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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자 시계를 찰 때는 시간을 보는 것 외에 시간을 재거나 알람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약속 시간을 앞두고 알람 기능을 활용하면 편리하기 그지없다. 평소에 나는 알람 기능이 여러 번 작동 가능한 시계가 나왔으면 하고 바라던 차에 우연히 신문 광고에 알람 기능이 다섯번 작동되는 전자시계가 나왔다는 것을 보고 당장 구입을 하였다.알람 기능이 다벗번이나 있다니! 이건 내게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사용하는 시계는 종류가 여러가지다. 아침에 나를 깨우는 시계가 따로 있고,낮잠을 잘 때 체크하는 시계 따로 있고(소리가 큰 것),강연이나 회의할 때 사용하는 시계가 따로 있고, 라면 끓일 때 시간 재는 시계가 따로 있다. 거기다가 알람기능이 다섯 번 작동하는 최첨단 손목 시계까지 있다. 이처럼 여러 개의 시계를 활용하는 사람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내 시계를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다섯 번의 알람 기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소개 하고자 한다. 그런데 재미난 이야기 한가지를 먼저 소개해야겠다.
선방(禪房)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어떤 덕망이 높은 선사(禪師)가 자기 수제자를 시험하기 위하여 상인들이 묵는 여인숙으로 보냈다. 그것은 수제자에 대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제자가 말했다.
무슨 시험이 이렇습니까? 그 여인숙에 가서 뭘 어쩌란 말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특별히 할일은 없다. 다만 그곳에 일어나는 일을 잘 관찰했다가 내게 와서 일러주면 된다. 이 시험을 통해서 네가 나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겠다.
제자는 여인숙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것은 스승의 후계자가 되느냐 못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이었다.
제자는 스승에게 돌아와서 이렇게 보고했다.
여인숙 주인을 보았는데, 그는 매일 저녁에 거울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아침이면 또 거울을 닦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불과 몇시간 전에 기울을 닦더니 또 닦으시군요. 그렇게 열심히 거울을 닦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주인이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먼지는 항상 쌓이는 법이지요. 그러니 시간 날때마다 거울을 닦는 것이 옳은 이치가 아니겠소. 언제 보아도 거울에는 항상 먼지가 있으니까요.>
그의 말을 듣고 저는 스승님이 저를 여인숙으로 보낸 것을 옳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바로 제 마음에 대한 좋은 예가 아니겠습니까. 매 순간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왜냐면 마음은 그 본성에 의해서 매순간 먼지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먼지를 닦아야 한다. 항상 먼지가 쌓이기문에 자주 닦지 않으면 더러워 질 수 밖에 없다.
내게 멀쩡한 시계가 여러 개 있으면서도 새 시계를 산 것은 알람 기능이 다섯번 있어서라고 했다. 이 시계를 차고 다니면 하루에 적어도 다섯번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삐삐 소리를 내 줄 테니, 그때만이라도 먼지를 닦아보아야지 하는 소박한 욕심을 부린 것이다.
물론 의지가 강하고, 자기 절제가 뛰어난 사람은 알람 시계 없이 보통 시계 보고도 얼마든지 다섯번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이라도 먼지를 닦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알람 시계를 틀어놓지 않으면 일정한 시간에 좀처럼 일어나지도 못하고 또 내가 원하는 시간에도 일어나지 못하기에 혼자서 거울을 일정한 시간에 닦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나같은 이에게는 시계가 없다면 불편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첫번 째 알람이 오전 10시에 울린다.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한다.무사히 주무셨을까, 아침 식사는 하셨는지, 오늘 하루도 어머니가 편히 보냈으면 하는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기도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아침마다 전화를 드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머니를 전화통에 붙들어 두는 부작용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있어 그러지를 않는다. 이게 다 내 본의의 약삭바른 생각일지도 모른다.
두번 째 알람이 오전 11시에 울린다.
점심을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는 것이 좋을까를 궁리한다. 혼자 먹을 때는 절대로 비싼 음식은 먹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세번 째 알람이 오후 세 시에 울린다.
오늘 나는 과연 한 순간 한 순간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느슨한대목은 조인다.
네번 째 알람이 오후 다섯시에 울린다.
오늘 남한테 잘못한 일은 없는가를 점검한다. 내가 한 말은 진실했는가.또 열의를 가지고 말했는가. 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는가.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가 하고 반성
한다.
다섯번 째 여섯시에 울린다.
오늘 저녁을 집에 가서 가족과 먹을까, 밖에서 다른 사람과 먹을까를 생각한다. 어느 쪽이 내 삶에 더 의미 있는 일일까를 궁리한다.
이렇게 내 딴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거울을 보느라고 노력은 한다.물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일기를 쓰면서 또 거울을 닦는다.
나는 시계에 대해서 두 가지 기대를 하고 있다. 그 하나는 알람 기능이 더 많은 시계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그런 시계가 있으면 내가 거울을 자주 들여보는데 편리할 것이다.거울을 더 자주 본다면 그 만큼 내 마음에 쌓인 먼지를 자주 털어낼 것이다. 나머지 욕심은 시계에서 해방되는 일이다.
시계를 보지 않고도 거울을 닦을 수 있고, 시계를 의지 않고도 낮잠을 잘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그런데 처음 기대는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지만, 두번 째 기대는 어느 세월에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손목 시계에서 알람이 울린다. 점심을 누구하고 먹을까를 결정하라는 신호다. 글쎄, 오늘 점심을 누구하고 어디가서 뭘 먹지? (www.songhy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