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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달구는 ‘완전국민경선제’ 논쟁

김무성-문재인 공천학살 방지 ‘사생결단’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5/04/13 [13:26]

과거 한국 정당사는 공천 때마다 갈등으로 얼룩졌다. 정당 개혁의 시작이 공천 개혁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엘머 샤츠슈나이더의 말처럼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선거에 내놓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정당은 더 이상 정당이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천제도의 숱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한국 정치권에선 정당의 공천권을 오히려 국민에게 주자는 논의가 정치 개혁의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로 불리는 완전국민참여 예비선거제도  얘기다. <편집자주>


김무성·문재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천명’
갑론을박 벌이는 여야, 향후 논의과정 난항


차기 총·대선 앞두고 뜨거워지는 논쟁 싸움
무르익은 도입 여건…여론의 72.6%가 찬성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차기 총·대선이 다가올수록 ‘오픈프라이머리’ 논쟁이 뜨겁다. 여야 정치권은 정당공천을 유지하되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휘두르는 폐해를 막기 위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내세우고 있다.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여야 갑론을박

통상 정당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때 당원 투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에선 일반 국민의 투표나 여론조사 결과도 일부 반영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바로 이 공천 과정을 당에서 떼내서 100% 국민의 손에 맡기는 제도다. 정당이 정식 선거 전에 후보자를 결정하는 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예비선거’라는 말을, 해당 선거구의 유권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투표에 참여하고 이 결과에 따라 후보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완전국민참여’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 선거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후보를 확정하는 방식 중 하나다. 한국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건 2011년 4월 중앙선관위가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중 하나로 제안하면서다. 특히 새누리당은 당내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가 지난 1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의결했다.

나경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일 전 60일 이후 첫 번째 토요일, 선관위 주관하에 각 당이 동시에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한다. 이에 비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톱2 프라이머리’를 제안하고 있다.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지역구 내 모든 예비후보가 하나의 경선에 참여해 최고 득표자 두 명이 본선에서 겨루는 방식이다. 경선 결과에 따라선 같은 정당 소속 두 명이 본선에서 맞설 후보로 선출될 수도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이병석(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정개특위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포함한 공천 법제화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론도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우호적이다. 새정치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3월5~6일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가 이 제도의 도입에 찬성했고 반대는 14.9%에 그쳤다. 제도 도입의 여건은 무르익은 셈이다. 이 가운데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정치권이 뜨겁다. 이미 김무성·문재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그러나 의원들 간에는 이 제도를 두고 도입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당장 도입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도 상당해 입법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경선에 뛰어들면서부터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또 여야 합의로 선거법을 고쳐 모든 당내 경선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표도 전당대회 당시 “나는 공천권을 내려놓기 위해 출마했다. 선관위가 주관하고 여야가 동시 실시하는 오픈프라이머리로 투명 공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당 대표가 여야 합의로 선거법을 개정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내년 20대 총선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발판은 마련된 것.

현재로서는 문 대표보다 김 대표가 더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월2일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공천제도 개편 등에 관한 의원총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의원들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방법론에 ‘온도차’를 보이자 “내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데 왜 나에게 공천을 하라고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의총을 마치고 난 후에도 “여야 모두 전당대회에서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데 지금 와서 안 하려고 한다면 난센스”라며 “우리도 다음 의총에서 당론으로 확정하고 야당도 전당대회 때 약속한 대로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같은 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새정치연합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문 대표 외에도 원혜영, 박영선, 강동원, 김광진, 남인순, 도종환, 신정훈, 이개호 의원 등이 서명했다. 이학영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정치 불신을 부채질하는 요소인 만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지난 3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의 회동에서도 “한때 여야가 거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요즘 좀 희미해졌다”며 “다시 한 번 해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편 전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뿐만 아니라 특위 위원들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처럼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엔 한국 정당의 뿌리 깊은 보스·계파정치의 폐해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공천의 기준은 오직 ‘보스·계파에 대한 충성’이었다. 정치인의 국민과 여론에 대한 책임감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계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공천학살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

이에 아예 계파공천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프라이머리가 떠오른 것.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를 뽑는 7·14 전당대회 때부터 “나도 공천학살의 피해자”라면서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후 2008년 공천에서 탈락, 공천학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정당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국민의 불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여당은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에서 해방되고 야당은 계파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정당의 기능 약화와 자율성 침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노동과 자본을 대표하는 두 정당이 있다고 가정할 때 국민이 양당 후보를 모두 결정해버린다면 둘 다 사실상 ‘국민후보’인 셈이고 정당 간의 차별성은 사라져버리고 만다”고 비판했다. 지지자들이 정당에는 가입하지 않고 예비선거 때 투표장에만 가는 현상이 발생해 정당정치가 실종될 수 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그럴 경우 당에 평당원은 사라지고 소수 엘리트만 남아 파벌이 오히려 강화되는 정당의 공동화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발언에 나선 의원 상당수가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김무성 대표는 “내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왜 나에게 공천을 하라고 떠미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보일 정도였다.

후보들이 예비선거에 지지자를 동원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과 소수 정당에 불리하다는 점 등도 해결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내가 정치 신인이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대중적 지지도에 좌우되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아래선 여간해선 당선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하는데 국민은 그걸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정당이 공천을 엉터리로 해놓고 이제 와 국민을 끌어들이는 건 책임 회피”라며 당내 공천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대 주장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선관위가 예상한 국민의 예비선거 참여율 10%를 기준으로 해도 평균 선거구당 1만7000명의 국민이 투표에 참가하는 셈”이라며 “보통 한 지역구에서 동원 가능한 인원은 많아 봐야 2000명 정도라 동원 선거의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 정당 지지자들”이라며 “숨어 있는 지지자를 참여하게 만들어 오히려 정당 정치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일단 제도를 도입한 후 부작용을 점차 줄여나가는 쪽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정당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정당정치 후퇴론은 과거의 대중정당 모델을 정당의 이상형으로 보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중앙당 등 조직 중심 정당에서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네트워크 정당’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당에 후보 선출의 책임이 있다는 건 과거의 패러다임”이라며 “정당 가입률이 떨어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말했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단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야가 동시에 예비선거를 실시하고, 현역 의원과 원외·신인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한편 자금·조직에서 열세인 여성 후보에 대한 가산점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러한 모든 것을 정교하게 설계한 정치 일정 로드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여야 혁신위원회는 나름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모든 지역에 오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예비후보자 등록을 120일에서 1년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을 위해 준비 기간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논의과정 난항

반면 새정치연합은 일부 지역에서 전략공천을 유지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며 “실제로 여야가 내년 총선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적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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