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있어 사옥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사옥은 회사의 상징이며, 대외적 위상과 신용을 대변한다고 인식되지만, imf 국가부도 사태를 전후로 재계에는 "사옥을 큰 규모로 번듯하게 지으려는 회사는 꼭 쓰러지더라"는 '사옥 징크스'가 떠돌기도 했고, 최근에는 대기업이 풍수지리에 따라 사옥의 입지를 결정하는 경우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4월 12일 대우건설의 사옥인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을 빠르면 올해 8월 안에 매각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가 지난해 6조6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대우건설의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을 때부터 이미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예견되었다며, 이번 대우센터빌딩 매각도 유동성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본지는 대우건설 매각이 왜 서둘러 앞당겨졌는지 등 여러 언론들의 관심을 쏟고 있는 부분과는 별개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빌딩 매각사를 통해 이 회사가 '사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에 대해 조명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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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 완료 4개월여 만에 알짜자산 처분
부챗살 로고 떼고 1년도 안 돼 '대우'까지 사라진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에서 역사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우뚝 서있어 시선을 가로막는 거대한 건물. 서울의 상징이며, 과거 대우그룹 세계경영의 상징이기도 했던 대우센터빌딩이 팔린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모회사격인 금호산업은 지난 4월 12일 공시를 통해 빠르면 올해 8월까지 대우센터 빌딩을 팔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12월말 대우센터빌딩에 걸려있는 '대우건설' 로고에서 부챗살 모양의 대우로고를 떼어내고 빨간색 꺽쇠(날개)를 달았는데,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대우'라는 이름 자체가 떼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금호 측은 대우센터빌딩 매각이 m&a 이전부터 예정되었던 것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핵심사업 역량집중과 이익소각 등 재원 마련, 기업가치 제고차원에서 이번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금호 측은 올 8월에 건물이 팔리더라도 현재 신문로에 건설중인 금호 제2 사옥이 완공되는 내년까지는 대우건설이 그대로 입주해 있는 방향으로 매각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매각협상이 실제로 그렇게 진행될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센터빌딩에 대한 이번 매각 결정 발표를 전후로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설'을 비롯해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게 돌아 이를 둘러싼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인수완료 4개월여 만에 가장 덩어리가 큰 알짜 자산에 대한 매각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레버리지바이아웃(피인수업체의 자산을 통해 인수자금을 돌려 받는 행위. 약자 lbo)아니냐는 시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찰안내서에 건물(대우빌딩) 등 자산매각 금지조항을 넣자고 요구했는데도 채권단 측이 '나중에 빚 갚으려면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빼는 등 비싸게 파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이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대우센터빌딩 매각 결정이 대우건설이나 금호그룹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고, 그에 따라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회현동 프라임타워, 서린동 알파빌딩, 영등포 k1빌딩
유형자산 매각, 2000~2003년 사이에만 10건 이상
이러한 풍경은 imf 국가부도 당시 금호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사옥 매각을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게 있어 회사의 상징이자 대외적 위상과 신용을 대변한다고 인식되는 사옥의 매각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지난 연말 대우센터빌딩에 크게 매달려 있는 대우건설 ci가 대우그룹 세계경영의 상징인 부챗살 로고를 떼어내고 금호그룹의 상징인 날개(빨간 꺽쇠)를 달았을 때에도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사람들에게, 특히 옛 대우맨들에게는 서울역 앞에 꿋꿋하게 버티며 매달려 있던 부챗살 로고가 사라지는 것은 대우그룹의 영광의 기억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사옥'은 회사의 상징! 금호에겐…군살?
하지만 정작 매각을 결정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우로 되돌아오면 '사옥'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 중에서 덩치가 큰 것이라는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지난 시기 금호그룹이 사옥을 판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호는 지난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에만 회현동 아시아나빌딩과 서린동 광은빌딩, 영등포 k1빌딩 등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건물들을 정신 없이 팔아치웠으며, 이러한 비핵심 자산의 매각을 통해 살아남았고,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imf 국가부도 사태가 일어났던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당시 금호그룹)은 재계 10대 그룹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국가 전체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는 비상하던 금호의 날개를 꺾어버렸고 이후 지난한 구조조정의 시간이 이어졌다.
당시 금호그룹은 말 그대로 팔만한 것은 다 팔아았다.
1998년 금호석유화학 카본블랙 사업부 매각을 시작으로 2000년 중국 톈진의 금호천진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사업부 등을 줄줄이 매각했으며, 특히 2000년에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던 그룹 사옥 아시아나빌딩(현 프라임타워)와 종로구 서린동에 있던 광은빌딩(구 광주은행빌딩, 현 알파빌딩), 금호산업 공장부지 등을 팔았다.
2001년에는 금호타이어 지분을 군인공제회에 팔았고, 터널사업체인 철마개발을 대한교원공제회에 팔았으며, 2002년에는 고속정비공장을 부동산 전문개발업체인 (주)인평에, 인천공항외항사터미널을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 회현동 서울빌딩을 여기에 입주해있던 계열회사 아시아나항공에 팔았다.
2003년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매각은 계속 이어져, 영등포 k1빌딩을 태승산업과 한국마사회에 나눠 팔았고, 2004년에는 외국계 투자회사에 아시아나공항서비스를 매각했고, 도심공항터미널 보유지분 전량(25%)을 현대백화점에 팔았다.
skanda@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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