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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이렇게 하는 사람은 백전백패한다(2)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18)

송현(시인. 본사 주필) | 기사입력 2008/12/19 [15:01]


▲ 송현(시인. 본사 주필)   ©브레이크뉴스
이 글에서는 불순한 질문 즉 백전백패 할 수 밖에 없는 잘못된 질문의 공통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자기가 누군지를 밝히지 않고 질문한다.

질문자가 자기 신분를 밝히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자신이 없어서이다. 자신이 없지 않다면 굳이 자기를 감출 이유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뭔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을 경우이다.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디엔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자기를 밝히지 못하거나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기 자신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거나, 자기의 신분이 밝혀지면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거나,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도 등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질문하는 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으면 질문자에 알맞는 답을 할 수가 없다.  자기를 밝히지 않은 불순한 질문에도 자세하게 대답해주는 순진한 이도 많지만,  나는 그런 질문에는 좀처럼 대꾸하지 않는다.
 
질문자가 최소한 성별. 나이. 하는 일 그밖에 기본적인 정보를 밝혀야 그 사람 수준에 맞는 대답을 할 수 있다. 가령, 약방에 감기약 지으러 가서 "감기약 지어줘요" 하고 한마디 하고 마마는 사람이 있을까? 애가 아픈지 어른이 아픈지, 애 중에서도 돌 지난 앤지 초등학교 오학년짜린지, 어른이라도 아저씬지 할머닌지를 말해줘야 약사가 그에 맞는 약을 지어줄 게 아닌가!
 
그런데 누가 아픈지 물어보지도 않고 대뜸 약을 지어주는 약사가 있으면 그런 넘은 보나마나 약사 면허증 없는 넘이지 싶다. 남의 약사자격증 돈 주고 빌려와 걸어놓고 장사하는 엉터리 약방일 것이다. 

질문도 이와 꼭 같다. 가령 인터넷상으로 질문할 경우, 질문하는 인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몇인지, 결혼은 했는지, 직업이 뭔지, 무슨 전공을 했는지 등을 말해줘야 그에 맞는 답을 해 줄 수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불쑥 질문을 하면 부채도사가 아닌 이상 알맞은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그래서 질문하는 사람이 자기 정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대꾸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작자는 불리하면 말꼬리 물고 늘어지거나 막무가네로 뎀비거나 아니면 욕하고 숨어버릴 가능성이 많다. 

둘째 싸가지가 없이 질문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는 첫 첫인상이 아주 중요하다. 첫인상이 나쁘면 많은 불이익을 당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면접시험을 아주 중시하는 것이다. 처음 맛선 볼 때 필이 오지 않으면 말짱 꽝인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싸가지 없으면 첫 느낌도 나쁘고, 계속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 동안 내가 수많은 질문을 받으면서 제일 기분 나빴던 것은 싸가지 없는 넘을 만났을 때다. 

불순한 질문을 하는 사람의 공통점이 싸가지 즉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점이다. 싸가지 없는 넘들은 꼭 시건방지게 질문을 한다. 이런 인간들은 대부분 실력이 없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는데, 이 말을 뒤집으면 익지 않은 벼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것은 대가리를 꼿꼿이 치켜든다는 말이다. 이처럼 실력 없는 이들의 공통점은 겁이 없어 대가리를 꼿꼿이 쳐든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에는 미국한테 대가리 꼿꼿이 쳐드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꼬랑지 내릴 순간이 곧 올 것을 예측했다. 미국을 향해 겁도 없이 대가리 쳐들자, 미국에서 미군을 후방배치 하느니 철수하느니 어쩌고 하면서 으름장 놓고 쌔게 나오니, "앗 뜨거"하고 꼬랑지 차악 내리는 것도 노무현이 실력이 얼마나 없나를 증명하는 짓이다. 

실력 있는 자는 제 분수를 알고 함부로 대가리 쳐들지도 않고, 함부로 대가리를 쳐들지 않았으니 비굴하게 꼬랑지 내리면서 지넘 쪽 팔리고 이웃 도 같이 쪽팔릴 일도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대가리 함부로 쳐들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력 없고 겸손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웅변하는 것이다.  

셋째 꼭 아는 체 하면서 질문한다.

질문을 하려면 질문만 하지, 꼭 질문하면서 아는 체 한다. 이런 웃기는 짜장의 공통점은 뭘 알아도 어설프게 알고 피상적으로 안다는 점이다. 제대로 아는 사람은 굳이 질문하면서 아는 체 안 해도 아는 게 은연 중에 풍겨 나온다. 그의 눈빛이 다르고, 그의 안광의 번득임이 다르고, 그의 풍모가 어딘가 다르다. 

꽃이 외고 불고 안 해도 자연스레 향기가 나기 때문에 십리 밖에 있는 벌 나비가 날아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나에게 향기가 나요!"라고 외고 부는 꽃이 있다면 그건 향기가 없는 꽃이거나 가짜 꽃일 게다. 향기만 확실히 있으면 아무 말 안 해도 향기가 멀리멀리 바람결에 퍼져 나가기 마련이다. 

질문하면서 아는 체 하는 넘의 특징은 평소에 남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열등감에 잔뜩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자기 깊은 곳에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간절하게 꽉 차 있다. 이런 마음이 꽉 차 있으니, 기회만 있으면 질문하면서 아는 체 하려고 한다. 간단하게 질문만하지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막 떠들어대면서 듣는 사람 피곤하고 짜증나게 한다. 그러면 자기 실력을 좀 과시한 줄 착각한다. 딱한 것은 제 식력을 자랑한 것으로 착각하고 만족과 위안을 얻는다. 이런 인간들은 정말 불쌍한 인간들이다. 

가령 세미나나 학술 발표하는데 가보면 이런 웃기는 짜장들이 참 많다. 질문을 한다는 넘이 주제 발표하는 넘으로 착각이 들만치 아는 체 한다. 얼핏 보면 그넘이 질문하는 넘인지 주제 발표하는 넘인지 구별이 잘 안 되는 수가 있다. 이런 넘들의 특징은 이 세미나 저 세미나 다시면서 질문 아닌 질문을 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이런 넘들도 뭘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 대충 얼치기로 안다. 


넷째 질문하는 놈이 말이 많다.

순수한 질문은 다음과 같이 간단해야 한다. 

"순수이성비판은 어떤 책입니까?"

"아르키메데스 원리는 뭡니까?"

"변강쇠하고 송강쇠 중에 가 코가 큽니까?" 
  
질문 이렇게 간단하게 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답게 간단하게 질문해야 한다. 이런 것이 순수한 질문이다. 

그런데 불순한 질문을 하는 넘은 칸트에 대해서 한참 주절주절 읊어댄다. 얼핏 보면 칸트 박사처럼 보인다. 하도 장황하게 칸트 이야기를 늘어놓고 맨 끌에 가서 "순수 이성비판은 어떤 책입니까?"라고 질문한다. 조금 전에 장황하게 칸트에 대해서 늘어놓는 것을 보면 이넘이 순수 이성비판을 몰라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다! 이넘은 자기도 칸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질문 아닌 질문을 한 것이다. 

질문을 복잡하게 하거나 길게 하는 넘은 다들 아는 체 하고 싶은 말못할 아픔이 있다. 이런 사람들 가까이 있는 이들은 평소에 이런 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아는 체 하려고 질문 아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다섯째 교활하게 질문한다.

교활한 질문은 질문이 복잡하고 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내가 젊을 날에 교단에 첫 부임을 하니, 싸가지 없는 애새끼들이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가만히 보면 내가 실력이 있는 선생인지 없는 선생인지 그걸 시험하려는 속셈이 역력했다. 그래서 그넘을 불러내서 " 네 질문이 이러이러해서 아주 나쁘고, 너는 정직하지 않는 놈이다"고 설명하고 막대 걸레로 종아리가 터지도록 두들겨 패준 적이 있다. 이런 놈은 지넘이 알고 있는 서푼어치도 안되는 그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선생님을 시험하려 한다. 이런 넘은 친절하게 대답해줄 것이 아니라 혼을 내줘야 한다. 

여섯째 요령부득으로 질문한다.

질문을 간단명료하게 하지 않아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무슨 질문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질문을 한다. 이런 넘들은 말로 할 때도 그렇지만 글로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글로 하는 질문을 받는 수가 많다. 그럴 때 이런 넘을 만나면 골이 딱 아프다. 문장이 너무 길어서 문맥을 파악할 수 없거나 주어가 빠져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거나, 중언부언하여서 헷갈리게 하거나, 호응이 되지 않아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종잡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런 넘이 골 때리게 하는 또 하나는 남의 글을 잘못 읽고 잘못 해석하여 그 위에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덧붙이는 것이다. 이런 넘의 공통점은 머리가 나쁘거나 정리하는 기술이 모자라기 때문이지 싶다. 머리가 나빠서 자기 머리 속에 있는 생각 자체가 정리가 되지 않아 복잡하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려니 요령부득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주변이나 글 재주가 없어서 요령부득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곱째 뭘 잘못 알고 뚱딴지 같은 질문한다.

우리말에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게 있다. 그리고 "손에 쥐어 줘도 모른다"라는 말도 있다. 이런 말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곰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질문도 어떤 경우는 좀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뭘 어설프게 알고, 어설픈 질문을 하고, 잘 못 알고 질문을 잘못 하는 이가 더러 있다. 이런 인간들은 자기가 아직 설익었거나 한참 공부를 더 해야 함을 모른다. 만약 이런 인간이라도 자신의 급수를 제대로 알면 질문을 더 신중히 하고 똑바로 할 것이다.
 
그런데 자기 주제 파악이 잘 안되기 때문에 뭘 잘못 알고 그 잘못을 바탕으로 질문을 한다. 그러니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이미 질문하는 넘이 뭘 잘못 알고 하니 대답을 하면 그놈만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제대로 아는 넘에게 대답을 하면 제대로 알아듣는데, 잘못 알고 있는 넘에게 바른 대답을 해도 그넘이 이미 기본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바른 대답도 소용이 없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도 안타깝다. 대답하려니 난감하고 안하려니 답답하기 때문이다. 

여덟째 제 자랑하면서 질문한다.

제일 같잖은 인간이다. 이넘 들은 자기가 아는 허접쓰레기 같은 지식 나부랭이를 자랑하고 싶어서 꼭 질문할 때 티를 낸다. 이런 넘들은 질문 속에 제 유식을 자랑하는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 

순진한 사람들은 이런 넘들에게 잘 속아 넘어간다. 이는 마치 멍청한 년들이 좋은 외제차 타고 나타나는 재비 오빠에게 잘 넘어가는 것과 같다. 이런 넘들 질문에는 꼭 서양 사람 이름이 나오고 영어 술어 섞여 있고, 서양 사람 학설을 인용한다. 이 대목은 사람 구역질 나게 한다. 시체말로 꼴깝 떠는 것이다. 

아홉째 횡설수설하면서 질문한다.

앞서 말한 요령부득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면이 있다. 횡설수설하면 요령부득이 되지만, 약간 다른 것은 말이 많고, 중언부언하여 질문이 지루하다. 앞에 할말 뒤에 하고 뒤에 할말 앞에 하는 바람에 헷갈리고, 이넘 질문이 어느 게 제일 중요한 것이고 어느 게 두 번째 중요한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질문에 대답할 때 가능하면 조목조목 나누어서 하려고 애를 쓴다.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주간현대"에 매주 성상담을 해오면서 대답할 때 조목조목 나누어서 했더니 내 대담이 명쾌하다고 반응이 제법 좋았다. 

열째 시비하고 뎀비면서 질문한다.

쥐뿔도 모르는 넘이 질문을 하면서 꼭 시비를 건다. 이런 넘은 아무한테나 뎀빈다. 고참인지, 형뻘인지, 삼촌인지, 싸부인지도 모르고 죽을똥 살똥 모르고 뎀빈다. 내가 자주 하는 말로 무림에는 고수가 얼마나 많은데, 함부로 껍죽대면 어느 귀신이 잡아가는지도 모르게 잡혀가는 게, 천지 기별도 모르고 고수한테도 겁 없이 뎀빈다. 

질문을 잘 하려면 위에서 지적한 나쁜 요소를 다 걷어 내고 하면 된다. 어린애가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더 간단히 말하면 모르면 모르는 놈답게 제가 뭣뭣에 대해 모르니 한 수 갈차줘요 하는 마음으로 하면 된다. 헛소리로 사족 붙이지 말고 모르는 것만 질문 하거나 알고 싶은 것만 질문하면 된다. 

특히 고수 앞에서 어설프게 폼 잡고 질문하면 고수는 코로 들으면서 속으로 "미친 넘!"하면서 정답을 절대로 안 가르쳐 준다. 이는 고수가 마음씨가 나빠서가 아니라 질문하는 넘이 소중한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 보면 세상에는 꽁짜는 아무 것도 없다!(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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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네 2010/06/23 [15:49] 수정 | 삭제
  • 음..읽으면서 공감 되는 부분은 많았어요! 그런데 좀 말을 ㅠ막하셔서 ㅠㅠ듣기 좋은말로 쓰셨다면 좋은 글일꺼 같아요.
  • ddd 2010/02/25 [13:54] 수정 | 삭제
  • 그냥 자기 기분푸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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