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묵언’ 행보가 길어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중진협의체 출발부터 박 전 대표는 현재까지 지속 ‘침묵’하고 있다. 최근 법정스님 입적 때 ‘글’로서 잠깐 심경을 표했을 뿐 ‘입’을 계속 닫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정치적 배수진을 친 세종시 불씨가 잠시 숙진 탓도 있지만 재 점화는 ‘초’만 다투는 형국이다. 그러면 중진협의체의 해법을 박 전 대표가 수용할까. 이도 그간의 극렬한 이전투구를 희석하거나 대 국민 ‘명분’으로 작용하기엔 미약한 측면이 크다.
또 이미 정부가 수정안을 가결했고, 중진협의체의 합의점 및 여권주류의 선택 등과 맞물린 채 국회제출 시기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파의 당초 시나리오대로 4월 국회에 제출될 수도 있고, 6월 고지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측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모처럼 ‘세종 숲’에서 벗어나 전체구도를 관망하며 다음 행보를 가다듬을 여유를 갖게 된 형국이다. 마치 심모원려(深謀遠慮)의 모양새다.
그러나 반면 여권의 6·2지선 악재는 돌출될 대로 된 ‘첩첩산중’ 상태다. 6·2지선의 ‘시한폭탄’인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현재 초특급 변수로 부상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공방전과 무상급식, 사법개혁안 논란 등 ‘지뢰밭’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어쨌든 여권의 당면과제는 코앞에 닥친 6·2지선이다. 지선의 성격상 전통적으로 여권이 불리하지만 향후 국정공백을 생각하면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여권주류 입장에선 ‘선거의 여인’ 박 전 대표의 힘이 절실하지만 그간 뿌린 ‘업보’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 와중에 박 전 대표는 6·2구도에서 철저한 ‘줌 아웃(zoom out)’을 견지하고 있다. 영남권 특히 대구지역 친朴기류가 이를 단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대구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달성군)가 있는 정치적 둥지이자 상징성도 크다. ‘朴心’이 내포된 ‘朴風’의 위력은 지난 총선에서 이미 입증될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대구시장 경선을 앞두고 친朴 현역의원들이 꿈쩍도 않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던 친朴현역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거두고 있다.
이는 친朴현역들이 6·2지선이란 국지선 대신 차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소모성 국지전 대신 2012 본게임에 전력하겠다는 의중으로도 풀이된다. 광역단체장보단 현역 국회의원 타이틀이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크단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상기 카드 대신 회자된 ‘김재원 카드’의 급작스런 접음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가 ‘朴心’인지 의원들 자체 결의인지는 ‘추정’과 ‘설(說)’만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론 친朴 김관용 경북지사-친李 김범일 대구시장의 현 구도가 그대로 재연될 조짐이다. 비록 야당 때였지만 사실상 지난 제4회 지선에서 한나라의 압승은 박 전 대표의 공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金-金라인’도 그 당시 산물이다. 그러나 정작 07년 대선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패했다. 시쳇말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 당원들은 손을 들어줬지만 여론전에서 패한 그때 일은 재차 곱씹고 싶지 않은 뼈아픈 수업이 됐다. 또 여성의 몸으로 얼굴까지 훼손당하며 집권을 도운 그의 ‘공과’도 후에 철저히 무시됐다. 박 전 대표는 ‘신뢰-배신’의 단상에 유독 민감한데다 타협 자체가 불가한 정치적 ‘기율(紀律)’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로 봐선 박 전 대표가 6·2지선에 ‘줌 인(zoom in)’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배신’의 지난 학습효과도 있지만 차기를 노리는 입장에서 굳이 지선에 개입했다 책임론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뭣보다 지난 야권시절부터 오늘날 한나라를 있게 한 ‘공과’는 약속된 ‘국정 동반자’도 아닌 ‘배신의 칼날’로 돌아왔다. 그러나 ‘태업-지원’ 여부는 세종시의 결자해지 ‘틀’에 따라 여전히 반반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물론 ‘수정안의 포기’나 전체당원들의 ‘요구’란 ‘큰 명분’이 있을 시엔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어쨌든 ‘朴중립’의 현 구도가 지선까지 연계될 시 한나라로선 비상이다. 물론 그간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주류가 뿌린 ‘업’에 대한 당연한 ‘사필귀정’이자 ‘부메랑’이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말’ 또는 ‘읍소’가 전통적으로 여권이 아킬레스인 지방선거 구도에 반전을 기대할 만한 ‘카드’임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현재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틀’을 풀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한나라의 ‘속’은 계속 타들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매파가 수정안의 4월 국회제출이란 무리수를 던질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로 봐선 일단 제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출된들 현 구도로 봐선 국회통과 자체도 불가능한 상태다. 더욱이 중진협의체의 합의점 도출 및 시기와 향후 박 전 대표의 수용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여권매파 입장에선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입장이다. 딜레마가 크다. 6·2지선을 포기하자니 이는 곧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과 직결되는데다 기존 ‘보호막’이 없어짐을 의미한다. 또 작금에서 u-턴은 곧 차기를 포기하는 동시에 뿔뿔이 흩어져 각개약진할 수 밖에 없는 길목으로 내쳐짐을 의미한다.
결국 ‘6·2지선 vs 2012 차기’냐를 두고 이 대통령과 여권매파의 정치력 및 선택만 남은 형국이다. 일단 선취 ‘키’는 박 전 대표가 쥔 형국인 가운데 최종 반전의 ‘키’를 누가 쥘지에 국민적 이목이 쏠려있다. 박 전 대표의 ‘묵 언행’이 풀릴 시점이, 또 만약 기자회견 형식을 띤다면 그 ‘키’싸움의 정점이 될 공산이 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