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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지키지 못한 약속' 내막

서울 목동 현대41타워 사기분양 논란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5/27 [05:20]
국내 최대 건설사중 하나인 현대건설이 4년 전에 분양한 상가 하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제의 상가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현대41타워 지하1층에 있는 것으로, 이 건물은 현대건설이 시공과 시행을 모두 맡아 진행한 것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현대건설이 워크아웃 초기였던 2002년 8월에 분양한 것. 당시 상가를 분양 받아 식당을 개업했던 김 아무개씨는 현대건설이 상권 보장 등 갖가지 번지르르한 약속을 했지만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파산상태가 되었다며 성토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가 된 것인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내막을 취재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현대41타워     ©브레이크뉴스

편의시설용으로 계획됐던 1층에 식당 입주
전문식당가로 계획된 지하1층은 파리 날려

 
문제의 '현대41타워'는 지상 40층, 지하 6층의 주상복합건물로서, 서울 양천구 목동 중심상업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김아무개씨에 따르면 2002년 8월 식당 개업을 위해 분양상담을 할 때 당시 분양 담당자는 현대41타워의 상가1층은 병원, 약국, 은행, 증권사, 편의점 등의 용도로 분양계획이 잡혀있고, 지하1층이 전문식당으로 되어있다며, 식당을 하려면 지하1층에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기업 현대건설을 믿고 지하1층에서 분양을 받아 식당을 했는데, 분양이 잘 안된다고 현대건설에서 1층 상가를 식당으로 분양을 했고, 상권을 1층에 빼앗기는 바람에 적자운영을 견디지 못해 완전 파산상태"라고 밝혔다.

김씨는 또한 "설계와 건축용도, 분양 계획에 안 되는 1층 상가 식당에서 지하1층 전문식당에만 건축된 도시가스와 배기 시설을 불법으로 빼앗기면서 용량부족으로 영업에 많은 지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특히 "현대건설은 일반 소비자가 도저히 의심할 수 없게 조그만한 글씨로 작성된 계약서에 '권장'이라고 해놓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억울하면 '법으로 해결하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분양을 맡은 현대건설이 최초 1층을 분양 받은 소비자들이 용도에 맞게 입점하도록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았고, 지금 와서 1층 수분양자 및 구청행정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현대건설을 성토했다.

김씨는 "현대건설을 믿고 분양 받을 때 받은 은행대출과 적자운영으로 은행추가대출, 사금융 대출, 카드, 기타 등등 적자운영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며, "살고있는 집과 가게는 은행에서 가압류해 경매진행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명예실추…우리도 피해자다"
 
현대41타워 지하상가 문제에 대한 현대건설의 입장은 "김씨의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도의적인 책임은 인정하지만 계약서 상이나 법적, 절차적으로 볼 때 현대건설에는 책임이 없다"는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상가건물에서 용도변경이나 가스·배기시설 전환 등은 모두 구청의 허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특히 용도변경의 경우 상가번영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 일부 불법적인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 문제에 대해 전후 사정을 확인해 본 결과, 현대건설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없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김씨가 변호사를 선임해서 상가번영회 등을 고발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내용을 김씨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씨로서는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절차를 밟는 지난한 과정을 밟기가 엄두나지 않아서인지 우리를 상대로 여론압박을 하는 빠른 길을 택한 듯 보인다"며, "김씨가 인터넷에 비방글을 남기고 다녀 회사 입장에서도 명예가 실추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가건물을 설계할 때 최초 수요예측에 따라 용도 구성을 하는데,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힘들다"며, "아파트라면 투자시 기대와 어긋나더라도 불만을 잘 제기하지 않는 반면 상가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수요예측이 어긋나는 것은 늘 있는 일이고, 수요예측이 맞더라도 분양시 입점 의뢰가 기대했던 그대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며, "단적으로 같은 층에 약국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약국을 차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시작부터 완료까지 3년 넘게 소요
 
현대건설이 목동 현대41타워 사업의 시공뿐 아니라 시행까지 하게 됐던 것은 원래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이 사업이 엎어졌기 때문이었다. 사업권을 인수, 직접 분양에 나선 현대건설은 당시 여러 가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서 분양을 진행한다.

그러나 imf 후유증이 남아있었던 경제상황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현대41타워는 분양완료까지 3년이 넘게 걸렸고, 분양지연으로 인해 현대건설은 이 사업에서 거의 이문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분양이 시작된 2000년 10월 말 현대건설은 이 건물을 "음식과 문화가 접목된 국내 최대의 전문 'joy&food형 테마상가'로 만들겠다"며, 특히 상가 분양후 일정 기간동안 회사가 상권을 책임지는 이른바 '바이백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은다.

'바이백 시스템'이란 입점후 5년이 지났을 때 점포 공실률이 10% 이상이거나 임대가격(전세기준)이 분양가의 50~60%를 넘지 않을 경우, 분양자가 요구하면 분양한 회사가 상가를 되사주는 방식이다.

당시 현대는 '바이백 시스템'뿐만 아니라 계약자가 원할 경우 상가 임대를 대행, 5년 동안 연 10%의 임대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 현대건설의 이러한 호언장담은 채 한 달을 지속하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되고 만다.

이라크 등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의 공사대금 미수금과 유가증권 평가손에 따라 누적된 부실로 자금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대외신뢰도가 급락,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상환요구가 일시에 몰려 그 해 10월 30일 1차 부도를 맞은 것이다.

현대건설은 그 해 11월 말,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장미빛 선언들을 모두 접고, 최고 35%의 할인분양을 통해 현금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지만 분양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실적에서 2조9천8백억원의 적자를 시현한 현대건설은 2001년 5월 감자를 결의했고, 그 해 6월말 2조9천억원의 출자전환을 실시하는데, 이 시기에 재분양 공고와 함께 그 해 초 현대건설에서 분사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41타워로 입주해 2∼5층을 채운다.

2001년 6월의 재분양 공고부터는 수분양자에게 총 분양대금의 50%를 무이자 대출 알선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 제시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 분양은 완료되지 못하고 다시 해를 넘기게 된다.

현대건설은 2002년 5월 현대41타워에 대한 분양공고를 다시 내고 분양작업을 진행하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주상복합아파트 열풍에 힘입어 지난했던 분양작업을 마무리짓게 된다.

하지만 주상복합 열풍은 채 반년이 채 못돼 사그러 들었고, 2003년 초부터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많은 피해자를 낳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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