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컨설팅 전문가는 국내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혁신기법을 도입해도 성과가 잘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 문제해결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기본 망각 △도입한 혁신기법의 본질을 오해·왜곡·변질, 보여주기 위한 혁신 치중 등 2가지를 꼽기도 했다.
올해 초 lg전자의 구원투수로 기용된 남용 부회장은 취임 직후 dell과 3m, 도요타 등 세계적인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2010년까지 lg전자를 시장점유율, 성장률, 주주가치 등에서 글로벌 톱3로 키워내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남 부회장이 취임한 지도 어느덧 만 8개월이 되어 가고 있다. 혁신의 성과를 따지기에 매우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lg전자가 내놓고 있는 혁신의 밑그림을 짚어보고 과연 지금까지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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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남용 부회장 © 브레이크뉴스 |
일선 사업조직은 '낭비제거'에만 집중하고
생산 혁신 활동은 생산연구원에서 전담해?
남용 부회장 취임 이후 최근 몇 개월 동안 lg전자가 '혁신'과 관련해 가장 많이 강조한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해답을 찾기는 매우 간단하다. lg전자가 발표한 혁신 관련 보도자료들은 '낭비제거'라는 말로 도배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이 천명하고 추진 중인 '도요타 웨이'에서 가장 큰 부분이 낭비제거"라고 기자에게 재확인시켜 주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lg전자가 추진하는 '도요타 웨이'가 '도요타 웨이'의 원조인 도요타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것도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남용식 도요타 웨이, 이른바 'lge way'에서는 '자율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lge way'에 자율성 있나?
파란을 몰고 왔던 '인위적이지 않은 구조조정'으로 본부 및 각 사업부 인력재배치를 통한 스태프조직 슬림화 작업이 진행 중이던 4월 이후 남용 부회장이 lg전자의 혁신을 위해 강조해온 모토는 '효율성 극대화'와 '낭비제거' 등 2가지이다.
남 부회장은 특히 지난 5월에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2년 내 생산성을 3배 높이겠다"며, "가슴이 답답해올 정도로 극한의 도전이지만, 도요타는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경제지는 최근 기사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던 pdp모듈 사업의 적자폭 축소, 자회사인 lg필립스lcd의 생산성 극대화(맥스케파) 프로젝트 등 크고 작은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은 8월8일자 기사에서 각 계열사와 사업부가 부르게된 '희망의 노래'를 만드는 주인공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lg전자 생산연구원이라며, 생산연구원의 현장분위기와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봉 부사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다른 회사의 r&d 조직들과 달리 독립 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생산연구원'은 각 사업본부로부터 돈을 받고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를 진행하는데, 설립초기 연구원에서 먼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게 대부분이었고 채택률도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이상봉 원장은 "앞으로 3년동안 도요타 생산방식에 버금가는 lg만의 생산방식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도요타 웨이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후 lg전자에 맞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2009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 기사에 따르면 생산연구원은 남용 부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낭비제거'의 추진 사무국 역할도 맡고 있는데, 낭비제거를 기업문화로 정착시킬 방법론을 개발하고, 전 사업본부에 이를 전파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낭비제거'와 관련해 lg전자는 지난 4월부터 매월 4개 팀이 현장 간담회를 열어, 개선활동 보고를 하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입사 1년 미만인 신입사원들까지 예외없이 자신의 낭비제거 활동을 5분에 걸쳐 보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남 부회장이 참석한 간담회가 50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lg전자 측은 남 부회장이 '낭비제거'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낭비요인을 줄이면 핵심적인 업무에 직원들이 보다 더 집중할 수 있어 결국 '일 잘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으로, 이러한 변화과정을 통해 조직의 역량이 커진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lg전자가 시행하고 있는 이러한 방식의 혁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도요타 방식'의 핵심이 '낭비제거'에 있다는 lg전자 관계자의 인식이 황당하다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생산혁신 활동을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일선 현장의 직원들에게는 '절약'만을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가 자발적인 혁신으로 이어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연구원에서 근무하다가 lg전자를 퇴직했다는 어느 연구자는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이식되는 혁신 방식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 연구인력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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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9일 오전 남용 부회장은 lg전자 ceo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회사 차량관리실을 방문했다. 남 부회장이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차량관리실에서 진행하는 낭비제거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
도요타 방식의 핵심…그리고
lg전자 : 남용 부회장 주재, 인민재판식 '낭비제거' 발표
도요타 : 보상 적지만 자율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제안
혁신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도요타식 경영'의 핵심은 '지속적인 개선'과 '인간 존중'이며, '도요타 방식'이 정착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도요타 방식에 핵심을 이루는 개념요소중 하나인 '시쿠미'에서 찾기도 한다.
'시쿠미'란 "어떠한 방향으로 구체적 행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게 짜여진 체계"라는 뜻으로, 누구나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도구 혹은 목적한대로 행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도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재래식 공동화장실의 변기에 발 놓는 자리를 표시해 놓으면, 벽에 "깨끗이 사용하시오!"라는 구호를 붙여놓거나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한 사람을 적발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게 되는 현상에서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한 컨설팅 전문가는 "매년 엄청난 숫자가 도요타를 견학하지만 견학 보고서 대부분이 '도요타는 깨끗하다'거나 '도요타 직원들은 열심히 일한다' 같이 쓸데없는 이야기 뿐으로, 이는 그들의 눈에 도요타 현장에 녹아있는 '시쿠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도요타 방식을 아무리 공부하고 진지하게 흉내를 내어 보아도 잘 안되는 이유는 도요타 방식의 중심에 '사람'이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도요타 방식의 특징은 인간의 지혜를 신뢰하고, 인간의 지혜는 무한하다고 믿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도요타의 성공에 tps가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tps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부단한 개선의 결과들이 25년 후 tps란 이름으로 정리된 것에 불과하다"며, 도요타 방식의 정수는 창의공부제안제도(개선제안제도)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제안실적은 1인 평균 연간11건으로, 단 1엔이라도 성과로 연결된 제안만 채택되는데, 채택률이 99%에 달한다.
일본내 각 공장별로 매일 250∼300건 정도의 개선활동이 매일 실행되고 있는 셈. 그래서인지 '도요타의 현장을 방문하면 한달 사이에도 엄청나게 달라져 있어 당황하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전문가는 "도요타는 제안 건수에 강제할당량이 없이 자발적이며 제안에 대한 보상금도 그다지 크지 않음에도 엄청난 제안이 쏟아지는데, 그 이유는 현장 직원 개개인이 '존중받고있다'는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기업들의 경우 제안제도의 실상은 강제로 1인당 월 2건 내지 3건씩 하지만 관리자들마저 실질적 성과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안이 월말로 집중되다 보니 심사도 졸속일 수밖에 없고 심사 그 자체도 책상에 앉아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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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pdp생산 라인. © 브레이크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