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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2주년의 단상 ‘신뢰-불신’

정치권 ‘일구이언-말 바꾸기’ 국민 불신 견인 사회 불신비용 증가 주범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0/05/12 [11:22]
대한민국 사회의 불신비용이 무려 3백조에 이른다고 한다. 수치를 떠나 불신풍조는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만연한 채 팽배해져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것에 무관심하다. 사회갈등과 부패가 일상의례 화되다 보니 점차 무감각해 지는 것이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뭣보다 큰 문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엄청난 사회비용을 파생시키고 있는 점이다. ‘신뢰’를 견인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불신’을 주도하면서 주범 역할을 한 것이다. ‘일구이언’ ‘말 바꾸기’를 예사로 일삼는 정치권의 행태가 국민일상 속에 전이되면서 상호불신의 벽은 높아져만 간다.
 
신뢰가 없다보니 각자의 ‘목소리’만 난무한 채 투쟁과 대립국면만 지속되고 있다. <조선일보>의 ‘촛불특집’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국민 등 ‘보수-진보’간 대립이 재 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의 특집은 현재 짜집기 논란에 휩싸여 도마에 올랐다. 이에 <경향신문>이 즉각 반박보도에 나섰고, 여론도 패가 갈려 연일 다툰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기에 일조하고 나섰다. 그는 11일 국무회의 주재석상에서 <조선>의 특집을 공개리에 극찬했다. 또 지난 08년 美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시위와 관련해 “이런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 관련부처가 이와 관련한 공식보고서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는 또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사회발전도 없다”며 “촛불시위는 법적 문제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객관적, 과학적 자료를 만들도록 애써 달라”고 주문했다.
 
‘촛불 보고서’에 담길 내용과 방향은 아직 알 수 없다. 이 대통령이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들의 반성’을 논한 데서 일부 유추할 뿐이다. 그가 이 시점에서 왜 2년 전 일을 새삼 짚고 나섰는지 그 속내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건 그가 2년 전 했던 자신의 말을 재차 뒤집는 행보를 보이는데 있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 당시 5월 대국민담화 및 6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뼈저린 반성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며 두 차례나 국민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그는 또 “저와 정부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작금에 와선 반대로 ‘촛불’ 참여자들에게 반성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나무라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은 국민들을 심히 불편(?)하게 한다. 2년 전 사과는 정치적 난관을 모면키 위한 ‘립 서비스’에 불과했단 말인가. 그가 지난 대선후보시절부터 줄곧 약속하고 주창했던 ‘세종시’의 갑작스런 u-턴으로 인한 국민혼란도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시’를 고리로 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기나 긴 대치국면도 동일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 불신을 스스로 자초하는 형국이다. 잇따른 대통령의 ‘말 바꾸기’에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도통 신뢰를 보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경제난관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혼란과 불신, 자괴감 등은 날로 배가되고 있다.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 사회도덕과 번영의 창조’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원천을 ‘신뢰’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21세기 사회는 산업화만으로 발전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면서 사회적 신뢰도가 사회발전의 기초임을 지적한다.
 
또 한국과 중국을 ‘저 신뢰’ 국가의 대표적 예로 꼽는다. 한국은 산업구조 등의 겉모습만 고 신뢰 국가의 형태일 뿐 기실 국가에 의해 강요된 ‘신뢰’란 것이다. 법제도 및 절차상으론 객관성을 띠면서 외형상 신뢰성을 보이지만 실제 속내는 편법 및 탈법이 판치는 사회가 한국이라고 지적한다.
 
편법 및 탈법의 양태도 다양하다. 말 바꾸기 및 일구이언은 기본인 채 안했다, 모른다, 변명하고, 숨기며, 발뺌하고, 협박하고 밀어붙이기 등등 다채롭다. 관련 사례를 보면 지난 미디어법의 밀어붙이기식 상정시도를 비롯해 청와대의 용산참사 덮기 위한 경찰청에 공문보내기,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등 꼽을 손이 모자랄 정도다. 때문에 정부정책을 국민들이 불신하면서 또 은연중에 이런 불신들이 국민생활에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
 
불신을 신뢰로 바꾸기 위한 근본노력이 없는 한 대한민국은 계속 후진국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을 생각하면 ‘신뢰’는 요원하면서 여전히 그 ‘답’이 보이질 않는다. 국민들 역시도 책임이 있다. 지난 07년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다. 경제논리에 급급해 ‘신뢰’를 뒤로 미룬 선택의 대가는 상상외의 혹독한 양태로 이어지고 있다.
 
좀 이른 감은 있지만 오는 2012대선의 표심코드 접점은 아마도 ‘신뢰’가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저 신뢰 국가’로 지속 추락중이다. 시행착오는 한번이면 족하다.

경북 = 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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