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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이다. 마을 앞 공동묘지에서 동무들과 재미있게 놀다가 해가 넘어갈 무렵에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골목 어귀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줍고 계셨다. 할머니는 그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내가 가까이 오는 줄을 모르셨다. 내가 할머니 등 뒤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 할머니, 뭘 하고 계세요? "
그제사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노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이구 놀래라! 이놈의 자식! 이 아까운 쌀을 여기까지 줄줄 흘려놓다니! 쌀 귀한 줄을 모르면 사람 새끼가 아냐!"
그제사 나는 아차 하고, 집히는 게 있었다.아까 점심 먹고 밖으로 놀러 나오면서 아무도 몰래 장독대로 가서 맨쌀을 두어 웅큼 호주머니에 넣고 나온 것이다.그런데 내 호주머니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가 보다.그 바람에 나는 본의 아니게 장독대에서 부터 쌀을 졸졸 흘리면서 큰길로 나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장독대서 부터 졸졸 흘려 있는 쌀을 한톨한톨 주워 오는 중이었다.할머니는 어두워서 쌀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톨한톨을 그렇게 줍고 계셨다.
그 뒤로부터 나는 밥을 먹을 때, 밥티 하나라도 흘리면 그 자리에서 주워 입에 넣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할머니를 생각한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내 자식이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몇번이나 해 주었다. 그런데 내 자식들은 할머니 이야기에 그리 감동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나의 할머니는 국민학교 문앞에도 못가본 분이다. 일생동안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다. 걸핏하면 손자들에게 천수경이나 반야심경 등을 읽어 달라고 했다. 손자들이 뜻도 모르고 큰소리로 읽어주는 것을 듣고 불경을 많이 외워 독송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비록 학교에서 지식을 배운 적은 없지만, 많은 것을 몸소 실천하면서 일생을 사신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2.설탕 많이 먹는 애의 버릇을 고쳐준 스승
한 여인이 어린 자식을 데리고 수피(sufi) 성자 파리드(farid)를 찾아가서 말했다.
"성자님, 당신이 아니면 아무도 제 아이의 버릇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이 애는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어 이렇게 살이 쪘습니다. 게다가 설탕은 무척 몸에 해롭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애는 도무지 제 말을 듣지 않아요."
성자 파리드가 말했다.
"보름 후에 이 애를 데리고 오시오."
여인이 말했다.
"지금 당장 이 한테 뭐라고 말씀 좀 해 주시면 안됩니까? "
파리드가 말했다.
"아닙니다,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려면 최소한 보름 동안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여인은 당황했다. 그녀는 파리드가 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좋은 말씀을 들려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런데 어린애에게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지 말리고 충고를 해 주는데 보름 동안의 기간이 필요하다니, 여인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쨋든 보름 뒤에 여인은 다시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러자 파리드가 아이에게 말했다.
" 꼬마야, 지난 보름 동안 나는 내 자신을 너의 위치에 놓아보았다. 왜냐하면 나 역시 단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슨 낯을 하고 너에게 충고를 하겠니. 그래서 나는 지난 보름동안 일체 단 것을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살이 빠지고, 몸이 훨씬 가볍고 건강해진 것을 느꼈다. 너는 아직 어리고, 아직 인생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니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해라. 완전히 끊으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가끔은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지는 말아라."
그러자 아이가 파리드의 발 아래 엎드렸다. 여인은 깜짝 놀랐다.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애는 지금까지 누구 앞에서도 엎드런 적이 없었다. 여인이 말했다.
" 정말 이해가 안가는 일이군요. 당신은 오늘과 같은 말씀을 아이에게 해 주는데 보름이나 필요했습니다. 나도 이 아이도 당신이 단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지 않습니까?"
파리드가 말했다.
" 그대나 이 아이가 그 사실을 아느냐, 모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먼저 나는 내 자신을 이 아이의 위치에 놓아 두어야 했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아이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
여인은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왜 파리드 성자의 발 아래 엎드렸니? 너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지 않니. 게다가 우리는 힌두교인이고 저분은 회교인이 아니냐? "
아이는 말했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어요. 다만 나아게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 보름 동안 단것을 먹지 않은 사람은 존경 받을 필요가 있어요. 이 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요. 어머니께서 저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데려 갔지만 그들은 모두 그자리에서 똑같은 대답들을 하곤 했어요. 그들은 앵무새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예요. 그런데 이분은 달라요. 이분은 내가 어린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 주고, 또 나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겪었어요. 나는 이분의 충고를 따르도록 하겠어요. "
그렇다! 이 애의 말을 빌리면, 많은 사람들은 앵무새와 다를 바가 없다 고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그대도 자녀들을 가르칠 때 앵무새처럼 하지는 않는지, 곰곰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앵무새처럼 입으로 정답을 가르쳐 주면서 아이들이 올바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식은 일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앵무새 방식이 아니다. 그대의 땀과 눈물과 사랑이 어우러진 본보기이다.
3.내가 한 도시락 검사 방식
나는 1874년에 상경하여 서라벌고등학교에서 국어 선생 노릇을 몇해 동안 하였다. 그때는 나라에서,보리 혼식을 장려하던 때라, 학교에서 학생들 도시락을 검사하곤 했다. 도시락을 검사하는 날이 정해져 있었다. 그날 점심시간에 담임선생이 교실에 들어가서 학생들의 도시락을 살펴 보고, 혼식을 하는지 안하는지를 일일이 검사를 해서 기록하여 통계를 내던 시절이다.
도시락 검사를 하기 위해서 내가 교실에 들어서면 학생들은 책상 위에 도시락을 꺼내 놓았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교무실에 가서 내 도락을 좀 갖다 줄래? "
학생들이 서로 가겠다고 나선다. 잠시 후에 내 도시락이 온다. 나는 도시락뚜껑을 열어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 오늘은 도시락을 검사하는 날입니다. 여러분이 혼식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검사하여, 이 검사표에 기록을 해야 합니다.정부 시책에 따라야 하는 이유보다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서 혼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도시락을 한 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
학생들은 내 도시락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와?"
삼분의 이 이상이 보리가 섞여, 시커먼 내 밥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내지르는 탄식이었다.
" 쌀밥만 싸온 학생들은 내일부터는 꼭 보리나 잡곡을 섞은 밥을 싸 오기 바랍니다. "
4.입으로 하는 교육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는 입으로 자식을 가르치려고 한다.
" 아무리 말해도, 통 말을 듣지 않아요!"
어떤 이는 회초리로 자식을 가르치려고 한다.
"종아리에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패도 소용이 없어요! "
앵무새처럼 입으로 설교를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굵은 회초리로 때려도 몸소 본을 보이는 것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그런데도 오늘도 이땅의 많은 어머니들은 입으로, 혹은 회초리로 자녀교육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답답하고 답답한 노릇인가! 입으로 자식을 가르치면 아무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마침내는 말하는 이의 권위와 공신력만 떨어트리고 만다.
바닷가 개펄에서 새끼게에게 걷기 연습을 시키는 중이었다.아빠게가 시범을 보였다. 옆으로 삐딱하게 걸으면서 말했다.
" 얘야, 걸음걸이는 항상 똑 발라야 한다.!"
어미게가 나섰다.
" 당신이 삐딱하게 걸으면서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얘야, 니 아빠 걷는 거 본 받지 마라.틀렸다, 틀렸어! 이 엄마가 시범을 보이겠다."
엄마게도 옆으로 삐딱하게 걷자,새끼게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저는 엄마 아빠처럼 삐딱하게 걷지 않겠어요. 똑바로 걷겠어요!"
새끼게 역시 삐딱하게 걷자,옆에서 이를 지켜본 꼴뚜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밥에 그 나물이군!" (www.songhy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