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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A병원, 수술없이도 고친다더니‥

디스크완치율 90% 선전에 입원‥정작 증상도 안 보고 처방 '황당'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5/09 [17:58]
여러 일간지에 '수술 없이도 디스크 완치' 광고
 
본지에 제보가 들어온 것은 지난 3월 말로, '수술 없이도 척추 디스크의 완치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일부 광고)되면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인천 h병원(가명)의 입원환자 노봉근(가명, 38세, 남)씨가 제보자였다.
노순철씨가 제기한 문제들을 종합하면 '병원 측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환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속이기까지 한다'는 것으로, 노씨는 자신의 불만을 원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다가 강제적으로 끌려가 밀실에 감금당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했다.
수도권 a병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피해자 노씨 “강제로 끌려가 밀실에 감금” 폭로
 
제보자 노순철씨가 열악한 세면장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노봉근씨의 제보전화가 온 것은 지난 3월 22일 오후 4시경이었다. '병원의 비리와 관련된 제보를 하고 싶다'는 말이었고, 제보자는 그 날 병원 측에 항의하다 강제로 끌려가 밀실에 감금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련 문제의 경우 취재 자체가 어렵고, 어떤 논란이 있을 경우 진위관계를 따지기는 더 어렵다고 알고 있었지만, '강제 감금'이라는 말에서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갈 만한 '사건'이라는 감이 느껴졌다.
기자가 수도권 인근에 있는 a병원에 도착한 것은 밤 9시가 넘은 시간으로, 이날 만남 이후 병원에서 한번 더 만난 것을 포함해, 3차례에 걸쳐 병원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노씨는 지난 2005년 9월 20일 교통사고를 당한 후 고향인 경남 인근 병원을 전전했으나 척추 및 경추부에 생긴 디스크는 잘 낫지 않았고, '수술 없이도 디스크의 완치가 가능하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수도권에 있는 a병원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노씨는 초진에서 신문기사에 얼굴이 나온 a병원 이 아무개 원장을 만나 '6주 20회 과정으로 이루어진 치료법을 받으면 90%의 성공률로 완치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수 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선납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이 병원에서의 치료를 결정한다.
전체 20회 과정의 치료중 약물 치료가 병행되는 10회차 까지는 통증이 현격히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병이 낫는다는 마음에 눈에 거슬리는 사소한 문제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10회차가 지나 약물치료가 중단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약물투여가 중단되자마자 디스크의 통증이 치료 전과 마찬가지로 심해지기 시작했고, 병원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범상치 않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약물치료 끝나자마자 통증 재발
 
노씨는 자신의 진료·투약·물리치료 기록을 꼼꼼히 기록하는 한편, 입원해있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작업을 진행,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첫 번째는 산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이 모두가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는 점. 노씨 본인도 입원초기 상해보험 적용여부를 놓고 병원과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건강보험으로 진료받겠다'는 각서까지 써야했는데, 병원이 건강보험을 고집하는 데에는 산재보험이나 상해보험에 비해 환자 관리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노순철씨의 척추 디스크 mri 필름. 환부가 시커멓게 변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브레이크뉴스

더불어 초진 받던 날 노씨는 이 아무개 원장에게 진찰을 받고, mri(자기공명영상법) 촬영과 ct(컴퓨터단층)촬영을 모두 받으라기에, 의사에게 "mri를 찍는데 ct를 찍을 이유가 있나요"라 묻자 이 원장이 "그럼 mri만 찍으세요"라고 답했던 것이 심상치 않게 생각되었다.
노씨가 자신과 같은 종류의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두가 mri와 ct 촬영을 같은 날 연이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처럼 질문 한 마디에 처방이 바뀔 수 있는 거라면 건강보험 급여를 노린 과잉진료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노씨는 이러한 여러 가지 불만과 의문점들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원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몇 일이 지나도록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초진환자들을 대상으로 면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원장실 앞에서 침묵 시위를 하다가 병원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 원무과 내 별실에 감금되는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h병원 "애초에 물리요법 불가"
 
이러한 의문점들에 대해 a병원 측은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인지 상해보험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의사의 진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며, ct와 mri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노씨는 진료 결과 사고에 의한 부분보다 개인의 기존질환 의존도가 더 많다고 판단되어 교통사고에 의한 상해보험으로 처리시 통원치료 밖에 안되고, 상호간에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 부득이하게 "의료보험으로 치료받겠다"는 서류처리를 하게됐다는 것.
ct와 mri 두 가지 촬영을 한날 한시에 한 것은 과잉진료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각각의 촬영방법이 장점이 있는 것이어서 과잉진료가 아니라고 a병원 측은 주장했다.
한편 6주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3월 30일 퇴원한 노순철씨는 허리부분의 통증이 전혀 나아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질환 전문병원인 'h병원(청담동 소재)'에서 다시 진단을 받았다.
노순철씨를 진단한 담당의사는 a병원에서 1월 10일 찍은 mri 필름을 보고, "환부의 추간판 색깔이 시커멓게 된 것은 조직세포가 죽었다는 뜻으로, (a병원에서 받은 것과 같은) 물리치료 요법으로는 호전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병원측으로 요구받았다는 각서. "의료보험으로 치료받겠다"는 내용과 함께 제보자의 서명 및 지장이 날인되어있다.       ©브레이크뉴스

의사는 "이 경우 레이저로 환부를 태워내거나, 디스크를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노씨가 의사에게 "혹시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 다시 찍어보는 게 안 낫겠습니까?"라고 묻자 담당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돈 낭비"라고 일축했다.
a병원에서 처음 찍은 mri 필름상으로 이미 a병원이 자랑하는 그 치료법을 사용해서는 호전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이 나온 것으로, 이에 대해 h병원측에 '오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a병원 측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치료법이 미국내 치료 성과에서 86~94%의 성공률이 기록했음을 노씨에게 설명했을 뿐이라며, "치료성과는 100%가 없고 90% 정도는 지금까지의 치료실적에 따라 설명했으며 전혀 오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돈' 아닌 '사람'으로 환자 대해주길…"
 
한편 노씨가 3월 22일 밤 병원에서 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꺼낸 이야기는 병원 측이 편의시설도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입원환자를 많이 받아서 환자들의 생활이 너무 불편하다는 하소연이었다.
실제 노씨가 입원한 510호 병실은 10인실로, 휠체어가 드나들기 힘들 정도로 침대 간격이 좁았고, 5층에 30~35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지만 공용 화장실은 작고 세면장은 남녀 구분 없이 샤워기 하나 밖에 없었으며, 병원입구의 휠체어용 경사통로는 안전난간 하나 없이 도로로 연결되어 도저히 다닐 수가 없게 되어있었다.
노씨는 또한 밤 10시고 11시고 가리지 않고 새 환자들이 일반병실에 입원을 들어온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도 아닌데 한밤중 입원을 받을 이유가 있는지, 그 시간에 입원을 해도 하루치 입원비는 다 청구되는 건지 의문스러웠던 것이다.
거기다 병원 옆 건물 신축공사로 인한 소음공해 때문에 낮 시간에는 환자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였다. 담당의사가 발급한 진단서에는 “안정. 약물. 분리. 교정 치료를 요함”이라고 쓰여있지만 공사 때문에 ‘안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취재 과정에 만난 한 환자는 자신들의 병원에 대한 불만들은 몸이 아파서 사소한 것을 서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병원 측이 편의시설 부족이나 공사소음 문제에 대해 죄송하다는 태도로 나오지 않고 당연하게 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씨가 기자에게 가장 흥분하면서 말한 부분도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인천일보 같은 주요 일간지에 크게 광고를 때리고, 그 내용을 복사해서 병원 곳곳에 붙여놓고 자랑하는 병원이 정작 입원환자들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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