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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개편, 학자들에게만 맡기면 안된다!

송현 주필 | 기사입력 2008/09/22 [17:41]

▲송현 시인·본사주필   ©브레이크뉴스
1. 최근 우리나라 중.고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하는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권이 `좌편향 교과서` 수정안을 마련하여  '좌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중.고교 교과서의 내용을 비롯 교과 과정 전반을 개편하는 방안을 여권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9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교과서는 우리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인데 그동안 너무 기술적으로만 생각해 왔다"며 "기존대로 학자들에게만 맡겨서 교과과정을 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개편 구상을 밝혔다. 그는 또 "역사교과서도 역사학자의 전유물처럼 만들어 놓으니까 대학강의를 하듯이 이런저런 학설을 병렬적으로 늘어 놓게 된다"며 "이 보다는 학생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소양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 고양이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 존경 받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그 고양이에 대한 존경은 엄청났고 권위 또한 선성불가침에 가까웠다. 그 고양이 말이라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고, 감히 누구도 토 달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이가 존경 받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매일 눈만 뜨면 도서관에 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곤 했다. 그 마을에 도서관에 다니는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었다. 그 고양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도서관에 열심히 다녔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도서관에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다들 그 고양이가 도서관에 열심히 다닌다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그 고양이는 도서관 담벼락에 있는 개구멍 하나를 알고 있었다. 아침이면 몰래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도서관 서가 위에서 낮잠을 잤다. 아침 햇살이 떠 오를 때는 어느 서가에 햇볕이 잘 들고, 한낮에는 어느 서가에 햇볕이 잘 들고, 저녁에는 어느 서가에 햇볕이 잘 드는지를 용하게 알았다. 거기다 종이 표지와 비닐커버와 가죽 장정 중에서 어느 책 위에서 자는 것이 따뜻하고 잠 자기 좋은지도 잘 알았다. 그 고양이는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여 시간대별로 서가를 옮겨 다니면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왔다.
 
이 사실을 다른 고양이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다른 고양이들은 이 고양이가 매일 도서관에 다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러워하고 한없이 존경하였다. 이 고양이가 존경 받는 것은 “매일 도서관에 다닌다는 사실” 때문이다. 도서관이란 그럴듯한 이름 뒤에 숨어서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것이다. 신정아 교수가도 가짜 학위가 들통 나지만 않았더라면 아직도 잘 나갔을 것이다. 이처럼 그 고양이도 도서관에 가서 종일 낮잠만 잔다는 사실만 틀통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존경받고 권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이런 “고양이들”이 의외로 많다. 일류대학 졸업장 뒤에 숨이 있는 고양이, 박사 학위 뒤에 숨어 있는 고양이, 의사나 변호사라는 간판 뒤에 숨어 있는 고양이, 목사나 신부 혹은 승려라는 성직자란 유니폼 뒤에 숨어 있는 고양이들, 그밖에도 그럴듯한 간판 뒤에 숨어서 존경 받고 부와 권위를 누리는 웃기는 얌체고양이들이 수없이 서식하고 있다.
 
이런 고양이 중에서 대표적인 고양이가 학자(교수)라는 고양이들이다. 이 고양이들은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만 전문가일 뿐이다. 제 전공 분야를 벗어나면 포장마차 아저씨나 동네 세탁소 아저씨보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한심한 이가 의외로 많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은 이런 고양이들이 앞세우는 간판을 맹신하고 그들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며 그들을 존경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3. 결론부터 말하면 중.고교 교과서 개편 작업을 학자(교수)들에게만 맡기면 절대로 안 된다! 학자들은 자기 전공 분야의 전공자일 뿐이다. 이를테면 도배장이가 도배하는 전문가인 것처럼 국문과 교수는 국문학에 전문가일 뿐이다. 세탁소 아저씨가 다림질 하는 전문가인 것처럼 수학과 교수는 수학 전문가 일뿐이다. 가령, 도배장이와 미장이, 배관전문가 등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집을 지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런 집은 우리나라 중.고등 교과서 꼴이 되고 만다.
 
집을 지으려면 제일 먼저 잘 해야 것은 설계이다. 설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도배나 미장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설계사가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집을 지을 수가 없다! 설계를 엉터리로 해놓고 아무리 최고 미장이와 최고 도배장이 불러 미장을 잘하고 도배를 잘해 봐야 다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처음 설계할 때 방을 몇 개 넣을까? 애들 방은 어디에 넣고 옷방을 넣을까? 말까? 화장실은 어느 쪽에 넣을까? 다락을 올릴까, 말까? 비상구를 어느 쪽으로 넣을까? 이런 기본 설계를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설계도와 같다. 이번 거론되는 교과서 개편은 잘못된 설계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것과 같다. 그런데 설계도를 그리는데 미장이(국어학자)나 도배장이(역사학자)가 끼어들어서 콩이야 팥이야,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도배장이나 미장이는 설계 끝난 뒤에 나타나야 하고, 그것도 제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 반드시 설계 도면대로 해야 한다! 국문과교수 역사과교수들은 도배장이나 미장이 같이 자기 가 전공한 한 분야의 전문가일 뿐이지 설계도면 전문가가 아니다! 
 
4. 지금까지 이 땅의 교과서들이 엉망으로 된 가장 큰 이유는 도배장이 미장이들이 모여서 자기들 마음대로 설계까지 하는 월권으로 집(교과서)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계 당국이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잘못이며 어느 대목이 잘못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방치하였다. 그러니 교과서가 엉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국어설계전문가 아닌 국어도배장이들이 국어책을 만들고, 역사설계전문가가 아닌 역사도배장이들이 역사책를 만들어 온 것은 일종의 코미디이고, 이를 방치한 관계 당국은 중대한 직무 유기이다. 이는 설계사가 엉터리 집을 지어서 집 주인 가족들의 인 건강을 망치게 한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5. 교과서를 개편하는 것은 설계도를 다시 만드는 작업이다. 가령 국어 교과서를 개편하는 것은 “국어아파트”를 새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때 고전문학 전공한 교수나 현대문학 전공한 교수나 문법을 전공한 교수들에게만 “국어아파트 설계”를 맡기는 것은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짓이다. 현대문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현대문학 전체를 전공한 것이 아니다. 그의 박사 논문은 김동인이면 김동인, 춘원이면 춘원,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였을 뿐이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교수도 석보상절이면 석보상절, 허균이면 허균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였을 뿐이고, 문법을 전공하였다면 문법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을 전공하였을 뿐이다. 아파트 도배 전문가는 아파트 도배를 잘할 뿐이지 한옥 도배를 하라면 아파트도배처럼 날렵하게 못하고 아무래도 손이 굼뜰 수 밖에 없다! 
 
다른 비유로 한 번 더 강조한다. 요리사와 영양사는 전공이 완전히 다르다. 요리사(학자)는 요리를 잘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나 영양사는 요리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 발육과 건강을 위해서 영양 전반에 관해서 전공한 사람이다. 가령, 학교 급식 식단을 짤 때, 한식 요리사 양식 요리사들이 모여서 그들 마음대로 짜서는 절대로 안 된다! 식단은 요리사가 짤 것이 아니라 영양사가 짜야 한다. 아이들의 나이와 계절 등에 맞춰서 영양사가 지혜롭게 식단을 짠 뒤에 요리사들이 그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국어교과서는 국어식단이나 마찬가지이다. 국어식단에 무는 메뉴를 넣을까를 짜는 것은 국어요리사가 할 것이 아니라 국어영양사가 해야 한다. 국문과 교수는 국어요리사에 가까울 뿐 국어 영양사에 가깝지 않다. 그래서 국어교과서를 새로 만들 때 절대로 국문과 교수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식단을 짤 때는 절대로 요리사(학자)들에게만 맡기면 안 된다. 그들에게 맡기면 또 실패할 것이고 중.고등교육은 근본부터 잘못되어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요리사와 관계자들에게 반드시 물어야 한다.(2008.9. 22)
 
송현(시인·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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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jabal 2008/09/23 [10:41] 수정 | 삭제
  • 평소 존경 하지 마지 않았던 송현 교수님의 개구멍 드나드는 고양이의 비유는 정말 일부 대학 교수들을 표현 하는데 정말 압권중에 압권이라 생각이 든다.

    아마 대한민국 교수님들이 이런 말을 듣는 다면 혹여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다소 있다는 것은 부인 할수 없으면서 말이다.

    허나 현실은 사실인 것을 어느 누가 부인하겠는가! 나는 감히 묻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하고 내노라 하는 외국 유학파 교수들로 이루어진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에게 측우기를 발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본다면 과연 그 답을 말할수 있을까 또한 을사오적이 누구인가 물어 본다면 자신있게 대답 할수있을까 아마 을사3적만 알아도 다행일 것이다.

    헌데 역사 의식의 기본도 되지 않은자들이 박사임네 자리 차고 앉아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짊어질 후손들의 교과서를 편집한다면 과연 그 역사의식이 정당하다고 말할수 있을까? 존재한다면 정말 지나가는 개도 나도 자격이 있다 말 할 것이다.

    나는 금번 교과서 편찬은 잘못된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꿜 때마다 교과서도 바뀐다면 이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수 모르겠다.

    만약 다음에 또다시 정권이 바뀐다면 교과서가 또 안바뀐다고 그 누가 장담 하겠는가?

    비록 역사는 우리나라보다 턱없이 짧은 저 미국에서 히스토리라는 국사 교과서는 가장 중요한 과목중에 하나여서 전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과 학생들이 바른의식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학 입시에 국사교과서의 비중이 적어 이미 학교에서 천대 받은지는 오래 됐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이등박문이누구이고 안중근이 누구인가 지금 당장 물어 보아도 절반 이상이 모르는 현실에서 사회 지도층의 무사안일은 탓하지 않고 배우는 학생들에게 무슨 역사의식 문제가 있다고 경제가 어려운 이시점에 왜 자꾸 더 국민들은 짜쯩나게 하게 하고 있는지?

    제발 좀 참아 주고 기다려 주고 인내하는 정신을 기르며 지난 날 잘못 한 것이 있다면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백년대계의 심정으로 일들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다면 보다더 폭 넓고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청취하여야 하며 전문가랍시고 역사 의식과 자질이 부족한(자기전문분야외에)대학 교수들만의 의견을 가지고 교과서를 다시 편찬 한다면 5년 후에 또다시 그 교과서는 바뀔수 있다는 것을 감히 장담하면서

    송현 교수님의 지적을 주옥으로 삼아 자리만 차고 있는, 역사의식 하나없는,오직 자기사리사욕만 채우려는,경제를 핑계삼아 매국도 서슴치않은,사회지도층 기름종이(일명유지)분들이 스스로 각성하면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 준다면 좋겠다
  • 한마디 2008/09/22 [23:32] 수정 | 삭제
  • '고양이 얘기' 한마디로 압권입니다. 전적으로 송현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최
    근에 제가 필요에 의해서, 교수들의 강의를 청강하곤 하는데, 참으로 입이 쩌~억 벌
    어질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자신만의 편협된 사고위에 다져놓은 지식이란 것을 마
    치 정확하고 해박한 정보인양, 한치의 부끄럼없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지혜롭지 못
    한 행동을 하는것을 보며, 이것이 진정 교육이라면 이나라의 미래가 그리 밝을수 만
    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뚜렷한 소신하에 진정으로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지금도 열공하시는 교수님들까지 비난하는건 아니구요.. 이렇
    듯, 교수 개인의 진정성도 모르면서, 외부적인 요인인 '명예'로 교수의 권위를 판단
    하여, 그중 몇몇에게 후손들에게 물려줄 교과서를 편찬하게 한다면, 이는 또다시 왜
    곡된 정신까지 물려주는, 씻을수 없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때문
    에, 우리의 자식들에게는 좀 더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한
    마디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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