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자전 장비시스템 연구·개발한다며 돈만 받고 개발 않은 듯”
이규태 화살 맞는 동안 SK C&C 몸 낮추기…무기납품 문제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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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내막=김양균 기자]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지난달 13일 구속됐다. 일광공영은 터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사업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리베이트를 조성하고 군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거래를 중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팀은 서울 도봉산 인근 야적장의 컨테이너에서 일광공영 측이 숨겨 놓은 방산 관련 각종 서류를 찾아냈다. 압수 자료 중에는 성관계 영상도 포함돼 있어 이 회장이 유력인사를 대상으로 성(性)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자아내고 있다. 현재 구속됐던 이 회장의 차남이 4월15일 석방됐지만, 이른바 ‘이규태 게이트’로 번질 가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방산비리의 전담 수사를 위해 지난해 11월21일 출범한 방위산업비리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단장 김기동)의 수사는 유독 일광공영에만 집중됐다. SK C&C의 전 상무인 권모씨도 구속됐지만, SK C&C는 ‘면죄부 아닌 면죄부’를 주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IT로 유명세를 떨친 SK C&C는 어떻게 방위사업에 뛰어들게 된 걸까?
IT 회사 SK C&C 웬 방위사업?
SK C&C는 대기업 및 정부기관의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지난 1998년 SK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SK C&C는 최태원 회장의 파격적인 지원 아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세를 몰아 SK C&C는 세계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한다. 설립 10년 만인 지난 2007년 중국과 인도 법인 설립에 이어, 그 이듬해에는 아제르바이젠과 몽골 ITS 구축 사업, 카자흐스탄 우편물류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2010년 미국 법인이 설립됐고, 미국 FDC와 함께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TSM 및 대규모 전자지갑 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2011년 구글에 TSM 솔루션을 제공, InComm과 공동사업을 위한 업무제휴를 맺는 성과를 올린다. SK C&C가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불과 20년이 걸리지 않았다.
SK C&C는 표면적으로는 IT 기업이지만, 중고차 사업 등 타 업종에도 손을 뻗쳤다. 이를 두고 한때 SK와의 합병설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SK가 235만 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은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앞서 거론한 IT 업종과 관련 없는 사업을 연이어 추진하는 이유는, 합병을 할 때 그간 진행한 사업 중 수익성 있는 업종만 SK C&C를 통해 진행하려는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EWTS는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 대공 위협에서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전자방해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터키와 계약체결 당시 사업비 1300여 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터키에 기본 훈련기와 차기 전차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EWTS에 SK C&C가 뛰어든 것도 ‘사업 다변화’ 일환으로 풀이된다. EWTS는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 대공 위협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전자방해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터키와 계약 체결 당시 사업비 1300여억 원이 투입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터키에 기본 훈련기와 차기 전차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EWTS 제조업체인 하벨산사의 국내 협력업체로 선정되길 희망하던 SK C&C는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과 손을 잡는다. 2007년 12월28일 일광공영과 맺은 업무제휴협약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회장은 이미 2007년 9월께 방위사업청이 EWTS 사업 예산으로 1억 달러 이상을 책정하고 있으며 국내 조달 노선을 버리고 해외 제품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기밀이 유출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SK C&C는 하벨산의 에이전시인 이 회장을 통하면 하청업체 선정에 우위를 점할 것으로 확신한 듯 보인다. 그리고 SK C&C가 하벨산의 하청업체로 선정된 이후 이 회장은 양사 모두의 에이전시를 맡았다.
SK C&C와 일광공영 ‘밀약’ 추정하는 단서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어
합수단의 발표에 따르면 SK C&C의 연구개발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수입 소프트웨어’를 ‘국산’으로 둔갑시켰고, SK C&C 이를 묵인한 정황
이와 관련해 미주 한인 매체인 <선데이저널>은 SK C&C와 일광공영 간의 계약서를 공개한 바 있다. 문건을 보면, SK C&C가 하벨산사의 하청으로 선정되도록 일광공영은 영업활동 및 정보를 공유하기로 되어 있다. 그 대가는 파격적이다. SK C&C가 하벨산사로부터 수주한 사업의 약 40%에 달하는 업무를 일광공영이 지목한 업체에 넘길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SK C&C는 이를 선뜻 수락했다.
2009년 4월16일 한국과 터키 간의 EWTS 사업 계약이 체결됐다. 이어 SK C&C는 하벨산사의 협력업체로 선정된다. 같은 해 9월16일 SK C&C와 일광공영 양 사는 ‘합의서’를 교환하는데, 이는 앞서 맺은 업무제휴협약서를 대체하며, 각 사의 역할을 구체화한 계약서로 보인다. 일광공영은 SK C&C의 재하청업체로 솔브레인을 지정했다. 이는 무리 없이 관철된다.
솔브레인은 지난 2006년 이규태 회장이 인수한 회사다. 이 회장은 솔브레인의 최대주주이며, 대표이사 이모씨는 이 회장의 이복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사무실이 일광공영 사옥 내에 있는 솔브레인은 사실상 이 회장 소유의 회사다.
이후 솔브레인은 SK C&C로부터 일부 장비의 생산을 맡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솔브레인이 맡기로 한 장비는 국내에서 개발·생산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 솔브레인은 이를 해외에서 수입해 납품했다. 또 맡기로 한 일부 장비의 경우, 개발 및 생산을 아예 포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 C&C는 여기서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하청업체인 솔브레인의 이 같은 행태에 어떠한 제재나 불이익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SK C&C 돈만 받고 개발은 안했다?
이후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른다. 방산비리의 핵심으로 이규태 회장이 지목되면서 이 회장과 일광공영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한다. 합수단이 제기한 혐의는 간단하다.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차액 빼돌리기. 애초에 터키 하벨산사는 EWTS 공급 가격을 5120만 달러로 잡아놓았지만 이 회장은 방사청에 9617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주장, 이 가격대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가격을 높인 명분은 EWTS에 탑재될 핵심 소프트웨어의 국산화였다. 소프트웨어 3가지를 SK C&C 등 국내 협력사 등을 통해 새로 연구 개발하겠다는 이 회장 측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일광 측은 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입장이지만, 하벨산사 측은 일광의 수익이 2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SK C&C가 전자전 장비 시스템을 연구·개발한다며 돈만 받고 실제로 개발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변호인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들이 계약금을 정했고, 이 과정에서 이회장이 일부 관여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이 회장 단독으로 방사청과 하벨산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SK C&C가 실제로 연구개발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판사는 이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결국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에게는 하벨산에서 SK C&C, 다시 일광공영 계열사로 이어지는 정상 거래를 가장해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방위사업비리를 전담한다며 꾸려진 합수단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산하 반부패특별수사본부 소속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합수단은 4개 팀으로 운용되는데, 검사 18명과 검찰수사관 41명, 국방부·경찰·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인원 46명 등 총 105명 규모다. 언론에 드러낸 합수단의 모양새는 일단 이렇다.
곧 합수단은 방위사업 전반을 수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합수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방위사업비리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금액 부풀리기 위한 원가자료 허위제출 ▲불량납품에 따른 대금 편취 ▲납품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나 수출입 신고필증 위·변조 ▲납품과정의 편의 대가 뇌물수수 등이 있다. 이번 사건은 거론한 비리 유형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일광공영이었던 셈이다. 합수단은 이번 사건을 그간 지적해오던 방위 사업 비리의 종합판으로 키우려는 속셈이다.
SK C&C는 과연 문제 없었나?
그러나 합수단의 수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규태 회장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을 띤다. 대다수 언론 역시 이 같은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 이 회장에게 모든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 SK C&C는 조용히 몸을 낮추고 있다. 무기 납품단계에서 SK C&C는 과연 문제가 없었을까. SK C&C와 일광공영 간의 ‘밀약’을 추정하는 단서는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합수단의 발표에 따르면 SK C&C의 연구개발은 실체가 없다. SK C&C는 하벨산사로부터 하청 받은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솔브레인 등 일광공영 계열사나 유령업체 등으로 재하청했다. 이 과정에서 솔브레인은 프랑스 등지에서 들여온 ‘수입 소프트웨어’를 ‘국산’으로 둔갑시켰고, SK C&C가 이를 묵인한 정황도 발견된다. 2012년 7월 납품된 소프트웨어들도 이미 하벨산사가 개발해 놓은 제품이거나 싱가포르 및 프랑스 업체로부터 사들인 소프트웨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프트웨어를 연구 개발했다는 SK C&C나 일광공영 계열사 등은 이 3가지 소프트웨어 모두에 대해 유지·보수 기술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고장이 발생하면 손을 대기 어려운 제품을 납품했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무기 공급 업체 관계자는 군 사정에 능통한 인사를 통해 정부의 무기체계 도입 계획을 사전에 알아내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규태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현재 구속된 권모씨를 보자.
권씨는 방사청 전자전사업부장 출신의 예비역 공군 준장이었으며, 장비 도입 당시 하벨산의 국내 협력업체인 SK C&C의 상무를 맡고 있었다. 방위 사업 업체에서 군 출신 인사를 ‘모셔가는’ 행태는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퇴직 군인이 무기체계도입이나 군수품 납품 등을 알선하고 금품수수·공여하는 민관유착 범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금품 수수뿐만 아니라 이는 국가 기밀 유출에 해당한다.
구속된 SK C&C의 권 전 상무 개인의 일탈일까? 아니면 군 출신인 권 전 상무를 영입한 것은 기업 차원의 사업전략으로 봐야 할까?
일련의 과정은 결국 국산 무기 개발보다 해외 무기도입에 집중한 결과다. 김종대 <투코리아> 편집장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정권부터 본격화된 해외 무기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김 편집장은 해외 무기도입 과정과 관련해 “자금 추적이 어렵고 단기간 내에 먹고 튀는 한탕주의가 만연한 영역”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적발된 방산비리의 대부분이 해외 도입에서 나타났다. 통영함의 엉터리 음향탐지 장비에서부터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비리는 외국에서 온다.
SK C&C는 과연 이번 방산비리에서 자유로운가. 아니면 한국 무기획득 정책의 약점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이규태 회장 등의 무기중개상을 내세워 손쉽게 사업을 따낸 것일까. 전직 고위 장성을 영입해 현직 후배군인들에게 비싼 해외무기를 앞세운 정책로비 역시 비판의 지점이다. 물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너무도 쉽게 로비의 유혹에 넘어가는 군 실세들의 행태 역시 비판을 비껴가지 못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위사업 영역에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의 참여는 격려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기술력과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업체가 뛰어들었을 경우다. 무기거래의 ‘큰손’과의 결탁과 로비를 통해 얻어낸 방위사업은 결과적으로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의 뒤에는 오직 ‘돈의 힘’이 작용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대리인으로 활동한 이규태 회장 한 명이 어떻게 사업비를 두 배 이상 부풀려 무기를 도입하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는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합수단의 수사 방향은 초기 납품단계에서의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방위산업체와 무기중개상,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은 결코 분리해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기의 납품단계에서 결국 그런 무기를 도입하게 하는 정책결정 단계, 즉 무기의 소요결정 자체에 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현재까지 확인할 방법은 전무하다. 합수단의 수사 결과 역시 국가 안보에 우선한다는 점을 들어 상세히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ykkim19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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