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몸짓으로 피어난 꽃잎은 마지막 속살을 드러냈지만, 세상은 여린 꽃잎을 깨무는 꽃샘을 한다. 3월을 보내는 서울의 주말은 듬성듬성한 빗방울이 날리고 진눈깨비를 뿌리며 떠나는 겨울과 돌아오는 봄이 조우한 도심은 격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주말 오후 FB를 통하여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 된 미국의 숙희 선생님과 통화 중에 늘 붙어 다니는 지인 장 대표에 대한 이야기 도중 옛말처럼 그가 나타났다. 이에 전화를 건네받아 인사하는 장 대표도 덩달아 만리장성이다.
갈 길이 바쁜 장 대표의 일정으로 통화를 마무리하고 그를 따라 찾아간 마장동 어느 공장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널려있었다. 어느 금융 그룹의 행사 용품 납기일인 월요일 시한을 앞두고 심중한 작업 틈새로 나는 새로운 아트상품 개발에 대한 기술적 내용을 틈틈이 체크하면서 일을 마쳤다. 지난 며칠 동안 격무에 눌린 장 대표를 위하여 총총히 귀가하기로 하였다. 사실은 내일(일요일) 오후 양평군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실내악 연주 그룹 “솔리드 앙상블”(SOLID ENSEMBLE)의 연주회를 함께 가야 하는 사정으로 오늘은 일찍 귀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같았다.
![]() ▲ (좌로부터)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上原 ひろみ)와 강 채리 양 / 자료 제공 : 한국미술센터 ‘ © 브레이크뉴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 음악을 열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열정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上原 ひろみ)의 “무브”(Move)였다. 드럼의 사이먼 필립스(Simon Phillips)와 베이스 기타의 앤서니 잭슨(Anthony Jackson)이 함께한 트리오 프로젝트의 제2집 타이틀곡이다.
‘우에하라 히로미’는 1979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다. 그는 다섯 살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워 8살 때에 스스로 재즈 피아노를 선택하였다. 그의 천재성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로 17살 나이에 야마하 연주 홀에서 리허설 연주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세계적인 스페인계 미국인 재즈 음악가 ‘칙 코리아’(Chick Corea. 1941~)가 그의 천재적인 기량과 음악성을 간파하여 마지막 공연 일정에 ‘우에하라 히로미’를 무대에 올려 협연하는 파격적인 행운을 안겨주었다.
이어 일본의 주요 기업의 CM 작곡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의외로 호세이대학(法政大学) 법학과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1999년 법학을 중단하고 20세에 버클리 음악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는 졸업을 앞둔 2003년 4월 미국 재즈 명문 음반사 텔락(Telarc)과 계약하여 데뷔 앨범 “어나더 마인드”(Another Mind)를 발표한 이후 5월 재즈 작곡과와 현대음악 작곡과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이후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던 ‘우에하라 히로미’는 2011년 2월 제53회 그래미상에서 자신이 참여한 앨범 "THE STANLEY CLARKE BAND'가 베스트 컨템포러리 재즈 앨범 부문에서 수상하게 되면서 그래미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와같은 세계적인 재즈 베이시스트 “스탠리 클락”(Stanley Clarke. 1951~)은 선구적인 재즈 퓨전 밴드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의 창립 멤버이다. 바로 ‘우에하라 히로미’를 자신의 무대에 올려 협연하는 행운을 안겨주면서 그녀의 음악 세계를 열었던 ‘칙 코리아’(Chick Corea. 1941~)와 함께 창립한 것이다. 이와 같은 ‘우에하라 히로미’의 음악 세계에는 마치 행운으로 연속된 것과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와의 인연이 넘쳐났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출신의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로 재즈 피아노 기교의 완성자라 할 만큼 뛰어난 기량으로 건반 위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비밥”(Be bop) 시대를 관통하였던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1925~2007)을 만나 신의 한 수를 전해 받은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어 경이로운 건반 공간의 사용과 시간성의 조화를 현란하게 오가는 “아마드 자말”(Ahmad Jamal. 1930~)이 그녀를 명문 음반사 텔락(Telarc)에 추천하여 데뷔 앨범 “어나더 마인드”(Another Mind)를 프로듀싱한 사실도 결국은 그녀의 천재성을 인식한 결과였다.
![]() ▲ (좌) 일본 국립 신미술관 아메리칸 팝 아트전/ (우) ‘우에하라 히로미’ 트리오 프로젝트 제2집 앨범 무브/ 제료제공: 한국미술센터 © 브레이크뉴스 |
나는 이와 같은 일본의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그가 지난 2013년 일본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국립 신 미술관”이 개최한 “아메리칸 팝 아트전”에서 전시회 공식 테마 곡을 발표한 사실이었다. 너무나 부러웠다. 그들의 깊은 열정과 그리고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이 오래도록 가슴을 두드리던 동경의 밤거리를 쓸쓸하게 배회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마침내 ‘우에하라 히로미’의 트리오 프로젝트는 제4집 앨범 “Spark”로 2016년 4월 23일 주간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녀는 “Traditional Jazz Albums” 부문 1위와 재즈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우에하라 히로미”의 음악적 내용을 살펴보면 정통한 클래식의 정신 줄을 거머쥐고 있다. 여기에 재즈의 역사성을 깊게 인식하고 이를 헤아려간 사실이다. 이는 전통 재즈의 대중성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키려 하였던 것으로 “비밥”(Be bop)의 연주중심으로 기울어진 균형에서 그 원칙은 고수하면서도 대중적인 소통을 중시하였던 LA를 위시한 서부 해안지역에서 태동한 “웨스트코스트 재즈”인 “쿨 재즈”(Cool Jazz)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모던재즈로 덩어리진 탄생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품고 녹아내린 재즈 양식 “하드 밥”(Hard Bop)과 함께 대중음악의 발전과정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을 끌어안은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란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음악의 ‘진보적(Progressive) 양식을 의미한다. 대중 음악사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에 흐름을 살펴보면 1960년대 후반 영국의 밴드 그룹 제네시스(Genesis)가 살펴진다. 밴드는 발표 음악 ‘The Musical Box’에서 리드 싱어이었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이 영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스티브 해켓’(Steve Hackett)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노래한 특별한 기억을 매만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당시 싱어 ‘피터 가브리엘’이 그룹과 결별하고 솔로로 데뷔하여 활동하던 가수의 대머리 모습이 무척 혼란하게 느껴졌음도 기억 날 것이다. 그러나 가장 기억되는 사실은 마치 오랜 역사 속으로 뛰어든 것만 같은 가수의 너무나 특성적인 양성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서양 대중음악에 깊은 흐름을 헤아린 사람이다. 이와 같은 제네시스(Genesis) 그룹이 민속 음악에서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으로 전향한 대표적인 그룹 중에 하나이다.
이어 본격적으로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으로 출발한 그룹이 ‘묘비명’(Epitaph)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리드보컬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이름으로 불린 ‘킹 크림슨’(King Crimson) 그룹이다. 물론 이외에도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Yes) 등과 같은 많은 그룹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천재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의 트리오 프로젝트 음악 세계는 정통 클래식을 바탕으로 대중음악의 근원인 재즈의 “하드 밥”(Hard Bop)과 대중음악의 발전과정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끌어안고 세계인의 감성에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그의 제2집 'Move'는 이와 같은 내용을 분명하게 살피게 하는 음악으로 ‘우에하라 히로미’의 음악적 천재성과 열정이 극명하게 느껴지는 음악이다. 이를 해체하여보면 이 앨범은 약 1시간 5분 분량의 9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의 하루를 연속적 개념으로 트랙 화한 앨범의 타이틀곡 “무브”(Move)는 움직임을 알리는 자명종 시계의 알람 사운드의 표현으로 시작된다.
보편적으로 ‘우에하라 히로미’의 음악에 대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연주의 공간 속에서 박자의 마디에 내재한 균형을 바꾸어가는 박자의 변화 즉 변박(Odd Meter)의 극히 자유로운 즉흥성을 평가한다. 필자는 이와 같은 기교적인 요인과 아울러 그녀의 음악 정신을 높게 지켜본다. 이는 끝없이 두드려대는 멈출 줄 모르는 열정적인 연주가 빚어내는 선율에서 단순한 기교가 아닌 온몸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과 같은 울림이 저며 드는 까닭이다.
이웃 나라 천재 아티스트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강채리 양이 생각났다. 1995년 태어난 강채리양은 지난 2011년 버클리음대 총장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최연소로 입학하였던 일화를 가지고 있다, 그는 가난한 개척교회 부목사인 아버지와 선교 활동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그 흔한 피아노가 없는 가난한 집에서 6살 나이에 교회 피아노를 처음 만졌다. 초등학교 때에 그녀의 재능을 살핀 같은 교회의 음대생 언니가 이끌어 음악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졸업 당시에 음악에 전념하기 위하여 중학교 진학을 스스로 포기하는 놀라운 행보를 보인 후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였다.
이후 2009년 14세 나이에 “자라섬 국제재즈콩쿠르”에서 최연소로 결선에 오르면서 그의 천재성을 외부에 알렸다. 그해 가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미국 버클리음대 입학사정관 일행이 이와 같은 14살 천재 소녀 강채리양의 음악성을 점검하기 위하여 찾아왔다. 당시 강채리양은 일본의 천재 아티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의 '톰과 제리'를 직접 편곡하여 연주하였다. 연주를 들은 버클리음대 입학사정관들은 그의 천재성을 분명하게 인정하였다, 당시 사정관 중에는 세계를 뒤흔든 팝가수 마이클 잭슨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D. Jones. 1933~)가 있었다. 그들은 돌아가 버클리음대 합격통지를 알렸다. 그러나 가난한 강채리양은 학교 진학을 포기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한 대학 측은 전 학년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지급하는 총장 장학생이라는 한국인 최초의 영예를 안겨주며 천재 소녀 강채리양을 가을 학기에 입학시키는 집념을 보였다. 대학을 졸업한 강채리양은 어언 24살의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동이 없다. 그는 소녀 시절 세상을 놀랍게 하였던 천재적인 리듬감을 바탕으로 치열한 모색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 ▲ (좌로부터)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1925~2007)/ “아마드 자말”(Ahmad Jamal. 1930~)/ “퀸시 존스”(Quincy D. Jones. 1933~) 제료제공: 한국미술센터 © 브레이크뉴스 |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에 담긴 공기와 물과 같은 세상의 아름다운 숨결을 꿈꾸었던 천재 소녀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빌면서 치열한 세계 음악계의 프로듀싱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한다.
날을 세운 꽃샘바람이 독하게 세상을 흔들어 대도 생명의 봄은 어김없이 온다. 이웃 나라 천재 아티스트의 열정적인 음악이거나 우리나라 천재 소녀의 치열한 몸짓이 던 간에 음악은 국경이 없는 세상의 언어이다. 천재 소녀 강채리양의 깊은 감성이 세계인의 가슴을 흔들어 두 나라 천재 아티스트의 협연이 이루어 질 날을 기대 해본다.
우에하라 히로미 트리오 프로젝트 MOVE 라이브 영상음원
https://youtu.be/1rxYw7Y45Eo
강채리 양 연주 영상 음원
https://youtu.be/fclIVOn7pr0
필자: 이일영, 시인.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artwww@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