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금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기존 주력 사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업종을 64개나 추가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 민영화를 완료한 kt&g는 그 후 영업이익이 수직상승하여 ‘민영화의 모범사례’라 불리면서 사업을 계속 확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엉뚱한 업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여 ‘만물상 경영’이란 비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래 한국담배인삼공사는 공기업으로서 담배·홍삼 및 홍삼제품의 제조와 판매, 식음료품·의약품·의약부외품 제조와 판매, 담배사업과 관련한 재료품의 제조와 판매 등을 시행해 왔었다. 그러던 와중 지난 2002년 12월 민영화되어 kt&g로 사명을 변경했다.
kt&g는 민영화 이후 뛰어난 경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상승하여 지난 2004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 이익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외국산 담배의 국내 점유율을 20% 전후로 억누르는 등 세계 담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 모리스·bat·jti 등 빅3의 공격에서 우리 담배 시장을 지켜낸 보기 드문 케이스로 칭송받기도 했다.
이처럼 순조롭게 성장한 kt&g는 기존의 담배사업 외에도 건강기능식품사업, 제약사업, 부동산사업, 바이오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 왔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프로농구팀 kt&g 아리엘즈도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닥치는 대로 나열하고 보자” 식으로 별 연관도 없는 사업목적을 정관에 수십 개나 추가한 ‘백화점식 사업목적 추가’는 석연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추가된 사업목적을 보면 최근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는 대체에너지 사업, 탄소배출권 사업에서부터 일반 창업자들의 관심도 1순위로 거론되는 음식점, 주점 경영까지 포함되어 있어 “무슨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서로 연관도 없고 노하우도 없는 사업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만약 kt&g가 정관에 추가한 사업들을 모두 추진한다면, “그런 식의 ‘만물상 경영’은 장래성이 전혀 없고 기업에 손해와 부담만 안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라는 격언대로 진심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목적을 가리기 위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목적들을 뭉텅이로 추가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진짜 목적은 m&a?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기업가치가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영 상태가 견실한 kt&g가 m&a(기업인수합병)를 노리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즉 m&a의 타겟이 알려져 인수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목적 외에 필요 없는 목적들까지 다수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kt&g가 향후 진출을 모색할 유력한 사업 분야로는 주류업계가 꼽히고 있다. kt&g는 정관에 ‘맥주, 위스키류, 소주류, 주정, 기타 주류제품 및 부산물의 제조, 가공, 판매’란 사업목적을 추가했으며, 주류업은 불황을 잘 타지 않고 주로 현금거래가 이루어지는 ‘알짜사업’으로 유명하다.
또 한국인들 상당수가 “술을 마시면 담배를 더 자주 찾게 된다”라고 할 만큼 음주와 흡연을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일반적이라 오랫동안 담배 사업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지닌 kt&g는 주류 사업 진출에 부담감이 적은 편이다.
마침 좋은 매물도 나와 있다. 두산그룹은 현금 유동성 확충을 위해 주류 업계의 인기 브랜드인 ‘ob맥주’를 ab인베브에 매각했는데, 현재 ab인베브도 ob맥주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이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kt&g가 ob맥주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가할 것 같지는 않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ob맥주 인수전에는 롯데그룹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최근 ‘제2롯데월드 건축 최종확정’으로 기세가 한창 달아올라 있는 상태에서 주류 업계로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태세라 진로, 하이트맥주마저 롯데의 ‘문어발식 확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mb낙하산 인사‘
한편 최근 kt&g는 소위 ‘mb낙하산 인사’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kt&g는 이번 주총에서 9명의 사외이사 중 김진현 전 문화일보 사장이 물러나자 지난 대선 당시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 일원으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원용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근 사기업들의 해괴한 경쟁 풍토로 떠오르고 있는 ‘mb인맥 등용’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96년, 서울 종로구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개인적으로 선거자문을 해주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었다.
kt&g 홍보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에는 사외후보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를 추천받아 가장 적합한 인사를 추천한 것”이라며 “김 교수의 정치적 영향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kt&g 외에도 현대제철, lg전자, 포스코, kt 등 이른바 ‘mb 측근’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기업들의 한결같이 자사의 관련 분야 전문가이기에 영입한 것이지, 정치적 연관성은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위 기업들이 ‘mb 측근’을 등용한 진짜 이유는 “현 정권과 교감하고 사적 통로를 가진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청와대의 의지를 빨리 읽을 수 있는 등 ‘유사시’에 든든한 우군으로 작용할 것”을 믿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의 근본 취지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인사를 외부에서 수혈함으로써 회사 업무의 감시 기능을 높이고 경영진과 대주주의 독단과 전횡을 막음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적 물타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외이사제도의 장점과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재계의 상식대로 kt&g 등 여러 기업들에도 사외이사제도의 취지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안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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