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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잘날 없는 롯데 vs 신세계

유통명가 강타한 산업스파이·보복징계 논란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5/14 [04:10]
롯데쇼핑 신동빈 부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 브레이크뉴스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롯데와 신세계간 경쟁이 비방전을 넘어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지는 등 격해지고 있다. 백화점 휴무일에 신세계 본점을 방문한 롯데쇼핑 간부직원에 대해 신세계가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

2003년 유통업 서열에 균열이 가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이들의 갈등은 현재 감정싸움으로 번져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롯데가 재도약 기회로 추진해온 까르푸 인수가 물 건너가면서 단기전략으로 백화점 강화에 나선 것이 무리수를 두게된 배경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양자간 갈등의 배경과 상황 등에 대해 취재해보았다.
 
신세계 "염탐에 납품업체 협박까지" 폭로
롯데백화점 의류팀 부장 검찰에 형사고발

 
신세계는 롯데쇼핑의 a부장이 지난 4월 17일 신세계 본점에 침입, 매장을 수색하는 등 경비업무를 방해한 것을 적발했다며, a부장을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영 캐주얼팀을 맡고 있는 a부장은 백화점 정기휴일이었던 이날 밤 자신을 의류업체 직원이라고 속이고 들어와 매장을 염탐하다가 평소 안면이 있던 신세계 여성팀 바이어가 알아보고 적발되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가 신세계 매장에 새로 들어오려고 하면 롯데측이 해당업체에 퇴출압력이나 영업정지 등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았다며, a부장의 염탐 목적도 신세계 입점을 사전에 알아내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새단장을 하기 위한 공사를 할 때에도 롯데측 바이어 2명이 협력업체 직원을 사칭해 잠입, 염탐한 것이 발각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유통업계에서 경쟁업체 매장을 방문해 염탐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영업시간에 들어와서 보는데 굳이 휴무일 밤에 들어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검찰고발에 앞서 롯데쇼핑 측에 담당자 처벌 및 재발방지와 사과약속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조용히 해결하려고 시도했으나 롯데쇼핑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검찰고발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가 신세계백화점에 최근 입점한 의류 3사에 대해 마진 인상과 영업정지 그리고 퇴점 조치 등 보복성 징계로 불이익을 가하는 과정에 정보수집을 위해 무단침입이라는 무리수까지 두게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쟁사 견제 수단으로 브랜드 압박?
 
a부장이 잠입(?)한 당시 신세계 본점에는 (주)예신퍼슨스 계열브랜드인 codes combine(코데즈콤바인), (주)mk트렌드의 tbj(티비제이), (주)리얼컴퍼니의 ask(애스크) 등 3개 브랜드가 신규 입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롯데는 이 업체들의 계열 브랜드에 대해 자사 일부 점포에서의 매장 철수를 통보한다.

퇴점통보를 받은 매장은 예신퍼슨스 계열 15개, mk트렌드 14개, 리얼컴퍼니 1개로, 리얼컴퍼니의 경우 당초 10여 개 매장에서 퇴점 통보를 받았으나 롯데와 협상을 통해 1개 매장을 철수하는 대신 점포의 수수료를 1%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 측은 이 브랜드들이 퇴점통보에 앞서 영업정지 등의 압력도 받았다고 주장한다.

신세계에 따르면 (주)예신퍼슨스 계열브랜드인 코데즈콤바인, 니퍼, 마루, 노튼, 스멕스 등 5개 브랜드는 4월 바겐세일 마지막 3일중 금요일인 오후 6시부터 9시, 토요일인 15일 오픈 때부터 오후 3시까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매장에서 아예 영업정지를 당했다.

(주)mk트렌드 계열인 엔듀, 버커루, tbj는 4월 바겐세일 막바지인 14일부터 16일까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노원점, 잠실점, 영등포점 매장의 영업 정지를 당했고, 이중 tbj는 5월 1일부터 마진 인상, 엔듀는 롯데백화점 3개 점포에서 퇴점 통보를 받았다.

(주)리얼컴퍼니의 ask도 신세계 본점 매장을 오픈한 지난 4월 18일 이후 롯데 측으로부터 마진 인상에 대한 통보를 받았으며, 롯데백화점 안양점의 ask매장은 퇴점 통보를 받았다고 신세계 측은 지적했다.

이랜드에 '까르푸 인수실패 화풀이' 의혹도

 
한편 롯데쇼핑이 경쟁업체 견제 수단으로 롯데백화점 입점 브랜드 매장에 대한 압박 카드를 사용한다는 의혹은 신세계와의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롯데쇼핑이 재도약의 기회로 인수를 추진하던 까르푸 인수를 낚아채간 이랜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한국경제>는 5월 4일자 '롯데, 이랜드에 분풀이 하나…'라는 기사에서 "한국까르푸 인수를 놓고 이랜드와 경쟁을 벌였던 롯데쇼핑 내부에서 이랜드 계열 패션 브랜드의 백화점 매장 퇴출이 거론되는 등 이랜드 견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한국까르푸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과 관련, 인수전에서 롯데를 따돌리며 유통업계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이랜드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는 것.

<한국경제>기사는 "한국까르푸 인수 계약 발표 이후 롯데백화점이 이랜드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냉랭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라며, 롯데의 한 여성캐주얼 바이어가 현대 신세계 등 다른 백화점 바이어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랜드가 너무 크는데 다른 백화점들도 함께 견제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랜드 브랜드는 앞으로 롯데백화점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한 enc 등 여성복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랜드계열 네티션닷컴의 영업팀장이 롯데백화점에 불려가 매출 부진을 추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에 성공한 '대가'로 패션부문 고급화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 "업계에 떠도는 이야기들일 뿐"
"관례적 정보수집에 정상적 업무절차"
 
브랜드업체들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롯데쇼핑 측은 퇴점통보나 마진인상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일이라며, 해당 매장들이 철수통보를 받은 것은 실적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2월과 7-8월 등 1년에 두 번식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는데, 이 과정에 보통 5% 정도의 브랜드가 바뀐다"며, "퇴점 통보 매장들이 마치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7월전까지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관련 <한국경제> 보도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지면편집을 보면 '자금력의 롯데, m&a 3전3패 왜?'라는 기사에 박스로 들어간 내용으로, 기사 자체가 뭔가 의도를 가지고 쓰여진 것"이라며, "말도 안되는 기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까르푸 인수전에서 '물을 먹었다'는 일반의 시각도 틀린 것으로, 실사에 들어가 보니 '물건'이 너무 안좋았다"며, "자산가치 1조에 프리미엄 3천억 등을 더해 1조 5천억원 정도가 적정가격이지만 이랜드는 까르푸가 원했던 1조8천억원에 근접한 1조7천억원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신세계가 a부장에 대해 형사고소에 들어간 것과 관련 "경쟁업체 매장을 몰래 둘러보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며, "입구에서 주민등록증을 제출하고 들어간 a부장의 매장 방문을 무단침입이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에 대해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는 신세계 쪽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이미 신세계 쪽 담당팀장을 만나서 사과와 유감표시를 했다"며, "a부장 개인을 상대로 이루어진 고소고발 조치지만 회사차원에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가 감정싸움 시작은 '회계기준' 변경?
03년 신세계의 '롯데쇼핑 매출 추월' 선언으로 촉발
올해초 이마트-롯데백화점 매출 비교 논란도 불거져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쇼핑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감정싸움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면 그 시작은 2003년 금융감독원이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임대매장의 매출기준을 총액에서 순액(백화점 수수료)으로 변경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새 회계기준 적용으로 임대매장 위주의 백화점 비중이 높은 롯데쇼핑은 매출이 크게 줄어든 반면 직매입 형태의 할인점이 많은 신세계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고, 신세계는 2003년도 연간 실적이 나온 다음인 2004년 4월초 "유통업계 1위를 탈환했다"고 선언한다.

신세계는 2003년 순액 기준 매출 5조8천38억원을 기록, 롯데쇼핑(3조5천418억원)을 앞질렀다. 1981년 당시, 설립 3년 차에 불과했던 롯데쇼핑에 유통업계 지존 자리를 내준지 22년만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해 총액 기준 매출은 롯데쇼핑이 7조3천716억원으로 신세계(6조8천371억원)를 여전히 앞섰지만 당기순이익에서도 신세계는 지난해 3천14억원을 기록한 반면 백화점카드 부문의 부실 여파로 롯데쇼핑은 9백13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지존' 자리를 놓고 시작된 갈등은 2005년에는 5월의 비교광고 논란과 8월 명동본점 자존심 대결 및 상호 비방전, 12월의 김포 스카이파크 프로젝트 유찰 논란과 상품권 매출 과장 의혹 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갈등의 골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는 지난해 8월 여성의류 브랜드인 오브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 신규 브랜드인 '오즈세컨'과 '루즈 & 라운지' 매장을 열기 위해 신세계측과 협의하다가 막판에 '포기'하면서 벌어졌다.

신세계는 오브제에 책임을 물어 모든 매장에서 철수를 요구했다가 오브제의 요청으로 강남점과 인천점에서만 매장을 빼도록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오브제의 신세계 신관 입주 포기 배경에 롯데와 신세계 간 유치 경쟁에 따른 압박이 있다는 설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신세계는 "롯데가 오브제에 입점 저지 공작을 벌인 것"이라며 "경쟁업체나 입점업체로선 이익을 위해 그럴 수 있다지만 신사적인 행동은 아니다"고 주장했고, 롯데는 "절대 점포를 빼겠다면서 압박을 한 사실이 없다"며 "날조된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12월초에는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 공모와 관련해 롯데의 낙승이 예견되자 신세계가 고의로 유찰시켰다는 논란이 재기되기도 했으며, 12월 말에는 롯데쇼핑의 상품권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호비방전과는 별도로 신규매장을 잇달아 오픈함으로써 규모 면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경쟁도 꾸준히 이어졌다.

2005년 한 해 동안 신세계는 상하이 인뚜점과 아오청점 등 2개의 중국 내 점포를 포함해 13개 이마트 점포를 신규 오픈, 총 83개의 점포망을 구축했고, 롯데마트는 7개의 신규점을 오픈, 전국 43개 점포망을 구축했다.

연초 상장을 통해 3조원 이상의 유동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는 최대의 반전카드로 생각했던 까르푸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서 청주백화점 등 새로운 m&a 매물을 찾고 있으며, 신규매장 개설도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편 유통 라이벌의 경쟁이 낳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유통업계에 고급화, 차별화, 복합쇼핑몰화 등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했으며, 할인점이나 백화점이 지역 문화센터로 거듭나게 된 것도 경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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