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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편지 대회 심사하면서 울었던 까닭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13)

송현(시인·본사 주필) | 기사입력 2008/12/02 [18:51]
나는 얼마 전에 국민은행에서 주최한 전국민 편지 쓰기 대회 응모 작품 심사를 하면서 뜻밖에 엄청 울고 말았습니다. 이름없는 사람들이 쓴 편지 한 통을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진실에 감동하여 훌쩍이느라 일손을 멈추고 눈물을 닦고 가슴을 진정하였다가 다시 다른 편지를 읽으면서 또 감동하여 훌쩍이다 눈물을 닦고 일손을 멈추기를 수없이 되풀이 하였습니다. 

나는 문예 작품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에 감동하여 이렇게 울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마침 서울대학교 박 동규 교수와 함께 심사를 하였습니다. 아마 아름답고 멋진 시를 쓰시는 박 교수님도 편지 한통 한통 읽으면서 감동하여 나처럼 눈물을 적지 않게 흘렸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더러 문예 작품의 심사를 해 본 적이 있어 이번 편지 대회 심사도 그것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심사를 하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고,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반 문예작품 심사를 할 때는 응모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문법도 따지고 문장 구조도 따지고 주제를 표시하는 솜씨와 작품성을 주로 따지면서 하는 문예작품 심사와 일반인들이 쓴 편지 심사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일반인이 쓴 편지 대회에서는 글 솜씨를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편지 속에 담겨 있는 진실을 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반 문예작품 심사와는 많이 다른 기준으로 편지 심사를 하였기 때문에 편지 한편 한 편에 묻어 있는 삶의 애환, 한숨과 눈물, 회한, 참회, 뜨거운 사랑과 원망의 사연을 읽으면서 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후회 많이 하고 반성 많이 한 귀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령, 강원도에 사는 어느 주부가 보낸 편지에 담긴 아버지의 치매 뒷바라지를 하면서 못다한 사랑에 대한 참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치매로 2년 동안 고생하시다가 돌아간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나서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자책과 가책의 눈물을 펑펑 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헤어진 형제의 슬픈 이야기를 읽으면서 농약 먹고 자살한 내 누이 생각이 나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빚에 쪼들려 지하 단칸방에서 피눈물 흘리면서도 용기 잃지 않고 가족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꿋꿋이 산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6.25 이후 부산 서대신동 비가 새는 판자촌에서 누이와 자취하던 그 힘겹고 서러운 시절을 생각하고 꿀꺽 울음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편지 심사를 하면서 나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란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부부의 사랑이 어떤 것이며, 진정한 효도가 어떤 것이며, 진정한 참회와 용서가 어떤 것이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도 이번에 절감하였습니다. 작은 행복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작은 것으로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작은 실수에 뉘우치고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고 저는 소중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편지는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삶의 진실은 크기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실이 얼마나 크냐 작냐가 아니라 과연 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삶에서 가중 중요한 것은 사랑과 진실입니다. 그래서 삶의 진실을 말할 때는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24k면 24k이고, 다이아몬드면 다이아몬드입니다. 이번에 응모한 수많은 분들이 고백한 사연들은 하나하나 눈물 없이는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고, 뜨거운 감동에 몸서리치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이아몬드 아닌 것이 없었고, 24k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띄어쓰기도 맞지 않고 맞춤범도 맞지 않는 악필의 편지라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실 앞에서는 저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편지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 중에 또 하나는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감동적인 편지를 보내준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멋진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사는 것이야말로 내게 크나큰 축복이고 그 축복이 바로 내게는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기분으로 나는 오날 밤 하얀 손수건 한 장을 준비하고 하늘 나라에 계시는 어머니께 내 불효를 참회하는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응모한 여러분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참회로 흘린 뜨거운 눈물과 그 동안 그 절절한 사연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그 통한의 세월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에 나는 편지를 심사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 순간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내 눈물은 내 영혼을 맑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려 내 영혼을 맑게 해야 합니다. 끝으로 이런 멋지고 귀한 자리를 마련한 국민응행과 수상자 여러분과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 축하하는 의미로 제 마음의 꽃다발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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