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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전 정권을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청와대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돈을 건네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맹세코 그런 적 없다. 전적으로 지어낸 얘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사정 역풍 불어닥친 청와대
청와대와 친박계는 성 전 회장의 비리와 검찰 수사,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에 현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경우 남은 임기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포석을 깔고 이를 진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 정권이 추진한 역점사업의 비리를 캐내며 ‘사정 정국’을 조성하던 와중에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일단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되자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 사람들은 정권 끝나고 감옥에 갈 사람은 다 갔다. 지금 제기되는 문제도 다 조사했을 것”이라며 “이미 조사가 다 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것을 권력의 힘으로 덧칠하는 것밖에 안되니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사정 정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국회 해외자원개발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여당 간사이자 친이계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핵심 증인으로 내세우거나 특위 활동을 연장하는데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성완종 리스트
하지만 성완종 폭로의 후폭풍은 친박-친이 뿐만아니라 여권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명단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완종 리스트’로 인한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자살한 당일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55글자가 쓰여진 메모지를 발견했으며 이 메모지에는 사람 이름과 금액, 날자가 기재돼 있다고 지난 4월10일 밝혔다.
검찰은 “메모지 안에는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포함돼 있으며 금액과 이름이 함께 기재된 사람은 5~6명, 날짜까지 있는 사람은 한명”이라며 “금품 전달자 명단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메모지에는 김 전 실장, 허 전 실장의 이름과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이라고 쓰여 있고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이름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해당 메모지의 필적조사에 들어갔다.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필적확인이 끝나면 유족과 임직원들에게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공소시효 등 법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메모에 적힌 전체 글자 수는 55자"라며 "우선 필적감정을 의뢰해 메모가 성 전 회장의 것이 맞는지를 먼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의 글씨는 성 전 회장의 평소 서체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향 전환된 수사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향신문>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검찰이 보도 내용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품거래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이미 고인이 된 상태에서 의혹을 뒷받침할 유력한 단서를 찾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와 언론 인터뷰 육성파일 등 물증이 나오면서 검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메모와 육성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성 전 회장의 유족과 경남기업 측이 관련 자료를 보유했는지와 제출 의향이 있는지, 메모 내용으로 혐의를 구성한다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 등이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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