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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을 위하여(192) - 제62회 그래미상이 남긴 의미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1/28 [17:30]

 

▲ (좌) 제62회 그래미상 ‘최우수 R&B 앨범’부문 수상 한국계 혼혈 뮤지션 ‘앤더슨 팩’/ (중) ‘최우수 재즈 앙상블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른 유일한 한국인 시타 최(Sita Chey-최보람)양/ (좌)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 공연 무대에 오른 방탄 소년단(BTS) 공연 모습/     © 브레이크뉴스



대중음악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제62회 그래미상 수상식이 현지 시간 26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렸다.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힙합댄스 음악에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래미상은 21세기 2001년에 출생한 19살의 천재적인 감성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를 새롭게 인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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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사실에서 미국 중심의 보수적인 선정에 대한 비판을 가질 수도 있지만, 대중적 인기에 앞서 예술성과 음악적 역량에 무게를 두는 그래미상의 전통을 깊게 헤아리면 새겨둘 만한 대목이 많다. 이와 같은 그래미상 후보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K-POP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상 후보 진출에 오르지 못하였다.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잡지 롤링스톤(rolling stone)지가 “그래미가 너무 뒤처져있다”라며 현실적인 위상을 참작하지 못하는 내용을 언급하였다. 이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노래에 피처링하였던 세계적인 팝가수 할시(Halsey)도 “그래미의 여러 부문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방탄소년단이 누락되었다”라는 아쉬움을 SNS에 언급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1960년대 중반 절친한 두 대학생이 손에든 전단지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 세계 대중음악의 나침반의 영향력을 가진 거대한 엔터테이너 미디어 매체 롤링스톤이거나 팝가수 할시의 이와 같은 언급도 나름의 일리가 있지만, 예술성과 음악적 역량을 중시하는 그래미의 전통적인 의식을 깊게 헤아리지 못하면 한국인 최초의 그래미상 수상의 간격은 절대 좁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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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후보에 오르지는 못하였지만, 방탄 소년단(BTS)은 지난해 제61회 그래미상 시상자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다. 이어 올해 제62회 그래미상에서는 미국의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Billy Ray Cyrus)와 함께 공연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는 방탄 소년단의 세계적인 위상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기서 우리는 방탄소년단이 본디 힙합 음악을 중심으로 출발한 그룹으로 대부분의 음악에서 랩 비중이 높았으며 이에 래퍼 라인이 전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사실이다. 이에 전통적으로 힙합댄스음악에 배타적이었던 그래미상의 경향에 비추어 방탄 소년단(BTS)의 간격이 해가 갈수록 좁혀들고 있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싱어송라이터 능력을 가진 아티스트에 친화적이었던 그래미상의 경향에 비추어 방탄 소년단(BTS) 거의 모든 멤버가 작사와 작곡 능력을 갖추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구성된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에 더욱 세계인의 세대를 아우르는 삶과 역사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예술적인 음악의 추구가 분명하게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에 방탄 소년단(BTS)의 누구나 인정하는 고난도의 퍼포먼스가 이와 같은 예술성을 품은 음악과 함께 녹아내릴 때 그래미상의 장벽을 넘어서는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금자탑이 세워질 것임을 깊게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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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번 제62회 그래미상에서 지난 2017년 한국인 최초로 라틴그래미상을 수상한 시타 최(Sita Chey-최보람)양이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최우수 재즈 앙상블 앨범’(Best Large Jazz Ensemble Album) 부문에 후보로 진출하여 한국인 최초 수상을 기대하였으나 높은 그래미 장벽을 넘지 못하였다. ‘시타 최’는 일본 출신의 여성 음악가 미호 하자마(Miho Hazama)가 이끄는 앙상블 Miho Hazama & M_Unit 에 바이올리니스트로 참여하여 작년 2월 재즈 전문 써니싸이드 음반사에서 발표한 앨범 ‘어디에도 없는 댄서’(DancerA in Nowhere)가 제62회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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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말 2019년 최우수 재즈 선정 특집에서 ‘시타 최’가 참여한 앨범 ‘어디에도 없는 댄서’를 최우수 재즈 중 하나로 선정하여 그래미상 수상 기대감을 높였지만, 그래미상이 갖고 있는 백인 우월적 성향이 우려되었던 예감을 부수지 못하고 밀워키 출신의 재즈 작곡가이며 트럼펫 연주가인 ‘브라이언 리치가 결성한 빅밴드’(Brian Lynch Big Band) 앨범 ‘옴니 아메리칸 북 클럽’이 ‘최우수 재즈 앙상블 앨범’ 부문의 수상을 거머쥐었다. 이 앨범은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이며 재즈 비평가로도 잘 알려진 터스키기 대학교수였던 고 알버트 머레이(Albert Murray. 1916-2013)가 1970년에 출판한 백인 우월 민족의 민속적 대안이라는 부제를 가진 저서 ‘옴니 아메리칸 북 클럽’(The Omni-American Book Club)에 담긴 메시지를 매만졌던 음악이었다.

 

또한, 제62회 그래미상에서 한국계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 뮤지션 ‘앤더슨 팩’(Anderson Paak. 1986-)이 지난해 제61회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랩 퍼포먼스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62회 그래미상의 ‘최우수 R&B 앨범’부문에 수상하여 2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자랑스러운 한국계 혼혈 뮤지션 ‘앤더슨 팩’은 우리나라의 격동하는 역사의 상징과 같은 아티스트이다. 이는 ‘앤더슨 팩’의 할머니가 6.25 전쟁 당시 참전한 미군과 결혼하여 어머니를 낳았다. 종전 후 당시 그의 할아버지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그의 어머니는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LA 어느 가정에 입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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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결혼하여 ‘앤더슨 팩’과 여동생을 낳았다. 그러나 너무나 폭력적이었던 ‘앤더슨 팩’의 아버지는 그가 7살이었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무자비하게 어머니를 구타하는 모습을 여동생과 함께 지켜보아야 했고 유혈이 낭자한 길바닥에 쓰러진 어머니를 끌어안고 경찰에 끌려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 항구 도시 벤투라(Ventura)에 있는 풋힐 기술 고등학교(Foothill Technology High School)에 다니면서 혼자서 음악을 공부하였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던 그는 여러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하면서 빠르게 결혼한 아내와 이혼 이후에 음악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하면서 한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러 온 유학생인 오늘날의 한국인 아내 제이린(Jaylyn-한국명-혜연)과 재혼하여 두 아들을 두었다.

 

재혼한 한국인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두었던 가장이었지만, 한때 산타 바바라의 농장에서 일하였으며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야 했던 그는 2011년부터 그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게 되면서 오늘날 2년 연속 그래미상 수상이라는 입지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와 같은 한국과의 역사적인 인연을 가진 한국계 아티스트 ‘앤더슨 팩’에 대한 뉴스가 전무한 사실은 우리 스스로 깊게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 제 62회 그래미상 본상 4개부문 수상자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와 2018년 8월 15일 내한공연 당시 모습     © 브레이크뉴스


이와 같은 많은 이야기를 통하여 이번 제62회 그래미상에서 탄생한 스타 빌리 아일리시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빌리 아일리시는 그래미 본상의 가장 주요한 4개 부문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의 올해의 앨범상(Album of the Year)과 올해의 노래상(Song of the Year)에 이어 올해의 레코드상(Record of the Year)과 신인상(Best New Artist)을 모두 휩쓸었다. 이는 그래미의 전설을 기록한 미국의 가수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가 1981년 세일링(Sailing)으로 그래미 본상 4개 부문을 수상한 이후 39년 만에 다시 세워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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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4살 위인 오빠 피니즈 오코넬(Finneas O'Connell)과 정규 교육이 아닌 홈스쿨링으로 공부한 소녀로 8세 때부터 현대 무용을 공부하면서 춤꾼을 꿈꾸었으나 훗날 발목 부상으로 포기하였다. 10세 무렵에 완벽한 작곡 능력을 나타낼 만큼 뛰어난 감성과 재능을 가진 빌리 아일리시는 음악적 감성이 뛰어난 부모와 음악을 지향한 오빠 피니즈 오코넬의 영향이 컸다. 8살 때 오빠와 어린이 합창단에서 활동한 그녀는 종합적인 연기력을 요구하는 연극과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으로 아티스트의 바탕을 일구었다.

 

이처럼 다양한 아티스트 감성이 뛰어났던 그녀는 애플사의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아이무비(iMovie)로 단편 영화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 많은 관심을 끌었다. 2013년 13살 때에 오빠 피니즈 오코넬이 밴드에서 사용할 ‘오션 아이즈’(Ocean Eyes)라는 곡을 녹음하여 음악 오디오 파일 공유 시스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면서 그녀의 독특한 감성의 음악이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왔다. 이에 자신감을 가진 그녀는 2016년 ‘오션 아이즈’를 정식 녹음하였으며 뮤직비디오를 발표하였다. 이어 2017년 1월 4개의 ‘Ocean Eyes’리믹스 EP에 이어 한 달 후인 2월 싱글 배앓이(Bellyache)가 발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거머쥐면서 2019년 공식 앨범 ‘우리 모두 잠들면 어디로 갈까’(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가 발표되어 빌보드 200차트에서 1위에 오르면서 세계를 거머쥐었다.

이와 같은 그녀의 음악은 신시사이저와 컴퓨터의 활용으로 이루어지는 사운드의 일렉트로 팝에서부터 1980년대 초반 영국에서 탄생한 얼터너티브 록에서 파생된 인디 팝이거나 페스티벌 댄스의 전자음악을 칭하는 EDM과 음악의 재창조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얼터너티브 팝에 이르는 다양성이 녹아내린다. 특히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팝 음악을 싱어송라이터의 슬픈 영감을 아우른 다크 팝의 경향이 강한 그의 음악들은 어려서부터 체득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춤과 어우러지면서 깊은 인상과 함께 강렬한 메시지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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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개인적으로 유난히 한국에 많은 애정을 가진 아티스트로 지난 2018년 8월 15일 서울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그녀는 아시아 투어 일정으로 내한하여 오는 8월 23일 두 번째 단독 내한 공연을 갖게 된다는 뉴스가 확인되었다.

 

처연하면서도 슬픔으로만 내달리지 않는 몽환적이면서도 정형적이지 않은 예술적 감성이 어우러진 그녀의 공연이 보여줄 감성이 기대된다. 이는 배타적이며 편협 적이라는 그래미상의 불균형을 탓하기 이전에 그들이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한 가수의 실체에 담긴 면면들을 살펴 가며 우리가 헤아려야 할 것들이 많은 까닭이다. 필자: 이일영(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artww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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