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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농부의 자연밥상 이야기

땅을 갈지 않고 농사짓는 태평농법 아시나요?

취재/김보미 기자 | 기사입력 2015/04/27 [10:51]
태평농법은 자연의 힘을 믿고 인간의 간섭 최소화하는 자연농법
성장이 부실해도 비료나 거름을 주지 않고 땅심 믿고 기다려라!

▲ 산골농부 자운이 짓는 태평농은 봄이 되면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며 키우는 일반 농사법과는 다르다.     © 사진출처=한문화
강원도 산골에서 태평농법으로 농사짓고, 직접 거둔 식재료로 요리하고, 농사와 요리에 대한 글을 쓰는 산골농부 자운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담은 책이 서점에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골농부 자운이 짓는 태평농은 봄이 되면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며 키우는 일반 농사법과는 다르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법과도 다르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기존 농법보다 자연을 덜 괴롭히기는 해도 유기비료를 써서 식물의 생장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간섭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흙(미생물)과 식물의 관계를 깨트린다는 것이 태평농의 입장이다. 태평농법은 말 그대로 무농약, 무비료, 무시비, 무경운으로 자연의 힘을 믿고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연농법이다.

 
산골농부 자운은 도시를 떠나 흙을 일구며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다. 별명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에서 지금의 건강을 되찾기까지, 막연히 전원생활을 꿈꾸던 귀촌에서 취농을 선택하기까지, 국적불명의 첨가물로 범벅된 빵이 주식이었던 요리 문외한이 손수 거둔 제철 재료로 자연밥상을 차리기까지,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도시인이 500평 텃밭농사를 혼자서 거뜬하게 짓는 태평농부가 되기까지의 시행착오와 결실이 <산골농부의 자연밥상>(한문화)이란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산골농부 자운은 농사와 밥상 이야기에서부터 봄부터 가을까지 태평농법으로 작물을 어떻게 심고 키우고 거두는지와 맛있게 먹는 방법 및 레시피, 자생력을 키우는 농사법으로 궁합 맞춰 심기, 땅심을 키우는 농사법으로 월동작물 심기 등에 대해 시시콜콜 소개하고 있다.
땅을 갈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무경운으로 농사를 지으면 작물의 자생력이 강해져 장마나 가뭄, 태풍, 병충해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덜 받는다. 반면 갈아엎은 땅에서 자란 작물은 뿌리가 약해 태풍이나 장맛비가 지나가면 맥을 못 춘다. 땅을 갈면 지표면에서 숨 쉬던 흙이 밑으로 한꺼번에 가라앉고, 흙보다 가벼운 자생초 씨앗들이 위로 올라온다. 원치 않는 풀한테 발아하기 좋은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서 일일이 뽑아낼 수 없으니 제초제며 농약을 뿌린다. 땅을 갈아서 자생초가 많아지고, 그걸 농약이나 제초제로 죽이고, 다시 땅을 갈아서 자생초 발아를 돕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에서는 가을에 월동작물을 파종하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물론 본격적인 작물은 이듬해 봄에 심지만, 가을에 월동작물을 심어 겨우내 땅심을 살리고 자생초를 막아주기 때문에 농사의 시작을 가을로 본다.”
무농약, 무비료, 무시비, 무경운의 태평농법! 이게 가능할까? 산골농부 자운은 “많이 거두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의 필요가 아닌 인간의 필요를 위해 너무 애쓰지 않으며, 자연의 힘을 믿고 기다려줄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농약 대신 벌레 퇴치는 물엿으로, 자생초는 뽑지 않고 가위로 낮게 잘라준다. 성장이 부실해도 비료나 거름을 주지 않고 땅심을 믿고 기다린다. 가물어도 물주지 않고 작물의 자생력을 믿고 버틴다. 굵은 드라이버로 씨앗을 심을 만큼만 살짝 파서 땅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파종한다. 월동작물로 보리, 밀 같은 맥류를 심어 땅심을 살린다.
“식물의 영양을 공급하면서 진딧물이나 작은 벌레한테는 치명적인 물엿을 활용하면 식물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벌레만 몰아낼 수 있다. 가능한 한 초기에 대처해야 물엿을 적게 쓰면서 효과는 크게 본다. 물에 물엿을 희석하는 비율은 분사가 가능할 정도의 끈적임을 유지할 수 있으면 된다. 물엿 제조사에 따라 끈적임의 농도가 조금씩 달라서 희석 비율은 물과 섞어보고 가늠하는 것이 좋은데 대략 물엿과 물을 l:2~2.5 정도로 섞는다.”
“작물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연농법에서는 궁합 맞춰 심기를 권장한다. 궁합이 맞는 작물끼리 한 밭에서 자라게 하면 작물의 자생력이 높아져 병충해에 강하고 맛도 더 좋아지고 재배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추는 열무와 궁합을 맞춰 심는다. 뿌리에 적당한 자극이 주어질 때 성장이 촉진되는 고추는 열무뿌리의 자극으로 성장이 좋아지고, 고추 그늘을 받으면서 자란 열무는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부드럽다고 해서 맹한 맛이 아니라 향은 살아있으면서 거슬리게 매운맛이 먹기 좋게 변한다. 또 열무가 밀도 높게 자라면 고추 성장에 걸림이 되는 자생초가 거의 자라날 틈이 없다.”
자연이 짓고, 사람이 담다
자운이 사용하는 농기구라고는 굵은 드라이버, 미니괭이, 호미, 가위가 전부다! 도대체 이걸로 무슨 농사를 짓겠냐 싶겠지만, 기온 낮고, 돌 많은 강원도 산골에서 혼자서 500평 텃밭에 60여 종의 작물을 잘 키우고 있다. 흙속의 미생물이 도와주고, 햇볕·비·바람과 함께 짓는 농사라서 가능하다고 한다.
산골밥상의 기본 방침은 자급자족이다! 농사라는 게 아무리 손에 익어도 결실이 예측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차린다. 많으면 자주 먹고, 적으면 조금씩 먹고, 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다.
내가 농사지어 텃밭에서 거둔 만큼 먹을 수 있는 정직한 밥상이다. 제철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계절에 상관없이 일 년 내내 각종 채소를 차릴 수 있는 도시 밥상과는 다르다. 뭔가 색다른 요리가 만들어졌다면 재료의 부족함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좋은 음식이야 많겠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심고 거두어 만든 음식만큼 완벽한 음식은 없다며, 자신이 차린 밥상에 후한 점수를 준다며 웃는다.
레시피를 보면 제철에 거둔 식재료를 가지고 아주 단순한 양념으로, 가능한 한 손을 적게 대는 조리법들이다. 그래서 재료의 제맛이 살아 있고, 먹었을 때 속이 편하다. 농사도, 요리도 가장 자연에 가까운 방식이다. 흙, 바람, 햇볕, 이름 모를 아주 작은 벌레들까지 산골의 밥상은 자연이 짓는다고, 자신은 그저 담아냈을 뿐이라고 말한다.
산골농부 자운의 블로그 ‘산골농부 자연밥상’에는 산골의 일상, 농사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7년 동안 포스팅한 글이 무려 5000개가 넘는다. 매일 2개 이상을 올려야 가능한 일이다. 농사짓는 틈틈이 요리하고,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산골의 일상에서 얻은 감동이 컸고, 그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없던 병도 생기고 아픈 데만 늘어난다는데, 산골농부 자운은 20~30대보다 더 건강하고 씩씩한 50대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 일구는 농사로 자신이 이만큼 건강해졌다면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라며, 자급자족하며 건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산골농부의 자연밥상>은 농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요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자연과 함께 짓는 농사와 요리를 눈으로 따라가기만 해도 건강하고 소박한 삶, 자연과 공생하는 삶 쪽으로 자연스럽게 한 발짝 다가가게 하는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한 책이다.
“주위에선 날마다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산골밥상을 경이롭게 여기는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짜 별것 아니다. 밭에서 키우는 작물은 한정돼 있고 거두는 시기도 정해져 있다. 그러니 지루하지 않게 좀 더 맛있게 먹으려면 먹는 방법이 다양해야 한다. 나에게 ‘잘 먹는다는 것’은 내 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키워준 흙과 작물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예를 다하면 몸은 자연히 건강해진다.
손에 닿는 식재료마다 사랑하는 사람 떠올리듯 간절한 마음을 기울이면 신통하게 숨어 있는 맛이 톡톡 튀어나와 내가 만들어 놓고도 그 맛에 흠뻑 반한다. 다양한 요리와 풍성한 맛은 작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만들어가는 것 같다.”
원본 기사 보기:sagunin_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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