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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형',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의 방정식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상영작 - (1) '씨네 클래식' 초청부문

정선기 기자 | 기사입력 2009/08/29 [14:09]
제 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 2009) '씨네 클래식' 섹션에 초청된 영화 <사랑의 유형>은 지난 1960년대 베니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휩쓸었던 영국 출신 존 슐레진저 감독의 두번째 영화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의 방화를 보는 듯 극중 두 남녀가 지닌 사랑에 관한 보편적 정서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형식을 지나가면서 성장통을 겪는 남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조명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 남, 그리고 반려자를 배려하고 독립된 가정을 꿈 꾸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존 슐레진저 감독은 우리나라 영화팬에겐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명화 <미드나잇 카우보이>(1975년)와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의 스릴러 <퍼시픽 하이츠>(1990)을 연출한 작가로, 그의 감독 데뷔작 <기차역>에서 노동자 계급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와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다.
 
이 영화 <사랑의 유형>은 그에게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안겨줬으며 서로 다른 성장배경의 두 남녀가 호감을 갖고 사랑과 갈등을 반복하며 '속도위반'으로 생긴 아이로 인해 결혼하게 되면서 겪는 일상을 연출하고 있는데, 장난끼 어린 배우들의 표정과 한국 영화에서 봤음직한 남녀간의 상황으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머금을 수 있다.
 
감독은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연인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지난 50여년 동안 스크린에서 가장 많이 그려졌을 '사랑'을 주제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의 갈등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해냈다.

존 슐레진저 감독은 최근작인 9년전에 톱스타 마돈나 주연의 로맨스 영화 <넥스트 베스트 씽>에서는 해체되어 가는 현대 가족사회를 동양적 정서로 조명하기도 했다.

▲ 올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씨네 클래식' 섹션에 초청된 영화 '사랑의 유형'     © chiffs 2009

잉그릿과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빅은 오래도록 호감을 지닌 그녀에게 3펜스가 없다며 버스요금을 빌려내면서 비로소 작업을 건다. 잉그릿 역시 빅이 싫지 않았던지 첫 만남에서 마을의 반대편에 사는 그가 같은 방향이라며 집까지 바래다주자 이후에 영화관에 함께 가자면서 애프터를 신청한다.
 
먼 길에도 불구하고 전력 질주를 하면서 리듬감을 타는 빅의 발걸음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고 이제 막 사랑을 알게된 청년의 가슴 설레이는 사랑의 과정에 궁금해한다.
 
너무 달콤했던 까닭일까. 절대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이들의 사랑은 이후부터 소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이 서로 다른 성장환경과 사고방식을 지닌 여자와 남자가 본격적으로 갈등하고 문제를 풀어가고 화해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한 권의 소설을 보는 듯하다. 맞다, 이 영화는 1960년대의 스탠바도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화성인을 대표하는 남자는 여자와 단둘이 함께 하고 싶고 그녀를 사랑할수록 소유욕과 함께 공격적인 성향이 터지는 반면 잉그릿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정상적인 결혼을 꿈꾸면서 혼전 잠자리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고 빅과 어울리는 시간 뿐 아니라 귀찮긴 하지만 동성의 친구들과 쇼핑과 수다를 좋아하며 자신이 남자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집중해 들어주길 바란다.
 
잉그릿을 향해 수컷 특유의 공격적이고 불타오르는 듯한 빅의 사랑은 그 만큼 위기의 순간에는 불이 꺼지듯 식기 마련. 둘의 만남에서 주도적이었던 빅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며 '이유없는 반항'을 하고 데이트에서도 여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만간다.
 
파티 장소에서조차 '소, 닭보듯 하는 남자'에 대해 잉그릿은 과거 어른들이 집을 비운 사이 빅과 잠자리를 한 결과,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발목잡힌다는 생각에 그녀를 멀리했던 빅은 현실을 수긍하게 된다. 
 
 영화 초반부 여동생의 결혼식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하고 싶었던 빅과 잉그릿은 혼전 순결을 강조한 당대 천주교회의 결혼식 관례로 인해, 책임감에 따라 양가 부모가 입회한 가운데 혼인 서약을 하며 단체 허니문 버스 일행에 끼여 신혼여행을 떠난다.
 
작가는 영화 <사랑의 유형> 프롤로그에서 빅의 여동생 결혼식을 정상적인 연애와 결혼의 과정이라 생각했던 걸까.
 
동생의 결혼식에 서로에게 호감을 보였던 빅와 잉그릿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에 골인하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독립된 가정을 꾸린 여동생과 달리, 형식적인 혼인 서약과 초라한 허니문으로 이어지는 연인의 사랑을 또 다른 '사랑의 유형'으로 정의하는 듯하다.
 
그리고 빅의 처가 즉, 잉그릿의 집에서 신혼을 시작한 연인들에게 독립되지 못한 불안감과 주변을 겉도는 빅으로 인해 잉그릿의 유산으로 급기야 빅이 장모에게 욕설을 내뱉고 가출하는 위기에 이르며 과연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결말을 맺게 될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가출한 빅은 막상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고 부모님이 계신 친가와 여동생의 집에 문들 두드리지만 외면당하고 '몇일간 재워줄 수는 있지만 잉그릿과 풀어야 할 문제'라는 동생의 충고 속에서 감독은 여동생을 통해 빅에게 비로소 '사랑의 책임'을 묻는다.
 
▲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정향(문채원 분, 사진 왼쪽)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윤복(문근영 분, 사진 오른쪽)     © sbs
이 장면은 우리나라의 통속 드라마나 영화 <님은 먼곳에>에서 극중 순이(수애 분)가 소박맞아 친정을 찾지만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해 남녀가 뒤바뀐 상황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극중 남장여자 윤복(문근영 분)과 기생 정향(문채원 분)의 만남을 일컫는 '작업의 5단계 법칙'에도 이 영화 <사랑의 유형>에서 빅과 잉그릿의 만남은 그대로 대입된다.
 
시대를 초월해서도 남녀가 사랑을 이뤄가는 유형은 전형적이면서도 맞부딪히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낳는 것 아닐까. 영화 속에서 누추하지만 자신 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는 빅와 잉그릿의 모습은 그래도 희망적인 '사랑의 유형'이라 할 것이다.
 
** 영화를 통해 본 '작업의 5단계 법칙' **
 
1.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정한다.
2. 우연을 가장한 탐색전
3. 첫 만남에서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라
4. 반응이 있으면 강하게 밀어부쳐라, 리드를 하든 모성애를 자극하든지..
5. 상대방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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