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우주한국’으로 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임을 실감하게 했다. 게다가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러시아에 의존해야 하는 우주 후발국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이다. 실패 원인이 러시아 1단 로켓 폭발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차 발사 역시 러시아의 도움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패로 돌아간 나로호 발사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나로호를 둘러싼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나로호 재발사 시기가 갑작스럽게 결정된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 나로호’ 폭발로 이어진 성급한 재발사 결정…왜?
“1단 연소 구간 폭발한 것” 발사실패 원인 공방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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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부분은 ‘어째서 나로호 발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는가’이다. 지난 6월9일 예정돼 있던 나로호 발사 시도는 소방 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사 3시간을 앞두고 연기됐다. 그 다음 날인 10일 새벽이 되도록 소화 설비 오작동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편경범 대변인은 “오작동 원인규명이 급선무며 원인이 나오면 수리와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추후 발사일정을 협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무리한 재발사 결정
하지만 교과부 김중현 제2차관은 10일 오전 10시께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전 8시 개최된 한·러 전문가 회의에서 소화 설비 오작동에 대한 개선 조치의 적절성을 확인했고 발사체도 발사를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발사를 위한 발사 운용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며 갑작스럽게 재발사 소식을 전했다. 이 같은 결정은 결국 나로호 발사 후 137초 만에 통신이 두절됐다는 소식으로 바뀌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부가 재발사를 하루 만에 강행한 주요 이유는 장마로 인해 기상이 악화된다는 점, 월드컵이 시작되면 나로호 발사에 대한 관심이 적어질 수 있다는 점, 소화 설비 오작동은 아주 사소한 문제로 판단된다는 점 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기회를 넘기면 발사예비일을 넘겨 훨씬 뒤에나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 연구팀이 한국측에 발사 강행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 역시 성급한 재발사 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나로호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왜 그렇게 무리한 발사를 강행했는지 여러 가지 의문이 남는다”며 실패 원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확한 조사와 해명을 촉구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만에 하나라도 나로호의 ‘성급한 발사 강행’ 결정에 과학 이외의 ‘다른 이유’가 개입됐다면, 이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발사 강행을 서두른 것은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7일 나로호 기립과정에서 전기신호 불안정 현상이 나타났으나 밤샘 작업을 통해 발사대에 기립을 강행했다”며 “9일에는 소방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발사대 주변에 소방 화학용액이 분출하고 하얗게 쌓이기도 했으나 관련 부품을 통째로 교체한 후 절차를 밀어붙였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과학기술엔 기적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면 시뮬레이션을 수백 번, 수천 번 해서라도 문제를 100% 해결한 후 발사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는 우주강국 슬로건에 대해 슬로건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은 10대 우주강국, 스페이스 클럽 10이라는 슬로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복원해야 한다”며 “과학기술부나 정보통신부 역할을 부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총괄하는 신 성장동력부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어 그는 “원천기술의 확보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뒷받침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점은 이뿐이 아니다. 급작스러운 나로호 재발사 결정 탓인지 운영 절차 착수 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사 과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발사지휘센터의 공식 안내 방송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9일의 경우 발사지휘센터 방송은 나로호 운용 절차 개시 선언 후 분·초 단위로 나로호의 상황을 보도했으나 이날은 방송이 전혀 없다가 미방송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오전 11시 50분이 돼서야 재개됐다.
곳곳에서 문제점 발견 왜?
이와 함께 ‘vip 참관단’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됐다. 그동안 발사통제동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이른바 ‘vip 참관단’ 110여 명이 나로호 발사를 지켜보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으나 이날은 공식적인 참관단 없이 나로호 발사를 진행했다. 나로호 발사가 수차례 연기됨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정상적인 운영은 아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2차 발사는 재발사 결정 과정뿐 아니라 발사체 기립에서도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7일 나로호 기립 작업 중 전기적 신호 불안정 등 문제점이 나타나 밤늦게까지 작업을 진행한 것. 교과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측은 10일 밤샘작업을 통해 (소화 설비) 문제를 해결했으며 최적의 상태라고 자신했지만 이날 오전 항우연의 한 연구원이 쓰러지는 등 연이은 밤샘작업으로 연구원의 피로치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나로호 실패 원인은?
결국 우주강국의 꿈을 안고 발사된 나로호는 발사 137초 만에 폭발했다. 교과부는 “해군이 10일 나로호 추락 지점인 제주도 남쪽 공해상에서 나로호 잔해물을 수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발사 실패 원인을 조사할 공동조사위원회(frb)를 구성해 14일부터 공식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잔해물로만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윤웅섭 교수는 “나로호가 70km 높이에서 떨어졌으므로 수면에 부딪칠 때 속도는 초속 수십m에 이를 것”이라면서 “이 정도면 나로호가 수십cm 크기로 산산조각난다”고 말하며 이것만으로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발사 실패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1단 액체 엔진의 경우 여러 부품을 결합해 조립했기 때문에 추락 후 원래 형태로 남아 있기 힘들다. 윤 교수는 “나로호의 경우 잔해물보다는 비행 데이터에서 실패 원인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나로호 폭발이 발사 뒤 137.19초에 한 번 일어난 게 아니라 세 번에 걸쳐 연쇄적으로 일어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윤 교수는 “방송사 촬영 영상을 분석한 결과 처음 폭발이 일어난 후, 약 0.5초 뒤 두 번째, 그로부터 약 5~10초 뒤 세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며 “1단에서 연료나 산화제가 누출됐다가 137.19초 이후 단계적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이런 내용을 파악해 사고원인 조사에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낮은 압력, 낮은 온도의 환경에서는 쉽게 화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나로호 1단 로켓의 연료나 산화제 중 하나가 누출될 경우 단계적인 폭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로호는 연료와 산화제가 적정 비율로 혼합돼 불이 붙는 방식으로 점화된다. 윤 교수는 “영상을 보면 나로호의 불꽃이 처음에는 노랗다가 주위가 붉어지고 얼룩덜룩해진다”고 덧붙였다. 항우연측 역시 10일 나로호 발사 직후 열린 한·러 전문가 회의에서 나로호 비행 데이터를 제시하며 “나로호가 ‘1단 연소 구간’에서 폭발했다”는 결론을 전달했다.
하지만 러시아측은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에 러시아의 잘못이 없다’고 서둘러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나로호 엔진 제작사 에네르고마시가 11일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를 통해 “나로호 실패는 제어장치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 에네르고마시는 “러시아가 만든 엔진은 계획한 대로 작동했다”면서 “모든 것을 제대로 했고 이번 실패는 우리의 실수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에네르고마시는 그러면서 “자신들이 작업한 부분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러 “우리 잘못은 아니야”
에네르고마시의 고위 개발자인 블라디미르 흐바노프 역시 “현재 한국에 파견한 대표단의 말을 들어보면 엔진 작동과 관련된 중대한 언급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흐바노프는 “하지만 이 같은 정보는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좀더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이 같은 책임 회피는 러시아 자신들의 책임으로 드러날 경우 ‘3차 발사’ 책임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나로호 발사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이 발사체에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러시아측이 3차 발사를 하도록 양측 간에 약속이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측은 나로호 실패 원인이 1단 로켓에 있는지 여부를 직접 조사할 수 없다. 러시아측이 기술이전을 염려해 발사체 제작 과정뿐 아니라 실패 이유를 찾는 검증 과정 역시 한국의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측은 나로호의 비행데이터조차 극히 일부만 확인할 수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가 받는 데이터는 나로호의 비행운용에 꼭 필요한 일부 정보”라면서 “나로호 1단 로켓과 관련된 데이터는 러시아측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측이 1단 엔진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뒤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경우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질 수도 있다.
김중현 교과부 차관은 나로호 실패 원인을 ‘제어장치 결함’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의 언론보도에 대해 “나로호 2단 로켓의 제어장치는 아예 작동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러 기술진은 이날 첫 공동조사위원회 회의를 갖고 상호 자료를 교환한 뒤 추가로 나로호의 비행 데이터 정보를 상세 분석하기로 했다. dndn101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