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삼팔선 이남에서 골뱅이 제일 잘 무치는 툇마루집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23)

송현(시인. 본사 주필) | 기사입력 2009/01/05 [11:47]

 
▲ 송현(시인. 본사 주필)   © 브레이크뉴스
2004년 6월 어느 날, “다음” 안에 있는 내 팬클럽 카페 회원이 1만명 돌파를 자축하는 행사 준비 차 카페 운영진이 서울 인사동에서 모이기로 했다. 김영오 회장님, 천연여왕님, 무문님 그리고 내가 경인미술관 초입에 있는 보리수 찻집에서 만났다. 

내가 말이 시인이지 그리 이름난 시인도 아니고 이름난 작가도 아닌데 내 팬클럽 회원이 1만명이 넘었다는 것은 아무도 믿기 어려운 일이지 싶다. 사실 나도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다. 1만명의 회원은 내 문학 작품의 팬이 아니라 내가 쓴 여성중심의 사랑법 인 ss이론을 읽고 공감하고, 더 배우려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지 싶다. 한 해 전에 일간 스포츠 지면에 연재한 여성 중심의 사랑법인 “ss이론”이 장안의 화제를 슬슬 불러일으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카페 회원이 금세 1만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 동안 카페를 이끌어온 카페지기 김 영오 회장님의 나에 대한 애정과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카페 회원이 1만명으로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중요 안건을 대충 의논한 뒤, 저녁 때가 되자 막걸리집으로 자리를 옳기기로 했다.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인사동은 내 무대이다. 내 입으로 이딴 소리하기는 좀 부적절하지만, 유명한 산악인이자 미술평론가인 박 인식 선생이 경향신문에 1년 간 “인사동 불루스”를 연재할 때, 인사동에 어슬렁거리는 문화 예술인 중에서 터주대감이나 기인 여나므명을 선정하여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 나도 인사동 명물(?)로 소개를 할 정도였으니 인사동이 내 무대라는 표현이 그리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일행은 인사동에서 된장비빔밥으로 유명한 “툇마루”로 갔다. 이집은 된장비밤밥을 예술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인사동 하면 엔간한 사람은 이집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인사동에 얼쩡거리는 사람치고 이집 된장 비빔밥 한 두 번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우리는 소주와 안주로 골뱅이무침와 북어탕을 시켰다. 얼마 뒤에 술과 안주가 나왔다. 내가 골뱅이무침을 한 젓갈 집어서 먼저 시식해 보았다. 맛이 아주 훌륭했다. 그 다음에 북어탕을 시식해 보았다, 역시 맛이 좋았다. 

그런데 골뱅이무침 맛은 대단했다. 내 혀끝이 황홀했다. 나같은 미식가가 이렇게 맛있는 골뱅이 무침을 툇마루에서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라면 행운이고 축복이라면 축복이다. 그래서 종업원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가 우리 쪽으로 왔다. 내가 물었다.

"아주머니. 이 골뱅이 무침 누가 했어요?"

아주머니는 잔뜩 겁에 질린 눈치였다. 혹시 음식에 벌레가 들어갔거나 머리카락이라도 있어서 나무라는 줄로 알고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나는 표정을 부드럽게 해서 다시 물었다.

"아주머니, 이 골뱅이 무침 누가 무쳤어요?"

"왜요?"

그때까지 아주머니는 계속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를 빨리 해방시켜주었다.

"아주머니, 겁먹지 마셔요. 칭찬하려고 해요."

"?"

"아주머니, 이 골뱅이 무침이 너무 맛있어서 그럽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손가락으로 주방을 가리켰다.

"주방장이 했어요."

"주방장께 제 말을 정확하게 전해 주셔요 .이 골병이 맛이 인사동에서 최고라고요. 아니, 인사동에서 최고가 아니라 삼팔선 이남에서 최고이지 싶어요. 그리고 5.18 이후로 내가 먹어본 것 중에서 최고로 맛있는 골뱅이무침 입니다.“

아주머니는 내 말이 너무나 뜻밖이라 그런지, 아니면 너무 과찬을 해서 믿어지지 않았는지 어리둥절하였다. 칭찬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으면 아첨으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

“내가 여기 저기 다니면서 골뱅이를 많이 먹어보았는데 대부분 새콤달콤하게 해요. 그것은 골뱅이 맛을 쥐뿔도 모르는 얼치기들이 무친 거예요. 정통 골뱅이 맛은 새콤달콤하지 않아야 해요. 이 집에서 새콤달콤하지 않게 무친 이것이 바로 오리지널 골뱅이 맛이고, 표준 골뱅이 맛이예요. 이렇게 무치는 것이 골뱅이 무침의 정석입니다. 그리고 여기 넣은 포도 싸구려 포가 아닙니다. 보통 골뱅이 무칠 때 황태포 따위를 쓰는데 이집에서는 황태포가 아니라 알포입니다. 황태포보다 알포가 아마 몇 곱절 비싸지 싶은데, 그 비싼 알포를 썼어요. 거기다가 파를 쓴 정교한 솜씨가 일본 사무라이 칼 솜씨 내지는 한석봉 어머니 떡 쓸던 솜씨 수준입니다. 내가 5.18 이래로 이렇게 맛있는 골뱅이 맛은 처음 봅니다. 내 입 안도 황홀하고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러니 주방장에게 가서 제가 그런다고 주방장님이 삼팔선 이남에서 골뱅이 제일 잘 무치는 분이라고 해주셔요."

그러자 아주머니도 활짝 웃으면서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 주방장 요리 솜씨 좋아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를 불러 세웠다.

"아주머니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이집 사장님께 제 말을 전해주셔요. 이집 주방장이 골뱅이 무침을 최고로 잘 무치고 북어탕도 아주 맛있게 잘 하니까 이달 말에 특별 보너스를 좀 주면 좋겠다 건의해 주세요."

"예"

아주머니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갔다. 

우리는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술을 계속해서 마셨다. 한 십분 쯤 뒤 아까 그 아주머니가 손에 세숫대야만한 접시를 들고 우리 쪽으로 왔다, 해물파전이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주방장이 선생님 너무 멋지시다고 써비스로 드리는 거예요."

그 순간 회장님과 천연여왕님, 무문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중에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도 전에 맛있다고 칭찬했는데 우리는 안 주고...."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송현 선생님은 정말 고수이십니다. 우리가 선생님께 ss이론만 배울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 바람에 더 기분이 좋아서, 소주를 두 병 더 마셨다.(www.songhyu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