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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독단’과 민심의 ‘재심판’

사실상 6·2민심메시지 거부 후 파장 7·28재보선-2012총선·대선까지 연계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0/06/14 [13:40]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6·2 대국민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국정기조의 대전환’이란 유일한 출구를 거부하며 ‘고립무원(孤立無援)’을 자처했다. 지선패배 후 12일 간의 긴 ‘침묵’ 끝에 내놓은 그의 처방전은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될 개연성만 커졌다. 한국 대표 팀의 남아공월드컵 첫 승전보로 모처럼 ‘미소’띤 주말을 보낸 국민들 얼굴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 대통령은 결국 기존의 타협 없는 ‘불도저’ 성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실 예상은 했다. 사람의 근본성향과 오랜 ‘습(習)’은 쉬이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14일 그가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로, 4대강 사업은 지속 강행할 뜻을 밝혔다. ‘반성-사과’를 기대한 국민들에게 공허함만 더해 줬다. 더욱이 ‘반란’에 나선 한나라당 일부와 ‘여권’을 겨냥한 메시지였다. 또 외견상 안팎의 비난여론 및 압박에 밀려 ‘절반의 선택’에 나선 듯 하지만 진심어린 ‘반성문’이 아니었다. ‘민의수용-진정한 포기’란 접점여지가 어느 하나에서조차 엿보이지 않았다.
 
이는 ‘국책사업’에 대한 그의 가치기준이 도통 애매모호한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적 반발과 논란의 정점에 선 ‘세종시 수정안-4대강 사업’과 관련해 그가 말했다. “지금도 확신을 갖고 있고, 국정 효율 및 국가 경쟁력, 통일 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확신한다(세종시 수정안)”, “생명 살리기 사업, 물과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다(4대강 사업)”라고 했다. 둘 다 그의 가치반열에 나란히 서 있다. 그런데 처리방향은 또 다르다.
 
세종시 수정안 ‘공’을 국회로 떠넘기며 알아서 하란다. 결정을 존중하겠고, 부결되면 따른다 한다. 당초 일을 벌인 당사자(靑·韓매파·친李)중 ‘靑’이 빠지며 뒤처리를 엉뚱한 데로 떠넘기는 형국이다. 실제 현 한나라당과 국회역학구도 상 ‘부결’은 이미 예견돼 온 상태다. 이는 사실상 수정안 추진의 ‘포기’를 함의한다. 그냥 ‘민의’에 깨끗이 승복하고 포기하면 될 것을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내포한 채 재차 한 바퀴 돌려본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대해선 더 많이 소통하고 설득하겠단다. 금번 지선에서 새로 자리한 전국 광역지자체장들(거의 야권·무소속단체장)과의 대화의 뜻도 내비쳤다. 그럼 그간의 일방독주를 인정하겠다는 건가. 것도 아니다. 기존 대비 더 많이 소통하고, 토론 및 의견수렴에 나서겠지만 어디까지나 ‘설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잠시 돌아가겠지만 결코 ‘포기는 없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금번 지선에서 전반적 표심 및 충청권 3지역의 선택에서 드러났듯이 ‘폐기’로 틀이 잡혔다. 또 ‘4대강 사업’ 역시 종교계 전반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 까지 ‘반대’하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아예 둘 다 포기하던지, 아니면 모두 고수하며 소신껏 밀고 나가는 게 맞다. 그런데 하나는 돌리고, 하나는 ‘포기’못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아니다 싶어 그의 긴 ‘장고의 산물(?)’인 연설문을 몇 번이나 곱씹어 봐도 말의 진정성이나 논리적 정합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더 귀담아 듣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포기와 관련해선 “국론 분열이 지속되고, 지역·정치적 균열이 심화되는 걸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다. 동기부여의 조합도 맞지 않다. 전자가 진정한 이유이고 동기라면 4대강 사업도 함께 포기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뭘까. 사실 그간 이 대통령의 긴 침묵에 깔린 ‘복선’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것은 다름 아닌 복합적 정치베이스를 복선에 깔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여권내부의 형세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국회-韓’의 역학구도도 깔려 있다. 특히 후반기 ‘레임덕’을 결코 인정 않겠다는 그의 ‘의지’도 내포돼 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세종시 수정안은 야당과 여권 내 ‘박근혜 전 대표·친朴계’까지 반대하기에 국회 처리여지도 없고 관철도 어렵다. 거센 ‘저지선’을 뚫고 나가기엔 출혈이 너무 크고, 무리수가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다르다. 국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여지도 별로 없고, ‘친朴계’조차 대놓고 반대 않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보단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더욱이 포커스가 ‘입법’에 맞춰진 세종시 수정안과는 달리 4대강 사업은 ‘집행’의 무게중심이 큰 탓이다.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은 부담 없이 한 번 더 ‘국회’로 돌려보고 아니면 ‘버리고’, 반면 4대강 사업은 시간적 여유를 가진 채 돌아가도 ‘갈길’만 가면 되는 것이다.
 
제반 사안을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은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다. 지선패인으로 총체적 자중지란에 휩싸인 여권내부의 ‘교통정리’를 위한 것이다. ‘靑·與인적쇄신’과 관련해서도 단지 ‘기다려 달라’고만 했지 구체적 청사진은 회피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에겐 ‘무 감흥’인 반면 ‘반란’에 나선 韓초선 소장개혁파 입장에선 솔깃한 얘기다. 언뜻 느끼기엔 자신들 요구가 받아들여진 듯 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론은 그가 ‘반란 잠재우기’를 통해 여권내부를 정비하고, ‘레임덕’을 허용 않기 위해 계속 ‘버티기’가 힘들어 시간을 벌면서 한숨 돌리려 나선 것으로 귀착된다. 2차 시점은 아마도 오는 7·28 재보선이후가 될 전망이다.
 
지선패배에도 불구, 이 대통령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그는 당당하다. ‘세종시 수정안 포기-4대강 사업 중단’의 민심메시지가 던져졌음에도 ‘절반의 선택’ 양태로 사실상 거부했다. 때문에 향후 그가 내놓을 ‘靑·與인적쇄신’ 그림도 별반 기대되지 않는다. 韓소장개혁파의 靑쇄신 주 타깃으로 지목된 이동관 수석과 참모진들의 교체여부도 마찬가지다. 남은 그의 임기 내내 요동칠 국정과 민심의 괴리만이 우려될 뿐이다. 여권이 오는 7·28재보선은 물론 2012 총선 및 대선에서 재차 ‘민심심판’에 부닥칠 우려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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