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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화로 월급의 몇 배를 발로 차는 사람들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

송현(시인. 본지 주필) | 기사입력 2009/08/02 [17:50]
▲ 송현(시인. 본지주필)    © 브레이크뉴스
나는 얼마 전에 국무총리에게 무슨 청원서를 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총리실에서 답변이 왔는데, “행정조정실로 이첩했으니 그리 알고 기다려라.”는 내용이었다. 이 답변을 받고 한달이 지나도록 행정조정실에서 아무 소식이 없어서 마음이 답답하였다. 

국민이 청원을 하면 며칠 안으로 답변을 해 주라는 법이 있을 것 같았지만, 자세히 알 수가 없어 생각다 못해 할 수 없이 정부합동민원실에 물어봐야지 하고, 114에다 정부합동민원실의 전화 번호를 물었다.114에서 일러주는 전화번호에다 전화를 걸어서 용건을 말하였더니, 다른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서 거기에 물어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 전화번호에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또 다른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서 거기다 물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새 전화번호에다 전화를 걸었다. 이러기를 무려 여섯번을 하였다. 드디어 여섯번 째 전화를 건 곳이 “제도담당관실”이라는 데였는데 여기가 종점이었다. 내가 공손하게 물었다.

   “선생님, 수고하십니다. 저는 얼마 전에 국무총리께 무슨 청원을 낸 송 아무개입니다. 국민이 총리께 청원을 내면 총리께서 답변을 해줘야 할 법정 기간이 있을 것 같은데, 며칠 안으로 답변을 해줘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런 것은 법령집을 사서 보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아니면 동사무소에 가면 그런 것을 적어놓은 자료집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 됩니다. 총리에게 청원을 할 정도면 법령집을 보면 훤히 알 것입니다.”

이게 오늘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현주소이다. 내 모르긴 해도 어느 부서에다 전화를 해도 이런 식의 답변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런 류의 공무원은 어느 부서에나 버글버글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기야, 자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준다고 해서 월급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고 상여금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의 더러운 관료 근성이 철저히 몸에 배인 사람은 다 이런 식이다. 이런 것 보면 아직 우리나라가 제대로 발전할려면 까마득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고, 또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세금내면 그 돈으로 저런 한심한 것들 월급 준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세금 내기가 싫어진다. 이 부서에서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전화를 이런 식으로 받는 공무원이 있는 한 다 도로아미타불이다.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공들여 쌓은 것을 이런 한심한 공무원이 온종일 전화통 붙잡고 앉아서 전화를 이런식으로 받고 있으면 제 월급의 백배 천배를 발로 차고, 부처의 이미지 깎는 짓을 하는 것이다. 불쌍한 사람!

일반적으로 회사나 집단에서 전화를 받는 일을 가장 싼 노동력에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럴 경우,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월급의 몇배의 손실을 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나 집단의 성격에 따라서 전화 한 통화에 수백 수천만원의 이익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면 전화야 말로 가장 고급 인력에게 받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럴 사정이 못되면 적어도 전화 받는 훈련을 잘 시켜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일은 하지 않도록 철저히 해야 한다.

세상 일에는 첫인상이 대단히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첫인상이 나쁘면 영영 일을 망치는 수가 많다. 첫인상이 나쁘면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수도 많고, 첫 인상이 나쁘면 될 일도 안되는 수가 많다. 회사나 단체의 첫 인상은 수위 아니면 전화를 통해서 결정지워진다. 일본의 일류 회사에서 대학을 나온 신입 사원을 뽑아서 교육을 시킬 때 제일 먼저 시키는 것의 하나가 허리를 굽혀서 공손히 인사를 하는 것과 1, 2, 3,4,...를 쓰는 것이다. 왜 이런 교육을 시킬까? 인사 하는 것이 첫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고, 숫자는 모든 서류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상사가 전화를 받는 태도에 대해서이다.대부분의 상사는 그 알량한 권위의식 때문에 특히 제 부서의 부하직원에게 온 전화를 받을 때 거만하기 짝이 없고 또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사 밑에는 직원들끼리 진정한 의미의 팀웍이 이루어질 수 없다. 비록 가장 말단 직원에게 온 전화라도 상사가 진절하게 받아준다면, 그 말단직원은 얼마나 감격할까!

사실, 말단 직원이 전화를 잘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상사가 전화를 잘못 받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어쩌면 말단 직원이 전화를 잘못 받아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보다 상사가 전화를 잘못 받아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훨씬 클지 모른다.이렇게 보면 말단 여직원이 전화를 잘못 받는 것이 자기 월급의 몇배를 발로 차는 꼴이라면, 상사가 전화를 잘못 받는 것은 회사의 기둥뿌리를 흔드는 꼴이 되기 쉽다.

무슨 방송국이 개국할 무렵의 일이다. 나는 용무가 있어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무뚝한 목소리로 불친절하게 전화를 받기에, 대단히 불쾌한 인상을 받았다. 나만 그런 인상을 받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여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성토하는 것이었다. 그 뒤, 우연한 기회에 그 방송국의 사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대충 이런 내용의 조언을 해주었다.

    “방송국에 전화를 받는 사람을 바꾸면 좋겠고, 그럴 수 없다면 전화 받는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불친절하게 받으면, 청취자 중에 방송국에 중요한 정보를 제보하려다가 기분이 상해서 딴 방송국으로 할 것 같아서 매우 걱정이 됩니다. 더더욱 방송국에서는 전화 받는 일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얼마 후에 그 방송국에 전화를 하였더니,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 받는 이가 바뀌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한가지 욕심을 덧붙이면, 일차적으로는 전화를 친절하고 상냥하게 받아야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 이 두가지가 겸비된 사람이 전화를 받아야 그 집단이나 기업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주위에 “법령집 사서 읽어 보시오”라는 식으로 전화 받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 보기 바란다.(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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