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4월 징크스’가 올해도 재현되고 있다. 숨진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한 의혹으로 정국이 혼돈에 빠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매년 4월만 되면 악재가 터졌다. 취임 한 달여 만인 2013년 4월 북한은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입경금지 및 폐쇄조치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후 꼬박 한 달 동안 박 대통령은 고뇌와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해 4월은 더욱 잔인했다. 국정원 댓글 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문제가 일단락되고, 본격적으로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 시동을 걸려는 참에 전대미문의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이쯤 되면 ‘4월의 악연’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편집자주>
매년 4월마다 악재…혼돈 정국으로 번져
‘성완종 리스트’ 파문…국정동력 ‘올스톱’
작년 세월호 참사로 고뇌와 시련의 시간
2013년 北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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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림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잔인한 4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매년 4월 악재가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잔인한 4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4월은 분명 잔인한 달이다.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 2013년 4월 빚어진 북한의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첫 ‘신호탄’이었다. 당시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악화되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북한은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입경을 제한, 북측 근로자 5만여 명을 모두 철수시켰다. 같은 달 9일 발생한 일이다.
우리 정부는 3주 후 북한에 실무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거부하자 공단에 체류 중인 근로자 전원 귀환이란 초강수를 뒀다. 5월3일 ‘최후 7인’이 귀환하며 개성공단에는 우리 국민이 단 한 명도 체류하지 않게 됐다. 개성공단 사태는 본격적으로 악화됐다. 이후 한 달가량 북한은 지속적으로 대남 비난과 도발을 거듭하면서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던 6월6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다. 정부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자고 역제안했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장관급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양측은 새벽까지 철야 협상을 이어간 끝에 ‘남북 당국회담’의 12∼13일 서울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회담의 의제와 대표단 구성은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 쪽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급’을 문제 삼은 북한이 회담을 거부하면서 개성공단 사태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이후 7월3일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우리 정부가 제안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가 합의됐다. 이후 판문점에서 만난 양측은 마라톤 협상 끝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10일 개성에서 후속회담을 열기로 했다. 석 달 넘게 이어지던 개성공단 사태는 해결의 새 국면을 맞게 되는 듯했다.
남북은 개성공담 실무회담 개최에 다시 합의해 여섯 차례 회담을 갖고 재발방지책을 놓고 의견을 좁히려 애썼지만 입장차가 커 회담은 결국 결렬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최후통첩 회담을 제안했고, 북한이 이를 수용, 5개월만인 9월에 어렵사리 개성공단이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국제화를 위한 3통(통행·통신·통관)문제 등은 여전히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박 대통령은 고뇌와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월16일은 더욱 잔인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문제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본격적으로 ‘경제혁신 3개년계획’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려던 차에 304명이 진도 앞바다에 수몰되는 전대미문의 참사가 터졌다.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세월호 학생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가 터져 나왔다.
당시 언론은 “오전 11시 5분께 해경으로부터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경기 안산 단원고 측의 말을 인용해 사실 확인이 안 된 오보를 쏟아냈다.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밝혔으나 1시간 뒤 368명이 아닌, 180명 구조로 정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과 달랐다. 세월호에는 476명이 탑승, 172명이 구조됐으며 295명이 숨졌다.
1년이 지난 현재 실종자 9명은 가족의 품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전원 구조됐다던 단원고 학생과 교사 200여 명은 숨지거나 여전히 실종자로 남아 있는 셈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 ‘세월호 전원구조’라는 최악의 오보는 행정 관료들의 보고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원구조’라는 잘못된 ‘윗선’ 보고가 방송보도로 이어지면서 소중한 골든타임을 갉아먹은 것.
이후에도 아이들을 구조해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참사 당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두 번째 사고 보도자료(2보)에서 ‘현재 경비함정을 통해 탈출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현장 지휘관이었던 목포해경 123정 정장은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지도 않은 퇴선방송을 했다며 국민을 기만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퇴선방송을 한 것처럼 각종 보고서를 허위로 만들고 함정일지를 찢어 거짓으로 작성했다.
사고 다음 날인 17일 새벽에는 ‘야간 실종자 수색 밤샘 실시’, ‘해경 밤샘 야간 수색, 잠수요원 선체내부진입 시도 중’이라는 거짓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밤샘 수색 작업 중이라던 잠수요원 20명과 해경 특수구조단 456명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언론이 아닌 실종자 가족들이었다.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 직원들은 제대로 근무하지 않았으며 이를 숨기려고 거짓 장부를 작성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낡고 위험한 배로 아이들을 싣고 바다로 나갔으며 이를 용인해 준 뒤에는 관피아라는 적폐가 있었다.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구난업체 언딘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못 박았던 해경 간부들은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들통 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질 것이라고 눈물로 약속했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까지 길거리를 전전하고 ‘진상 규명’과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해경은 지난해 11월17일 ‘세월호 사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해체될 때까지 226개의 보도자료를 내고 98차례에 걸쳐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이 같이 우왕좌왕하며 구조는커녕 실종·사망자 집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 모습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쏟아지는 비판에 정부는 재난 대응 주체 및 구조·구급 기능을 일원화했다. 예방에서 대응, 복구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도 출범시켰다.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안전행전부로 나뉘어 있던 안전 기능이 안전처로 통합됐다. 이후 국회 차원에서 세월호 국정조사가 실시됐으나 오히려 진상이 밝혀지기는커녕 진영의 논리에 갇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연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8개월여를 세월호의 늪에서 허덕거려야 했다. 결국 취임 이후 2년 거의 전부를 허송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박 대통령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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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시 ‘잔인한 4월’은 재현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세월호 1주기 여론악화 조짐 등의 변수로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악화될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3인 등 유력 정치인 8명이 거론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2012년 대선자금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07년 경선만이 아니라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속출하고 있다.
당시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2억 원을 건넸다는 게 경향신문의 인터뷰 내용이다. 물론 홍 의원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강력 부인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착수를 지시한 만큼 조만간 검찰 수사가 이뤄지겠지만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이 빠른 시일 내에 가려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무엇보다 도덕성을 역대 정부와의 차별적인 요인으로 강조해온 만큼,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여론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콜롬비아 등 중남미 순방에 나선 것을 놓고도 ‘왜 하필이면 그날이냐’는 비판 여론도 문제다. “콜롬비아 방문이 국익을 고려한 외교일정”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을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대형 참사 1주기에 순방을 나서는 것이 과연 일반 대중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통해 위기 돌파의 힘을 모아나가는 것보다 더 큰 국익인지 의문”이라는 여론이 속출하고 있는 있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세월호 1주기 여론악화 조짐 속에 우려되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민생경제 회복 등 박근혜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국정과제의 추진 동력이 자칫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공무원연금개혁은 또다시 개악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1995년, 2000년, 2009년 세 번에 걸친 공무원연금 개혁은 무늬만 개혁이지 사실상 공무원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한 측면이 있다. 지금의 흐름으로 봐서는 이번 4차 개혁도 앞서의 행로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인 관료들의 조직적 저항선을 뚫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노동개혁은 상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현재 대규모 춘투를 예고한 상황.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정부의 공무원 연금개혁에 문제를 제기하며 24일 민주노총과 연대 파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흐름이 4·29 재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야권 강세 지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문재인 대표를 이번 선거에 최전방에 내세운다. 문 대표 체제의 새정치연합은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안보’ 분야 보완을 통해 의석수 차지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3석 이상을 차지한다면, 박근혜 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박 대통령을 향한 민심을 간접적으로 짐작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청와대는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항행금지선을 설정하면서 ICBM(대륙간탄도탄)의 발사를 암시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교과서에 보란 듯이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다. 4월29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연설은 우리의 오장육부를 뒤집고도 남을 내용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일본과 멀어져만 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중국의 눈초리도 예전 같지 않다.
국정동력 상실
이에 청와대는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에 따른 여론 악화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주요 국정 과제 추진에 집중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나름 안정되는 추세였는데,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정 운영 동력이 훼손될까 걱정이 된다”며 “그러나 국가사인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고, 어떻게든 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잔인한 4월’의 격랑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