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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사는 자리라면 내가 먹지도 않는 오리전문점 갈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날 일행이 어린애를 포함해서 여나므명이었다. 나는 겨우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처지라 아무 소리 않고 가만히 있었다.
불판에 오리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자 다를 맛있게 먹었다. 나는 오리 고기 안 먹는 눈치를 아무도 못채게 하려고 밑반찬들을 이것 저것 부지런히 집어먹었다. 일행이 여럿이고 보니 여기 저기서 이것 저것 더 달라는 것이 많았다. 깍두기를 더 살라, 양념장을 더 달라, 물김치를 더 달라, 뭘 더 달라, 뭘 더 달라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사십대 후반의 안주인이 싫은 내색 않고 잡다한 주문들을 그때 그때 잘 들어주었다.
이날 저녁은 수석동 풍속마을 안쪽 숲 속에 있는 “가든갤러리”란 이태리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2층 식당으로 가서 안쪽 좌석을 차지했다. 나는 전망이 좋은 창가 쪽에 앉았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전원과 멀리 내려다 보이는 한강은 그야말로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저녁 노을에 물든 한강의 모습은 평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던 한강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나는 한강의 경치 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우리는 메뉴판을 보면서 음식을 주문했다. 사십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안주인이 일일이 복창을 하면서 음식 주문을 받았다. 얼추 주문이 다 되었는데 a선생만이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늘 저녁을 m사장이 a선생에게 “드시고 싶은 맛있는 것을 주문”하라고 말했다. 이미 가 있어 취기가 좀 있던 a 선생이 말했다.
“나는 저녁은 안 먹고 술이나 마시겠습니다.”
m사장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a선생님 드시고 싶은 맛있는 것을 주문하세요.”
그래도 a선생은 한사코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m사장이 더 간곡하게 “맛있는 식사를 주문하라”고 말했다. 그 순간, 가든갤러리 안주인이 상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시면 선생님께는 제가 서어비스 안주를 준비하겠습니다.”
내 짐작 같아서는 안주인이 몇 초만 더 기다렸다면 m사장의 강권에 못 이겨서라도 a선생이 식사 주문을 했지 싶다. 그때 분위기로 봐서 이런 정도의 짐작은 안주인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안주인은 재빨리 서어비스 안주를 준비하겠다고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창가 쪽 내 맞은 편에 대여섯 살 짜리 여자 애가 있었는데, 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러자 그린갤러리 안주인이 잽싸게 기침하는 애 쪽으로 다가왔다. 애 엄마 귀에 대고 말했다.
“애기가 기침을 하는군요. 제가 레몬과 결명자를 섞어서 따끈한 차를 한 잔 끓어오겠습니다.”
잠시 후에 가든갤러리 안주인이 따끈한 차를 끓여서 왔다. 일손도 바쁠텐데 기침하는 아이에게 줄 차부터 먼저 끓여온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여러 사람들이 감동하는 눈치였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들이 순서대로 나왔다. 그러는 중에 a 선생에게 줄 서어비스 안주가 나왔다. 나는 그녀가 서어비스 안주를 준비하겠다고 할 때 보나마나 땅콩 한 줌과 오이나 당근 몇 조각 쓸어 오겠지 하였는데, 그녀가 내온 안주는 돈을 받고 파는 정식 샐러드 안주였다. 이 모습을 본 우리 일행들이 또 감동하는 눈치였다.
마침내 식사가 끝이 났다. 안주인이 말했다.
“식사 맛있게들 하셨어요? ”
“예.”
우리들은 제비새끼처럼 입을 맞추어서 대답했다. 그러자 가든갤러리 안주인이 말했다.
“제가 향이 좋은 커피를 서어비스로 드리겠습니다. 혹시 커피 드시지 않을 분이 계시면 말씀해주세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 우리 일생 숫자대로 커피가 나왔다. 멋진 주전자에 담아 와서 앞앞이 정성껏 커피를 따랐다. 우리는 그녀의 다정하고 우아한 자태에 감탄했다. 거기다가 커피 향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내 앞에 놓인 찻잔을 잡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찻잔을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알맞은 온도로 데워온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친절에 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점심 때 갔던 그 xx오리집 안주인도 친절했다. 그녀의 친절에 다들 고마워했다. 그러나 고마워 할 뿐 감동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 싶다. 그런데 가든갤러리 안주인의 친절에는 고마움을 넘어 다들 감동하는 것 같았다. 두 안주인의 친절이 다르게 느껴진 것은 xx오리집 안주인의 친절은 비즈니스적 친절이라면 가든갤러리 안주인의 친절은 순수한 친절이기 때문이지 싶다. 나는 오랜만에 가든갤러리 안주인의 순수한 친절 앞에 크게 감동하였고, 멋진 커피향보다 더 향기로운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따뜻한 인간미에 취해서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