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볼리우드 영화라 불리우면서 헐리우드 영화 못지 않게 세계적으로도 작품성과 실험성이 뛰어난 인도 영화가 국내 영화팬들에게 소개된 것은 각종 영화제에 초청된 설화와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개연성있는 스토리와 리드미컬한 안무가 주를 이루는 영화들이었다.
올해 제 11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된 인도 영화 <그 남자의 여자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은 사람, 동물에 대한 공포감을 재료로 현대인들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상징적인 우화로 해석해 세가지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 나간다.
감독은 <나무 위의 방><그 남자의 여자><100와트의 전구> 등 세가지 에피소드 속의 등장인물을 통해 과거로부터 계속 현대인들에게 이어져 전해져온 다양한 공포감에 관한 우화에 이미지를 덧입힌 영화적 장치로 변형시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주문을 외우는 듯하게 낮게 깔리는 몽환적인 배경음 사이로 감독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폐쇄적이고 좁은 공간에 놔두고 극단적인 공포감으로 밀어 넣는다. 첫번째 이야기 <나무 위의 방>에서 다세대 건물 옥탑 좁은방에 사는 남자가 겪는 동물과 대인 기피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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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창문이 없는 창살을 통해 신문 등 일용품을 도드레식 양동이에 배달받을 때마다 날아드는 새가 집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강박과 집 어딘가에 쥐가 들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원치 않는 이주를 해야하는 불안감이 좁은방에서 커지는 남자의 동공을 통해 전달되고 결국 자신의 영역을 잃고 이사하게 된다.
인류가 태초 이래로 갖는 '정착'에 대한 강한 욕망이 자본이나 외압으로 인해 억압되고 이로 인해 떠돌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관계를 그리고 있고 대인 기피가 불러오는 고독감은 극중 남자가 아래 층에 사는 여자와 교감을 통해 향후 일어날 관계를 추측하게 만든다.
이번 에피소드는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있는 여자를 묘사했던 한국영화 <김씨 표류기>와 많이 닮았다. 즉, 현대인들이 만든 문명의 이기 '인터넷'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게 하면서 더욱 많은 사이버 공동체를 만들고 얼굴을 맞대지 않는 사이버 세상에서 또 다른 욕망과 소통을 꿈꾼다.
그리고 두번째 에피소드 <그 남자의 여자>에서 사랑이 변해 애증으로 변해버린 아내에게 갖는 남자의 강박을 그려냈다. 극중 남자는 아닌 척 하면서도 아내의 문신에 새겨진 그녀의 이름을 지우고 싶어한다 친구에게까지 고민을 털어놓은 다음 아내의 팔을 자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불안감은 망사나 철장 등 왜곡된 영상으로 묘사된다.
이 또한 현대인이 갖는 또 다른 컴플렉스나 스트레스 증후군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던 연인으로부터 실연당한 연예인,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리고 뒤돌아선 부부 등 다양한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연상된다.
얼마 전까지 소통과 스트레스 해소로 각광받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옐로우 저널리즘의 폐해로 인해 일부 톱스타들의 프라이버 침해 논란 등으로 스트레스 증후군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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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세번째 에피소드 <100와트의 전구>에서 공포감이 가장 극대화된다. 영화 내내 잠을 자고 싶다는 한 여자가 엔딩 장면에서 매춘을 위해 여자를 찾은 남자를 죽이고 죽은 듯 고요히 잠들어 있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극중 남자는 매춘을 강요하면서 대화를 시도하지만 여자는 손님에게도 계속 잠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이러한 기이한 이야기들이 옆 사람에게 전해진다. 잠이 부족한 여자가 깨어나지 않아 관계를 이룰 수 없는 남자의 심리는 남자가 그를 둘러싼 주변사람들로부터 갖는 불안감은 현대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갖는 균형을 잃은 양방향식 소통의 사례와 닮아 있다.
영화 속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잘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들 주변의 공간이 지닌 상징성은 그들의 관계를 설명한다. 특히 감독은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카메라 앵글 속 화면보다 프레임 바깥의 여백을 더 강조해 화면 속 빛과 어둠을 강하게 대비시킨다.
특히 색채와 빛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이미지와 영화적인 언어를 단순화하고 반복적으로 연출하면서 상황의 대비를 극대화시킨다.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강박과 공포감은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자신들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욕망과 집착의 발현이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 사물과 인간의 관계로 인해 갖는 공포감은 이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매체의 발달로 인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서 구분을 잃고 대인 관계에서 수동적으로 변하고 주변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현대인들이 벌이는 충격적인 실상 등과 닮아 있다. 즉, '세가지 우화'를 통해 우리들의 삶 속에서 관계로 인해 느끼는 공포감을 다소 과장되게 그려내고 있다.
2009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