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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X파일’ 수사 5대 관전포인트

성완종 뇌물리스트…‘쓰나미’ 부패정치인 무더기 퇴출 ‘대참사’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5/04/20 [12:03]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메가톤급 파장을 지닌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현직 국무총리부터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현역 광역단체장 등 정·관계 고위층이 대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이미 사정의 칼을 빼들었으나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 검찰 스스로도 장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성완종발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는 정치권은 앞으로의 파장을 의식한 듯 충격·공포의 표정 속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수사 관전 포인트는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편집자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총리 조사받나?
수사의 판도 가를 ‘비밀장부’ 존재 여부


2012년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김진태 총장, 자리걸고 의혹 파헤칠지도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박근혜 정부의 전·현직 실세 8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담긴 메모 하나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비극적인 선택을 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바로 그것.

검찰의 칼날

‘성완종발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는 정치권은 앞으로의 파장을 의식한 듯 충격·공포의 표정 속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 관전 포인트는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을지 주목된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제1호 검찰 수사 대상으로 급부상했기 때문. 성완종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지목한 시기는 2013년 4월4일.

▲     © 주간현대
성 전 회장은 앞서 충남 부여, 청양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찾아가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총리는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도 성 전 회장이 현금이 든 비타500박스를 자신에게 전달했다는 경향신문의 언론보도를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4월15일 1면 기사에서 “2013년 4월4일 오후 4시 30분, 이완구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측이 차에서 비타 500박스를 꺼내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비타500박스에는 성 전 회장이 주장하는 3000만원이 들어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등록 첫날이어서 기자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자신은 도청 행사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자신들이 인터뷰하러 왔기 때문에 성 전 회장과의 독대는 정황상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성 전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이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 총리도 먼저 수사 받겠다고 말하면서 사상 초유의 현직 총리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둘째, 핵폭탄급 비밀장부 존재 여부다. ‘성완종 금고지기’로 알려진 경남기업 재무담당 한모 부사장은 비자금 32억 인출 기록이 담긴 USB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부사장은 검찰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011년 6월 현금 1억원을 인출했고, 회장 집무실에서 윤모씨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 측에 1억원을 전달한 역할을 했다고 지목했던 인물.

이에 검찰은 비자금 인출 내역과 성 전 회장이 주장한 로비 내역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정치권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던 자신의 행적을 복기한 비밀장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 비밀장부의 존재는 수사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단서다. 성 전 회장의 지인들은 “고인 성격이 꼼꼼해 평소 자금의 사용처를 별도로 정리해 놓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경남기업 측으로부터 주요 인사와의 행적이 담긴 비망록 즉 ‘성완종 다이어리’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성 전 회장이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정관계 인사와 회동한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이 기록돼 있으며 이완구 국무총리를 포함해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과 만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성 전 회장은 이 기간 동안 이 총리와 여의도의 한 호텔 식당과 국회 귀빈식당 등에서 23차례 만났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 전 회장과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라는 이 총리의 주장과 배치될 수 있는 기록이다. 홍 의원도 성 전 회장에 대해 “우리 사무실에 온 적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다가 비망록에 9차례 만난 사실이 기록돼 있다고 보도되자 “그것보다 많이 만난 느낌이다. (내가) 사무총장이었으니까”라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검찰은 경남기업 부장이자 국회의원이던 성 전 회장을 보좌한 이모씨와 한모 부사장, 회사 회계담당자 등을 불러 비밀장부 존재 여부와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할 자료 확보에 나선 상태다.

셋째, 검찰 수사속도보다 빠른 언론의 혐의 폭로도 변수다. 성 전 회장은 자살을 선택하기 전 경향신문과 50분 분량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일 새로운 사실들이 단독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금품전달 시점과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 내용이다. 금품로비 수사는 일반적으로 검찰이 정보를 틀어쥐고 내용공개 방법과 시점을 조율하지만 이번에는 언론 폭로 속도가 검찰 수사를 앞지르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비밀장부와 다이어리 등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한 뒤 수사의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사건의 의문을 풀어줄 인사들에 대한 소환 통보도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인사에 대한 소환통보는) 수사 상황에 따라서 그때그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때라도 검찰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넷째,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검찰은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있다”고 일관된 입장을 밝혔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여권 핵심인사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 폭로가 나온 상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광역시장,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등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은 이들은 모두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하지만 홍 의원 소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한 공여자의 메모와 음성만으로 혐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진술이나 정황 확보 없이는 소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성 전 회장은 메모에 ‘유정복 3억’을 명시했다. 유 시장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자금 수사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지사에 돈을 전달했다는 측근의 실명이 거론됐고, 구체적인 일시와 금액이 공개됐기 때문에 대선자금 수사보다 오히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관한 단서 확보를 위해 관련자 조사에 착수했다.     © 주간현대
와 관련 홍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제기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금품수수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에 거론되는 윤모씨는 제 경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지만 제 측근이 아니고 성완종씨 측근”이라며 “성완종씨와 윤모씨의 자금 관계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여야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엄중 수사를 촉구한 가운데 이번 수사에 실패할 경우 특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수통의 고참 검사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연수원 18기)을 특별수사팀장에 배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섯째, 김진태 검찰총장이 자리를 걸고 ‘성완종 의혹’을 파헤칠지도 주목된다. 김 총장은 앞서 이 사건을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리스트의 신빙성, 수사 가능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철저히 검토한 뒤 그 결과를 보고 받은 후 수사 여부를 본인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적극 수사 의지 피력이라고 해석하고, 다른 한편에선 리스트와 관련한 쓸데없는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이후 김 총장 체제의 검찰이 걸어온 길을 감안하면 후자쪽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자금과 2012년 새누리당 대선자금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어 검찰이 수사에 적극 나서기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경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 등 지난 한 달여간 사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왔던 당사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행여 검찰이 성 전 회장이 숨졌다는 이유로, 공소시효 등의 법리적 문제로 질질 끈다면 정부의 국정 운영과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그동안 권력편향 논란에 휩싸여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2003년 대선자금 수사처럼 살아 있는 권력 앞세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 여론의 적극지원을 받는 등 이미지를 반전시킨 경험이 있다.

반면 검찰 안팎에선 ‘성완종 리스트’에 휘말린 현 정국이 검찰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 전 총장 낙마 이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진행된 청와대의 ‘검찰 길들이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 사실 김 총장은 지난 1년여간 김기춘 전 실장과 직접 소통하며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우 수석이 취임한 이후로는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이 사라졌다는 후문.

정치검사 쇄신

결국 수사 실무의 종착역은 역시 김진태 검찰총장이다. 그는 현직 검사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수사하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업씨를 구속한 ‘특별 수사통’이다. 총장이 된 뒤론 “부패 척결은 검찰 본연의 사명이자 존립 근거”라 말한 바 있다. 그게 진심이라면 이번이야말로 자리를 걸고 실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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