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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삼성 고문의 "쓴 소리" 화제

이대원 삼성 고문의 신저 '삼성 기업문화 탐구'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7/08/13 [15:19]
"삼성, 근무하고 싶은 기업이지만
존경하는 기업과는 좀 거리 있다"

▲삼성 기업문화 탐구     © 엠디자인
삼성그룹이 전자계열사들의 실적 하락과 새로운 성장동력 부재로 불거진 위기론 진화에 나선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도록 지시했던 지난 5월경 현직 삼성 계열사 고문이 내놓은 책 한 권이 조용하게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삼성 기업문화 탐구'(엠디자인)를 펴낸 이대원 삼성중공업 고문은 196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그룹 공채 6기로 입사해 제일모직에서 대표이사 사장, 삼성항공산업과 삼성중공업, 삼성자동차 등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
 
1965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성장을 함께 한 이대원 고문은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연구소 초빙연구임원으로서 경영의 이론과 실제를 접목시키는 학술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이 책에서 삼성이 처한 위기에 대해 내밀한 분석을 제시했다.
 
이 책은 논란의 대상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나 무노조 경영, 자동차 산업 진출 등에 대해 삼성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면서도 반삼성 정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서슴지 않으면서 비교적 냉정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손해보지 않는 원리원칙과 숨막히는 완전주의
가까이 할 수 없는 경원과 질시 대상일 수밖에"

 
"다양한 계층과 끈끈한 관계 형성, 기회주의적
수단 이용… 반 삼성 정서 유발요인으로 작용"

 
이대원 삼성중공업 고문은 삼성이 성장하는 기본 동력으로 '관리의 삼성'과 '기술의 삼성' 두 가지 가치를 핵심으로 지목하면서, 삼성그룹 탄생 초기부터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최근까지 이러한 가치가 어떻게 구현되어왔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했다.
 
'관리의 삼성'과 관련해 그는 '신 관리문화의 정립'을 역설한다. "삼성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을 넘어 세계 일류기업의 위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립 초기부터 훌륭한 경영이념이 기업문화로 튼튼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관리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뒷다리만 잡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연봉제와 성과급제, 계열사별 독립 채산제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연봉제는 불필요한 경쟁의식을 유발해 조직 내에 인간미가 상실되고 있고, 성과급제는 주가나 단기실적에 치우치는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특히 연봉제와 성과급제는 상부상조 정신이 발휘되기보다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이기주의 성향을 북돋우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것이 그의 분석.
 
이 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책임경영과 자율경영이 정착될수록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그의 지적.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의 경영감시가 철저해진 상황에서 앞으로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그룹 전체의 지원을 받아 신규사업을 추진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삼성의 가장 큰 효자사업인 반도체 사업은 사업 초기에 매년 적자가 쌓였고 투자부담도 늘어나는 등 애물단지였지만 그룹차원의 인적, 물적, 기술적 지원을 받아 오늘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인사관리 체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그룹 공채제도가 공정거래 저촉 등의 이유로 계열사별 채용으로 바뀌고 수시 채용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채용이나 교육의 강도나 전문화가 자연히 느슨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연고채용도 무의식 중에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경계론의 극복
 
이 고문은 스웨덴의 국민기업으로서 자동차, 엔지니어링, 통신, 가전, 제약, 금융 등 사업다각화를 이루고 있으면서 5대째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는 발렌베리그룹의 예를 들어 삼성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부와 경영권은 세습했지만 발렌베리 그룹은 높은 세율의 소득누진세를 꼬박꼬박 냈고 경기가 어려울수록 투자를 늘려 고용확대를 도모해 국민적 신뢰를 쌓은 것이 국민기업으로 존경받는 주요 이유이다."
 
국민경제 기여도와 사회공헌활동을 따져보면 삼성도 발렌베리그룹처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국민들의 눈에 비친 발렌베리그룹과 삼성그룹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은 좋은 기업, 근무하고 싶은 기업이긴 하나 존경하는 기업에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존경받기에 앞서 오히려 '삼성공화국'으로 불리며 일부 국민에게는 비판과 질시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는 것이다."
 
'삼성이 국민기업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개발경제시대 압축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일부 잘못된 행태로 인한 반기업 정서와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 전체 대기업 그룹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별개로 삼성만을 표적으로 삼는 반삼성 정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리주의와 원칙주의가 외부관리에서 회사는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다는 원리원칙과 숨막힐 듯한 완전주의로 발현된다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어 경원과 질시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
 
국정원 도청 x파일 사건과 함께 그 일부가 드러나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인맥관리 방식에 대해 저자는 "삼성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각종 사법기관, 학계와 언론계 등 각계 각층에 밀접한 관계를 맺는 동시에 때로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관련 사실을 에둘러 인정하면서도 "광범위한 외부관리의 시스템은 기업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고 우수한 인력을 많이 갖고 있는 인재집단의 당연한 현상"이라고 변호한다.
 
다만 "이 같은 다양한 계층과의 끈끈한 관계형성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해관계를 위한 기회주의적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국민에게는 오히려 반삼성 정서의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활발하게 표출되는 반삼성 정서
 
저자는 "그동안 반대기업, 반삼성 정서가 묵시적이었다면 이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시적,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표출되고 있다"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소송과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루어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에 대해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이라는 비난과 함께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반삼성 정서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은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저자는 또한 "정부와 정치권은 시장경제원리의 작동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활동에 심심찮게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삼성에게는 부담"이라며, 금산법이 그 좋은 사례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그룹의 금융기관은 계열사 주식보유한도를 5%로 제한하고 그 이상 초과지분은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강제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한 금산법에 실제 해당되는 금융기관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겨냥한 법률이라는 주장.(다른 기업들은 규정을 충족시켰음에도 삼성만 버티고 있다는 정반대의 견해도 있다.)
 
이밖에 저자는 "비노조 경영에 대한 노동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도 커다란 과제"라며, 노동운동 전문가들이 삼성 노조결성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 분명한 가운데 복수노조 설립이 자유화되면서 노조설립 방지가 훨씬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자는 삼성이 국민의 99%가 호감으로 보이고 1%의 비호감 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1%를 설득해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삼성이 지향하는 21세기 초일류기업, 존경받는 기업의 입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삼성의 외부관리체제가 이에 걸맞게 충분히 다듬어져서 새로운 기업문화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대원 삼성중공업 고문  
책 속에서 / 기업 지배구조

"입헌군주적 지배구조가 대안"

정치학에서는 지배의 유형을 폭력에 의한 지배, 절대군주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그리고 민주적 지배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정치에서의 지배목표는 권력으로서, 오늘날 지구상 많은 국가들은 민주적 지배를 표방하는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삼고 있다.
 
…중략…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 상속, 또는 수증하여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다. 이렇게 취득한 소유권은 신성불가침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기업, 특히 대기업의 오너가 갖고 있는 소유권을 탈법 또는 불법인 것처럼 간주하여 너무 지나치게 각종 규제와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한국적인 대기업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기업과 평준화되어가고 있는 경향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970년대 중반의 일이다. 어느 늦은 봄날에 필자는 청와대 사정비서실로부터 전화호출을 받았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은 후에 알았지만 청와대,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합동팀이 삼성문화재단을 특별감사하는 장소였다.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서류 하나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필자가 그로부터 5년 전 삼성문화재단 업무를 맡고 있을 무렵에 문화재단의 업무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작성한 내부 건의서였다.
 
주요내용은 삼성문화재단을 지주회사로 하여 각 계열회사의 주식을 문화재단의 기본재산으로 출연하여 문화재단이 대주주가 되고 그 과실(배당금)로 문화재단의 목적사업인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 당시 법규에 따라 비영리법인에 대한 증여나 출자는 비과세 혜택을 받고 그룹의 지배구조도 문화재단을 정점으로 피라미드식 지배형태를 갖출 수 있는 이중효과가 있었다.
 
삼성문화재단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외부인의 경영참여를 봉쇄하여 영속할 수 있으며 문화재단의 활동이 활성화되어 그룹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등이 주요 골자였다.
 
조사반장은 당시 삼성의 회사 지배구조가 그 보고서와 똑같이 되어 있어 막대한 탈세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그 의도를 추궁하는 것이었다.
 
그 후 관계 법령이 개정되어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의 주식을 일정비율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여러 곡절을 거치면서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순환출자체제로 되어있다.
 
즉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대주주로 지배관계에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카드의 대주주로 지배구조를 형성해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또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체제로 이뤄진 것이 삼성의 지배구조이다.
 
최근 금산법의 시행으로 사실상 삼성의 지주사에 해당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구조 근간을 흔들게 된다. 삼성의 전체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략…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면 첫째, 창업자 경영시대같이 소유권(오너:owner)과 경영권(경영자)이 일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전지전능한 경영권의 행사가 가능하다.
 
기업의 절대군주적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경영구조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는 기업의 민주적 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 소유권과 경영권이 분리된 경우로 전문경영자를 영입하여 오너가 그의 경영권에 해당하는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많은 기업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셋째로는 기업의 입헌군주적 지배구조이다. 이는 소유권과 경영권이 동거하되 적당한 역할분담을 하여 발전적이고 평화적인 공존을 하는 것이다.
 
입헌군주국가에서 왕은 군림만 하고 통치는 하지 않는다(king does not rule but reigns). 즉 경영의 현장에서 오너는 군림만 하고 통치는 유능한 전문경영자의 몫인 것이다.
 
첫째와 둘째의 절충형 정도인 셈이지만 그러나 기업문화 전개와 발전 측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유능한 전문경영자들이 여러 분야별로 많이 배출되어야 하고 소유권자(오너)의 소유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확고해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어차피 소유권이나 경영권이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상적인 기업경영의 지배구조로 생각되어 한국에서나마 경영의 입헌군주적 지배구조가 널리 보급되기를 기대한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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