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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교수, 해방정국-제주 4.3-여순사건 등 격동기 역사 파헤쳐

제주4.3사건을 ’제주4.3민중항쟁‘으로, 여순사건을 ’여순민중항쟁‘이라고 부르자!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9/04/02 [11:41]

이탈리아 역사철학자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 1866-1952)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All history is contemporary history.)”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실제 우리는 너무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우린 미처 몰랐고, 알 수도 없었고, 잘못 알려지기만 했던 우리 현대사!에 대하여 통렬한 자아비판을 하면서 동시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도올은 국민에게 고하고 있다. ’제주4.3‘을 ’제주4.3민중항쟁‘으로, 여순사건을 ’여순민중항쟁‘으로 부르자고...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제주4.3사건을 하루 앞둔 시점에 우리의 역사속에 해방공간은 여전히 금기시 되며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그 누구도 학자적 양심을 통해 여순사건과 제주4.3사건을 밀도있게 파헤치며 공중파 방송에 나가서도 용기있는 발언을 한 자가 누가 있었던가?

 

조선왕조체제가 붕괴된 후 20세기 전반기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에 시달렸다. 우리는 자력으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바로 세계적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민족이 분단되었다.

 

분단 71년! 우리를 옥죄고 있는 이 비극의 분단체제는 우리 정치의식의 밑바탕에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우린 미처 몰랐고, 알 수도 없었고, 잘못 알려지기만 했던 우리 현대사!

 

이 책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해방정국과 제주 4・3, 여순사건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의 참혹한 역사를 파헤친다.

 

지금껏 역사교과서에도 다루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으며 금기시 해왔던 해방공간, 아니 대한민국이 태동하기 전의 권력공백기에 저자는 과감한 메스를 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냉전구도에 따른 좌우 진영의 편가르기나 이념이 아니라 팩트에 근거한 인간들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금껏 우리는 여순사건을 ‘여순반란 사건’으로 명명하고 배웠다. 하지만 이 책은 제주4.3사건을 ’제주4.3민중항쟁‘으로, 여순사건을 ’여순민중항쟁‘이라고 명명한다.

 

제주4.3사건을 ’제주4.3민중항쟁‘으로, 여순사건을 ’여순민중항쟁‘이라고 부르자!

 

저자는 무지했던 자신을 성찰하면서 현대사에 접근했다. 실제 우리는 너무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우린 미처 몰랐고, 알 수도 없었고, 잘못 알려지기만 했던 우리 현대사!에 대하여 통렬한 자아비판을 하면서 동시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고하고 있다. ’제주4.3‘을 ’제주4.3민중항쟁‘으로, 여순사건을 ’여순민중항쟁‘으로 부르자고.

 

제주4.3민중항쟁과 여순민중항쟁!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후에 발생했던 최대의 비극이면서, 반공체제의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마치 전두환 군부가 5.18 광주민중항쟁을 딛고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듯, 이승만 정권은 제주4.3민중항쟁과 여순민중항쟁을 딛고 권력을 공고히 했다. 아니 이승만 정권을 단죄하지 못한 결과로 박정희, 전두환 쿠데타가 반복된 것이다.

 

제주4・3사건은 김대중 정부시절 2000년1월12일 특별법이 통과되어 마침내 진압과정에서 무리한 국가폭력이 인정되었고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기념일 제정까지 이루어졌다.

 

하지만 여순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조치도 없다. 이 두 사건은 우발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별도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여순민중항쟁의 최초의 계기는 현지 주둔군 14연대의 제주토벌 출동거부였다.

 

이것은 항명이 아니다. 군인에게 자국민을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정의로운 거부였다. 그리고 다수의 민중이 여기에 호응해 나선 것은 이승만 정권의 친일파청산 묵인과 행정의 폐해, 미군정의 미숙한 대한반도 정책에 이어 식량난까지 초래한 민생의 파탄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해방정국과 여운형 그리고 건준! 

 

도올은 제주4.3과 여순사건의 근본적 배경인 해방이후의 정국을 남북한 전체를 포괄하여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국제정세, 냉전질서의 주축인 미국과 소련의 동아시아정책을 폭넓게 이해시킨다. 

 

역사에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남북한의 역사는 미・소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분단으로 치달았다.


저자는 강대국의 이해충돌 속에서도 현명한 대응으로 민족의 분열을 막고 독립을 성취할 수도 있었다고 가정한다. 그 가능성을 도올 김용옥은 좌・우익 진영의 편 가르기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감각을 지닌 몽양 여운형, 그리고 건국준비위원회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하 송진우에 이어 몽양 여운형, 설산 장덕수 그리고 백범 김구선생의 연쇄적 타살은 해방공간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군정시기를 엄정하게 평가하자!

 

남한에 진주한 미군이 한국을 통치했던 시기가 미군정기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미군정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미군정은 국제전략에 따른 미국의 국익추구로 일관했다. 한국에 대해 철저히 무지한 상태로 일관했다고 비판한다. 절대적인 권력이 갖는 무지는 우리 민족에게 분단71년을 가져올지 미국도 모르고 우리 민족 지도자들 그 누구도 몰랐다.

 

단순히 점령지를 편리하게 통치하겠다는 미군정의 발상은, 한국인 스스로 자치능력을 발휘한 건국준비위원회와 각 지역 인민위원회를 부정하며 해방공간에서 기존의 친일파 중심 질서를 온존시키도록 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대가는 너무도 컸다. 갑작스런 일제패망에서 온 권력의 공백은 행정의 무질서와 부패, 모리배의 농간으로 민생의 파탄을 가져왔다. 미군정은 이에 따른 혼란을 바르게 해결하지 못하고 좌익의 탓으로 돌려 탄압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민족의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고 말았다. 이러한 흐름의 참혹한 귀결이 제주4・3사건과 여순민중항쟁으로 나타났다고 갈파하고 있다.

 

이 시대의 철학자, 사상가 도올의 외침

 

<우린 너무 몰랐다>에 들어있는 도올 김용옥 교수 특유의 역사를 서술하는 태도는 예리하고 날카롭다.

첫째, 언어의 정명이다. 역사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오염된 언어를 과감히 바로잡는다. ’제주4.3‘을 ’제주4.3민중항쟁‘으로, 여순사건을 ’여순민중항쟁‘으로.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관습적인 언어는 많은 경우 이념에 의해 의미가 덧씌워져 있다. 이런 언어는 역사이해의 객관적 판단을 가로막는다. 언어의 올바른 사용만으로도 우리는 잘못 형성된 관념에서 벗어나,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불러올 수 있다.

 

둘째, 인간을 이해한다. 사건의 중심에 서있었던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 각각의 캐릭터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인물에 대한 엄정한 포폄을 행한다. 이것이 역사의 준엄함이라고 규정한다.

 

셋째, 역사를 복합적으로 이해한다. 지금까지의 역사의 흐름을 표피적, 단선적으로 꿰맞추는 몰지각한 역사이해를 배격한다. 역사적 사건에는 다양한 근인과 원인이 서로 얽혀있다. 그 복잡한 현상을 당시의 상황에 맞춰 기술된 기존 질서와 역사적 해석을 거부하고 팩트에 입각한 민중들의 시각에서 주체적으로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상식적 감성으로 역사를 대한다. 저자는 인간이면서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라는 통탄의 마음으로 우리 현대사를 새롭게 재정립한다. 그리고 슬픈 역사의 극복은 역사에서 슬픔을 없애려하지 말고 오히려 그 슬픔을 드러내야 하고, 거기에 동참하여 우리 모두의 슬픈 역사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우린 미처 몰랐고, 알 수도 없었고, 잘못 알려지기만 했던 우리 현대사!

 

그의 역사서술에는 눈물이 흐른다. 때론 비통하고 때론 침략국인 일본은 분단되지 않고 피해국인 우리는 왜 분단되었는가? 애석해 하며, 찬탁과 반탁의 무질서속의 해방공간에서 동아일보의 오보는 두고두고 가슴을 치게 한다.  말석의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오늘도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  hpf21@naver.com

 

대한민국 교양필독서!
이 책은 사상이 아니라 운동이다.
이 책은 역사서술이 아니라 우리 의식에 던져지는 방할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자라면 이 책을 읽은 후 얻어지는 깨달음을 그 잊혀진 역사를 만세 만민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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