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일관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에게 15억 원을 건네받아 정관계와 법조계에 로비를 벌여왔다고 주장한 최씨는 검찰조사에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과 문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대기업 총수로는 최장 기간인 1년8개월여의 옥살이를 하다 지난해 2월 특별 사면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구명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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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 중이던 최승갑 체포·구속, 대상그룹 로비스트 주장 |
대상그룹은 1956년 설립 이래 순수 국내자본과 기술로 반세기 동안 세계 3대 발효전문기업 및 국내 최고의 종합 식품회사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3년 임창욱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이후 끊임없이 로비 의혹에 시달려왔다.
최승갑 대상 로비스트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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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대상의 로비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는 최승갑(50)씨. |
대상 로비 의혹의 중심에는 임 회장의 경호책임자로 알려진 최승갑(50)씨가 존재한다.
최씨는 2003년 임 회장이 수사를 받기 시작한 이후부터 2005년 구속 수감 직전까지 구명을 위해 정·관계 고위층에 로비를 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결국 임 회장은 집행유예 없이 1심에서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량의 절반을 훨씬 넘긴 1년8개월여를 복역했으며 지난해 2월 특사로 풀려났다.
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에 연루돼 그간 해외 도피행각을 벌여오던 자칭 ‘대상 로비스트’ 최승갑씨가 경찰에 붙잡힌 것은 지난 6월20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 등으로 기수 중지돼 중국 등으로 도피행각을 벌이던 최씨는 지난 6월2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선릉공원근처에서 사기 등 7건의 혐의로 수배가 내려져있던 최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00년 자신이 운영하는 사설 경호업체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4배를 돌려주겠다고 속여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박아무개 등 3명으로부터 약 7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최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며 과거 대상그룹의 로비 정황에 대해 언급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서는 최씨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만 이뤄지고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조사는 검찰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검찰이 ‘대상 로비스트’를 자처하는 최씨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힘으로써 차후 정·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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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조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사안의 성격상 형사부보다 특수부에서 수사를 맡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대상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해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에게 얼마 뿌렸나 ‘촉각’
최씨는 스스로 2002년부터 대상그룹 위장 계열사인 삼지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던 임 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밝히며 그 대상으로 지목한 인사들은 당시 유력 정치인들과 검찰 관계자.
그는 해외 도피 중이던 작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임 회장에게 구명 로비 부탁을 받고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 원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3년 1월에는 임 회장의 지인으로부터 받은 양도성 예금증서 5억원을 당시 여권 정치인들에게 전달했고, 임 회장이 수배 받던 당시에도 룸살롱에서 영향력 있는 검사와 만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임 회장을 수사하던 담당 검사들이 모두 교체됐고 수사가 종결됐다고 주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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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
오랜 도피행각을 마치고 붙잡힌 최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대상 로비스트’ 활동 당시 로비자금을 전달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갖고 있으며 이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주장한 임 회장 구명 로비 의혹의 진실성은 최씨가 갖고 있다는 ‘동영상’과 ‘문서’의 신빙성에 달려있다.
현재 최씨는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정관계에 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지만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인사들이 관련 혐의를 잡아 땔 경우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씨가 내놓은 증거로는 임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았다고 주장하는 1억 원짜리 수표 10장과 정치인들에게 돈을 전달한 영수증으로 수표 사진에는 ‘2003년 2월12일’이라는 인출 날짜와 일련번호까지 상세히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물증들이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의문이고 일부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은 이번 사건이 큰 폭발력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공무원 뇌물수수죄는 금액이 3000만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7년, 3000만~5000만원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지만 3000만원 미만의 알선수뢰죄는 시효가 5년 짧다. 최씨가 2003년 초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을 뿌린 게 사실이라도 최씨로부터 3000만원 이하의 돈을 받은 인사들은 처벌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여기에서 궁금한 것은 임 회장이 당시 무슨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대기업은 피해간다는 옥살이를 1년 8개월간이나 했느냐는 사실이다.
1년 8개월에 걸친 임 회장의 옥고
임 회장은 지난 2003년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인천지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대상그룹이 1997년 서울 방학동의 조미료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고 기존 공장부지에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지에 매립돼 있던 폐기물 처리를 위해 삼지산업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처리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72억 2000만원을 빼돌린 혐의였다.
| “로비 증명할 문서, 동영상 있다” 자세한 진술에 ‘촉각’ 대상 “회장 경호한 적 없는 사기꾼” 주장, 진실은 무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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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검찰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당시 법무부장관은 “임 회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잘못된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하면서 재수사와 재기소가 이뤄졌다.
결국 임 회장은 2003년 220억여 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다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고 결국 2005년 구속돼 1심에서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1년8개월을 복역했으며 2007년 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최씨가 ‘대상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이 바로 이 시기다. 2002년 수사가 시작될 당시 구속될 위기에 처해있던 임 회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구속을 면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정·관계와 법조계에 로비를 해왔다는 것.
최씨에 따르면 임 회장이 최씨에게 로비자금 15억 원을 건넨 시기는 지난 2003년 1월과 2월 두 차례로 임 회장에게 직접 돈을 건네받았다. 당시 임 회장은 체포 영장이 발부돼, 서울 강남 일대 호텔들을 떠돌려 숨어 지내던 상황이었다.
돈을 건네받은 최씨는 정권 실세 정치인 6명과 검사 4명에게 5000만~2억 원씩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인천지검의 담당 검사와 특수부장이 모두 교체됐고 2004년 1월 검찰은 임 회장 수사를 종결하고 불기소 처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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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삼성그룹이 사돈인 임 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서 “체포 영장이 발부돼 호텔에 숨어 지내던 임 회장에게 삼성 법무팀이 찾아와 대책회의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삼성특검을 야기 시켰던 김용철 변호사(당시 삼성 법무팀장)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임 회장 건을 관할한 인천지검 특수부에서 사건화 되니 인천 특수부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최씨가 구속됨에 따라 전·현직 검사 및 정계 인사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검찰은 필요할 경우 임 회장 등 관련자를 직접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그룹은 ‘최씨는 사기꾼’ 주장
현재 최씨는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한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상그룹은 최씨를 ‘사기꾼’으로 치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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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임 회장이 로비자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과거 인터뷰 내용일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최씨에게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최씨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대해 “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또 사기를 치려는지…”라면서 최씨를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대상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씨는 임 회장의 경호임부를 맡은 적도 없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임 회장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차 문을 열어주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경호원을 썼겠느냐”면서 “최씨는 누군가의 소개로 상황을 처리해주겠다며 임 회장에게 접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어떤 상황’을 처리해주겠다는 것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결국 대상그룹 회장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진위 규명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최씨가 ‘사기꾼’인지 ‘로비스트’인지가 드러남에 따라 ‘대상그룹’이 거짓말쟁이인지 아닌지가 밝혀질 전망이다.
또 검찰이 이 사건의 진실을 얼마나 철저히 밝혀내느냐에 따라 그 결말이 다르게 드러날 조짐이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정·관계, 법조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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