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황학동 시장에 갔더니
남루한 차림의 할아버지가
땅바닥에 깔아놓은 신문지 위에
여윈 강아지 한마리가 서 있었고
신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만원에 팜니다.
새끼 배씀니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금세 파악하는
저 짧디 짧은 1형식 문장 두 개를
강아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금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임신 중에 겨우 만원에 팔려갈 강아지의 처지도 불쌍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서 있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다.
나는 강아지를 쳐다 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강아지도 나를 쳐다 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할아버지도 나를 쳐다 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6.25 전쟁이 끝나고
부산 서대신동 1가 216번지 4통 3반 이 득우씨방
비가 새는 판자촌 뒷방에서
부산여중 1학년 짜리 누이와 자취하던 때가 생각났다.
가령, 비라도 오면 비 받느라고 한 숨도 못자고
사는 게 하루하루 힘겨웠지만
누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나는 배우가 되는 꿈으로 가난을 이겨냈다.
저 강아지는 무슨 꿈이 있을까
저 할아버지는 무슨 꿈이 있을까.
나는 강아지를 쳐다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강아지는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할아버지를 쳐다 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 보았다.(www.songhy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