이□□을 광주지점으로, 원고 김△△, 김◇◇, 오□□을 남광주지점으로 각 전보발령(이하 4월27일자 전보발령)했다.
해태음료는 이 후 원고들에게 2007년 4월28일경 위 전보발령문을, 2007년 5월3일경 및 5월7일경 위 전보발령에 따라 출근하라는 내용의 출근통보문을 각 내용증명으로 발송했는데, 4월27일자 전보발령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계속해서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해태음료는 2007년 5월9일경 원고들에게 무단결근, 전근명령 불복종, 명예훼손을 이유로 상벌위원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상벌위원회 개최 통보를 했고, 5월15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무단결근, 업무지시 불이행, 업무방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원고들을 해고했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2건의 전보발령에 대해 노동조합 와해 등을 위한 부당한 인사명령이어서 무효이고, 해고의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을 뿐더러, 설령 해고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피고 해태음료는 "원고들이 무단결근, 판매대금에 대한 업무상 횡령 내지 배임행위,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의 행위를 했고, 이에 회사 상벌위원회에서 인사규정 등에서 정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어 적법한 징계절차에 따라 적절한 양정에 의해 징계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판단 : 전보발령의 경우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청구내용 중에서 2007년 3월14일자 전보발령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에 대해서 각하 처분을 내렸다.
4월27일자 전보발령으로 인해 3월14일자 전보발령이 이미 사실상의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사법적 '확인'에 의한 실효가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또한 4월27일자 전보발령에 원고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제재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4월27일자 전보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4월27일자 전보발령에 대해 이러한 판단을 내린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원고 김△△, 김◇◇, 오□□에 대한 인사명령의 경우 원고들의 당초 근무지인 남광주지점으로 발령한 것이므로 결국 3월14일자 전보발령을 취소하는 효력을 가질 뿐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한 것은 아니다.
또한 김□□, 오□□, 이□□에 대한 인사명령의 경우 당초 원고들이 근무하던 남광주지점과 새로 발령받은 광주지점은 거리상으로 근접해 통근거리의 증가 등으로 인해 근로자가 감수해야 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근무하던 해태음료 남광주지점의 업무는 새로운 판매사원에게 인수인계가 완료되어 있었고, 더구나 원고들이 2007년 3월19일경부터 이 사건 4월27일자 전보발령 당시까지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원고들을 모두 같은 지점으로 복귀하게 할 경우 해당 지점의 영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4월27일자 전보발령을 할 업무상 필요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원고가 받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전보의 필요성보다 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판단 : 해고의 경우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판례)
재판부는 이 사건 원고들이 2007년 4월28일 무렵부터 2007년 5월10일까지 무단 결근을 한 것은 피고 취업규칙이 정한 해고사유(△무계출 결근 5일 이상 계속 또는 월간 총 8일 이상의 결근 △사업의 업무 형평상 합리적인 그리고 그 기준 및 사유가 정당한 사용자의 전근명령을 거부하여 직장규율을 문란케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인정사실과 증인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위 징계사유만으로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들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피고(해태음료)가 이를 이유로 가장 중한 징계수단인 해고처분을 한 조치는 원고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가혹하여 징계에 관한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 할 수 있어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하게 된 '사정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원고들이 당초 2007년 3월19일경부터 출근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부당하게 3월14일자 전보명령을 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원고들이 4월28일 이후에도 출근을 거부한 것은 피고가 원고들을 남광주지점과 광주지점으로 분리하여 발령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저항하려 한 것이다.
해태음료가 이와 같이 원고들을 분리하여 전보발령을 한 데에는 원고들의 노동조합활동을 제한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원고들은 이 사건 해고 이전에는 달리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다.
기타 쟁점
어떻게 보면 이 사안의 본질에 있어서 핵심적 사안(노조를 만들고 회사와 갈등을 빚게 된 근본원인)이라 할 수도 있는 (원고들이) 판매대금의 횡령 내지 업무상 배임(행위를 했다는 해태음료의 주장)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이 재판과 전혀 상관이 없는 주제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우선 "징계처분의 당부는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사유로 삼은 사유에 의하여 판단해야 하고 징계위원회에서 거론되지 아니한 징계사유를 포함시켜 징계처분의 당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그런데 해태음료의 상벌위원회에서 원고들에 대해 인정한 해고 사유 중에는 해태음료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횡령 내지 배임행위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원래의 해고사유와는 그 내용과 성격이 전혀 다른 별개의 사유로서 이를 포함시켜 이 사건 해고의 당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해태음료는 이 사건 해고사유로 원고들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행위를 적시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증거물의 각 영상 및 증인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불법 시위 내지 집회를 개최하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을 해고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주간 <사건의내막> 557호 취재/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