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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후 통일한국 국력은 어느정도?

“UN에 상시적 평화유지군 설치하고, 그 절반을 한반도에 두었으면..."

김정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1/09 [15:18]

우리 민족은 언젠가는 통일을 이룰 것이고, 언제 어느 때라도 통일을 이루기 위한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다. 그런데 남북이 통일할 의사가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서 통일이 오지는 않는다. 과거에 우리는 냉전구도만 없다면 우리끼리 통일을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이 믿음은 깨어진지 오래다.


통일한국의 국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이 질문에 답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치르느라 남한 경제가 거덜이 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하나는 1억 인구에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력을 확보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리가 통일비용으로 휘청대리라는 전망은 이른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흡수 통일`은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소련의 해체였다. `흡수 통일`은 중국이 북한을 우리에게 넘긴다는 뜻인데, 가까운 미래에 동북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남과 북이 오랜 기간 머리를 맞대지 않고서는 통일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머리를 맞댄다는 것은 체제 동화에 걸리는 시간을 북한의 경제성장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평화는 번영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시장이 작은 게 약점이지만, 그곳에는 근면하고 우수하며 저렴한 노동력과 무시할 수 없는 천연자원이 존재한다.


우리 민족이 바보도 아닌데, 머리를 맞대고도 우리의 강점을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남북한이 함께 성장하면, 이를 지켜보는 주변 강대국들, 특히 중국과 일본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중국도, 일본도 모두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도 점점 더 겹치고 있는 추세다. 경제는 제로섬게임은 아니지만, 치열한 경제전쟁의 시대에 버거운 상대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일본이 우리의 경제성장을 도운 것은 우리가 그들의 자본재 수출시장이 될 수 있어서였다. 우리는 일본을 전자, 반도체, 철강, 선박에서 추월했고, 자동차와 석유화학에서 맹렬히 따라잡고 있지만. 이들 분야에서 해마다 막대한 약수의 자본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일본과의 무역역조는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전쟁은 경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군사적 대립을 부른다. 통일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주변 강대국들의 견제가 보통이 아닐 텐데, 통일의 시점에서도 우리가 어느 한 쪽의 동맹국으로 남아 있다면 다른 한 쪽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미국과 중국이 사이좋게 세계의 질서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강대국의 논리에는 약소국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 중립화방안, 그것을 달성할 프로세스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체제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리가 통일을 이루려면 한반도의 중립화는 필수 옵션이다.


중립화를 이념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중립화는 자유 시장경제 및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흔드는 개념이 아니다. 중립화는 이념 대신 실용을 가져옴으로써 오히려 경제를 살찌운다. 또한 중립화는 무장해제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스위스에도 군대는 있고, 예비군제도도 있다. 중립화는 군사블록의 일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일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립화는 혼자 선언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국제사회가 이를 지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나는 그 방안으로 UN에 상비군, 다시 말해 상시적인 평화유지군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 평화유지군의 절반을 한반도에 두고 군사블록 간의 충돌을 막는 안전판으로 삼자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중동에 두어도 좋고, 스위스에 두어도 좋다.


우리는 반세기 전 한국전쟁을 겪었다. 전쟁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 역시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었던 전쟁의 고통을 백분지 일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부모인 내가 이럴진대, 내 자식들에 이르면 민족상잔의 비참한 역사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김정기     ©브레이크뉴스


전쟁은 상처다, 그것도 아주 무섭고 끔직한 상처다, 상처를 간직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픈 기억을 되돌리려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그래도 우리는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앞 세대가 치른 희생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길이자, 다음 세대에게 평화를 지킬 용기를 물려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기억한다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전쟁을 기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시는 침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방을 강화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그러나 군대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공포의 균형`을 `희망의 균형`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155마일 휴전선을 앞에 두고 있는 우리가 전쟁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안전판으로 선택했다. 이 선택은 민족보다는 이념, 인민보다는 체제를 우선시하는 위험한 도발이다.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을 안전판으로 선택했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질서에 순응한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이 질서가 영구화되는 것은 우리로서도 피해야 한다.


UN에 상시적인 평화유지군을 설치하고, 그 절반을 한반도에 두자는 내 아이디어는 지금으로서는 꿈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꿈을 실현시킬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에서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인류 평화에 공헌할 우리 민족의 세계사적 존재가 될 수 있다.

posone01@naver.com


*필자/김정기. 김대중 전 대통령시 청와대 수행부장. 한국정치사회숲 이사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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