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업계, 활성화 차원 ‘입지규제 완화’ 정부에 요청
환경단체 “친환경에너지가 되레 환경 파괴하다니” 반박
|
‘말’도 많고 ‘탈’ 많은 풍력…환경부 산림청도 난색 표명
전국 풍력단지 갈등 속출, 정부 차원의 해법 제시 절실
풍력발전시설의 자연공원 내 입지 가능 여부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시설로 인한 산림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친환경에너지를 갈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업계는 풍력발전이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임을 내세우며 정부를 상대로 “(입지 관련) 정책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며 수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풍력발전 업계는 현재 입지 선정 때문에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역주민의 풍력발전 시설에 대한 님비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곳도 많다.
김태호 (사)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입지 문제로 인해 풍력발전의 보급 확대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 전망하고, 정부 차원의 해법 제시가 절실함을 강조했다.
풍력발전산업 육성 왜?
온실가스 감축 압력과 에너지 위기 등으로 세계가 친환경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친환경에너지를 얼마나 개발할 수 있느냐가 각국의 미래는 물론 지구촌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은 “가장 큰 잠재력과 뛰어난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람이 강한 곳은 언제 어디서나 발전이 가능하고, 2mw급 풍력발전기 1대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숲 110만평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선진국들도 너도나도 풍력발전 정책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 역시 3면이 바다이고, 국토의 70%가 산학지형인 우리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고 풍력발전 산업을 지원 종용하고 있다.
최근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국회 ‘풍력발전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풍력시장은 높은 경제성을 기반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35%의 고성장을 시현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도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후발국으로써 경쟁력이 남보다 못한 수준이긴 하나, 최근 정부와 업계의 투자 확대로 2mw급 대형 육상풍력 시스템 국산화가 완료 단계에 있다”면서도 “다만, 개발상품의 사업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실증 및 시범단지, 해상풍력 가시화, 핵심부품 국산화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풍력발전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업계 역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국제협력에 참여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 생산으로 친환경 효과가 크고 경제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도 확보할 수 있다”며 풍력발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와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향후 전통적 에너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하며, 연구와 기술개발에 의해 공급량과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풍력발전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입지규제 완화 ‘논란’
그러나 최근 풍력발전의 국내 보급 활성화를 위해 입지 제한을 완화하고, 입지와 건설에 관련된 법령을 정비하고, 풍력발전 후보지를 적극 발굴하는 등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풍력발전시설이 과연 친환경에너지인가”라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완화해서라도 시설을 꼭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굳이 상당한 환경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구정회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부회장은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풍력발전산업 활성화를 위해) 문화재보호구역 자연공원 군사보호구역 등과 같은 각종 보호구역일지라도 지정 목적에 지장이 없는 지역일 경우 입지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인허가 규제 사항도 너무 과다하니 통폐합 내지 간소화 해줄 것을 덧붙였다.
특히, 국내 유망한 풍력발전단지 후보지를 적극 개발할 것을 주문하면서 “자연공원구역일지라도 핵심보전지역이 아닌 초지 휴게소 농지 등 이미 개간 또는 개발된 상태라 추가적인 자연훼손이 없는 지역에 대해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허용해 줄 것”을 주장했다.
정치권도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환노위 박대해 국회의원을 비롯한 32인은 ‘공원자연환경지구 중 추가로 자연훼손을 유발하지 않는 지역에 풍력설비의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공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 역시 “우선 규제 완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훼손 문제, 주민 민원제기 등의 문제를 관련부처 및 전문가와 함께 충분히 검토한 이후 추진해야 할 것”이란 신중론 속에서도 “국내 풍력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만들어 가겠다”고 밝혀 규제 완화의 여지를 남겼다.
환경단체 일제히 ‘반박’
정치권과 업계, 정부 일각에서 조차 풍력발전산업 활성화를 빌미로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듯하자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에서 공급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중 현 시점에서 가장 경제성과 현실성이 높은 분야가 풍력발전 분야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생태계 파괴, 지역주민의 민원 등 적지 않은 입지선정 갈등을 겪고 있다”며 이를 간과해선 안 됨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친환경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면 누가 동조하겠느냐”며 “풍력발전시설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란 표현까지 쏟아냈다.
녹색연합측은 “입지선정 과정에서 환경파괴 논란을 극복하고, 지역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입지선정에 대한 원칙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안을 제시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의 녹색가치와 재생에너지 확산이란 녹색가치가 충돌할 경우 어느 것이 더 근본적인 가치인가를 판단하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그리고 대안에너지인 풍력발전은 말 그대로 대안 마련이 가능한 에너지인데 반해 자연공원지역 등의 생태계는 대안이 가능하지 않고 반드시 보전해야 할 지역으로 선정해 국가에서 관리하는 만큼 “풍력단지 건설과 백두대간 등의 보호 가치가 충돌할 경우 백두대간 등의 보호가 보다 근본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그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사)에너지나눔과평화’측은 ‘파괴되는 수림은 어느 정도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은 없는가’와 ‘수림의 환경적 가치를 보완할 수 있는 추가 환경투자를 기업이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제기된 ‘소음과 저주파 문제는 어떠한가’ 등 여러 쟁점에 대한 사회적 협의가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환경부 산림청도 ‘난색’
환경부와 산림청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박대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원자연환경지구 내 풍력설비의 설치를 가능’토록 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에 대해 “자연공원에 설치하는 것은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크게 훼손하게 돼 신재생에너지 확보로 얻게 되는 이득보다 우리와 우리 후손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훼손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검토의견을 내놓았다.
풍력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대체에너지이
자 청정에너지란 점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널리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국토면적의 5.1%에 불과한 자연공원은 자연생태계나 자연 문화경관이 수려한 지역을 지정 운영하는 만큼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할 수 있도록 보전 관리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일례로 풍력발전의 경우 발전기 1기당 256㎡의 면적이 필요하고,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수십기를 설치해야 한다. 또 내륙지역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경우 원활한 풍력자원을 얻기 위해 산 정상에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높이 80―100m에 달하는 풍력타워를 설치하기 위한 대형 크레인의 진입로와 송전탑, 관리동 등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연공원의 파괴와 훼손은 당연한 결과다.
산림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풍력발전은 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등이 좋은 입지이며, 사업 성격상 능성에 입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 등 주요 능선은 생태계의 연결축으로 반드시 보전돼야 할 지역이다. 급경사가 많은 우리의 산지 특성상 풍력발전 시설 설치를 위한 진입로 등으로 인해 산지훼손, 산사태, 생태계 파괴의 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청정에너지 공급이라는 가치와 산림생태계 보전이란 가치가 충돌해 이를 어느 범위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라 밝히고, 산지에서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시설 설치를 방지하기 위해 발전시설 입지조건을 제한하고, 풍력발전시설을 위한 진입로 및 부대시설의 설치를 허용하되 재해 발생이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산지관리법을 개정 중이라 덧붙였다.
논란 해소 어떻게?
당분간 풍력발전 시설의 입지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향후 풍력발전시설과 관련된 갈등과 논란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풍력단지와 관련한 갈등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고 △백두대간, 국립공원, 낙동정맥 등 주요 생태축을 보전하는 것과 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을 확대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중 어느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 △소음, 농작물 피해 등 지역 주민의 삶에 대한 피해 여부 △입지허가 과정에서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입장 차이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녹색연합측이 갈등해소와 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제안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풍력발전기 설치 가능지역과 금지대상 지역을 명확히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백두대간 및 정맥 핵심구역은 대상지에서 제외하고, 자연공원지역 역시 설치 대상지에서 제외하고, 해상풍력단지 설치 기준 및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 현행 규정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으로 100mw 이상일 경우 혹은 산지관리법에 따른 산지전용허가 면적이 20만㎡ 이상인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풍력단지 건설사업에 적용할 수 없는 점을 감안 보다 엄격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풍력단지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논란에도 불구하고 98mw인 대관령풍력단지는 환경영향평가대상이 아니다. 녹색연합은 이외에도 △송전선로 건설 부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삽입 △발전기 1기당 산림훼손 허가면적 규정 △지역주민 수용성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 △지역자립형 발전단지 조성 확대 등을 제안했다.
전국 곳곳에서 문제 발생
현재 우리나라는 자연공원 이외의 지역에 총 12개의 풍력발전단지가 보급돼 있다. 강원도가 가장 많아 대관령 매봉산 강원 효성 양양 태기산풍력단지 등 6곳이 있고, 앞으로 오대산풍력단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어 제주도가 행원 성산풍력단지와 한경풍력단지1-2단계 등 4곳, 경상북도 영덕풍력단지 1곳, 전라북도 전북풍력단지 1곳 순이다.
이들 풍력단지들은 지금껏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고, 풍력발전을 둘러싼 갈등도 많았다. 유니슨이 시공한 대관령풍력단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지나는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건설하는데 대해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입장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후 토론회와 간담회, 현지답사 등을 진행하며 풍력발전기 설치 예정지 일부를 조정한 선에서 풍력단지 조성이 이뤄졌다. 이는 재생에너지와 생태계 보호 사이에서 발생한 첫 갈등 사례로 기록됐다.
그리고 제주 난산풍력단지와 영양풍력단지는 산림경관 및 생태계 훼손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주민들과의 갈등을 초래했다. 제주 난산풍력단지는 지역 영농조합에서 소음으로 인한 가축피해를 이유로 시공업체인 유니슨과 심각한 갈등을 발생,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이 진행됐으나 아직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의 반대로 사업에 차질을 빚은 최초 사례로 꼽힌다.
악시오나가 시공한 영양풍력단지는 진입로 개설 등으로 대규모 산림이 훼손됐고, 산 정상에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산사태 등 재해발생 우려가 높아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
특히, 백두대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생태축인 낙동정맥 마루금을 지나는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건설했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부 발전기 설치와 관련해 사전환경성검토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고,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하지 않아 문제가 컸다.
더 나아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지 않아 기소됐지만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고,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이 진행돼도 벌금 정도로만 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또한, 녹색연합의 조사 과정에서 이미 공사가 진행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인 노랑무늬붓꽃 군락지가 발견되는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역임이 확인되면서 갈등은 더욱 확산됐다. 지난해 말까지도 지역주민과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이외에도 풍력발전과 관련해 사업추진이 발전허가와 산지전용허가로 이원화 돼 발전허가를 받더라도 산지전용허가기준에 저촉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심지어 발전시설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발전시설이 아닌 수목 굴취에 목적을 두고 편법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울진에서 발견됐다.
<주간현대> 박순주 기자 parksoonj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