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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톨스토이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가?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

송현(시인. 본지 주필) | 기사입력 2009/08/17 [14:58]

 
▲송현(시인. 본지 주필)    © 브레이크뉴스
나는 톨스토이에게 솔직히 말할 수가 없다.그런데 그대는 톨스토이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가? 그대가 지금 아무리 바빠도, 그대가 아무리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글을 끝까지 찬찬히 읽고 난 뒤에 과연 톨스토이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지 판단을 해 보기 바란다.
 
그대가 설령 톨스토이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솔직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이따금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지 판단을 잘못(?)하고 너무 솔직한 글을 쓰거나 말을 하여, 안 먹어도 될 욕을 먹기도 하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날 보고 비교적 글을 솔직하게 쓴다고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씩 웃으면서  이 정도를 보고 솔직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남들은 정말 나보다 더 많이 감추고 있나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언젠가 나는 xxx잡지에 <나의 혼인의 비밀>이란 글을 발표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글을 16년 만에 발표한데는 몇가지 내 나름의 까닭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무슨 흥미 있는 이야기 꺼리를 남에게 제공하자는 게 아니라,내 나름의 삶의 진실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였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를 받아들이는 반응은 구구각각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정도로 어떤 사람에게는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게 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특히 몇몇 여성잡지에서는 단순한 흥미꺼리 이야기로 다루기 위해서 나에게 인터뷰를 끈질기게 부탁하는 것을 보고 입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여겨 왔다. 그래서 내 딴에는 진실을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가능한 솔직하게 쓰고, 말을 가능한 솔직하게 하려고 애를 써 왔다. 이 바람에 밥줄을 떼어놓겠다는 위협과 공갈에서 부터 내가 글을 발표할 지면을 봉쇄하고, 방송 출연이 중단되기까지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러면서도 내가 항상 풀리지 않는 의문의 하나는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 점이다. 내딴에는 비교적 솔직하게 글을 쓰고 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감추는 대목이 더 많고, 쓰지 못하는 대목이 더 많다.나는 늘 왜 더 솔직해 질 수 없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한다. 나는 더 솔직해지고 싶다. 그런데 내가 더 솔직해지는데 여러가지 제약이 나를 가로 막는다. 이게 내가 뛰어넘어야 할 벽이다. 일생동안 이 벽을 내가 얼마만큼 뛰어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가? 얼마만큼 솔직해야 하는가?

톨스토이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겠다.미리 말해두지만 난데없이 교인들 비난하고자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것은 결코 아니니까 혹시 다혈질 교인이라도 이 글을 읽고 흥분하는 일은 삼가해 주기 바란다. 톨스토이가 어느 날 아침 일찍 교회로 갔다. 아직도 어둠이 덮여 있는 이른 새벽이었다.거기서 톨스토이는 예기치 않은 광경을 보았다.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사람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신 앞에서 자기가 죄인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중이었다. 톨스토이는 흥미를 느끼고 귀를 기울였다.

--- 저는 제 아내를 속였습니다. 아내 몰래 딴 여자와 외도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화류계의 여자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지금은 유부녀와 관계도 계속하고 있습니다.건너 마을 물레방앗간 집 아주머니와의 관계는 죽어도 끊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톨스토이는 들을 수록 흥미가 당겨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 줄도 모르고 부자는 계속해서 열심히 신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  저는 죄인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저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남들을 착취하며 살아왔습니다. 저는 전하에게 몹쓸 죄인입니다. 그리고 저는 어떻게 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당신이 은총을 내려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나이다.제발 저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자는 거기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자는 깜짝 놀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톨스토이가 거기 서 있는 것을 알았다. 그때 이미 막 동이 트고 있었다 그는 매우 화가 났다. 톨스토이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 내말 똑똑히 들으시오.내가 지금 말한 것은 신에게 한 것이지 당신에게 한 것이 아니오. 만일 당신이 내가 말한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한마디라도 말한다면 나는 명예훼손죄로 당신을 고소할 것이오. 그러니 내가 한 말들을 못들은 것으로 하시오. 이는 신과 나 사이의 개인적인 대화였소. 그리고 나는 당신이 여기 있는 줄 몰랐소. 당신이 여기서 내 말을 엿듣는 줄 알았다면, 지금 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오!

한심한 사람! 이 부자야말로 웃기는 사람이다. 어쩌면 금새 자기가 한 말을 통째로 부인하고 잡아 뗀다는 말인가! 이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인을 욕되게 하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삼십대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 나도 용감하게 돌을 던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사십대 중턱에 선 지금은 내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이 사람이 바로 나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닌가 생각한다. 맞다! 이 부자의 모습에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나는 아직까지 교회나 절간에 가서 나의 죄를 고백한 적은 없다.그런데 만약 나의 죄를 고백한다면 이 부자처럼 고백하고, 톨스토이에게도 이 부자처럼 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바로 여기가 나의 한계이다. 아니 어쩌면 나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가 아닌지도 모르겠다.누구나 신에게는 모든 것으 털어놓고 고백하고 용서를 빌 수 있지만, 톨스토이에게는 감추어야 하고 또 잡아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 그대는 어떤가? 톨스토이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가? (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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