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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노변담화…민심은 '냉냉'
이명박 대통령의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라디오 연설은 말 그대로 노변담(爐邊談)에 그쳤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kbs 라디오 아침 시사프로인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는 최근 금융위기 등과 관련해 미리 녹음한 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방송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기대한 '루즈벨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 fireside chat',爐邊談話)를 흉내만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오히려 정쟁의 도구만 되고 있다. 야권에서 경제위기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민과 금융, 기업에게 책임과 의무를 강요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 현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으로 민감한 kbs pd·기자협회는 '방송권 침해'라며 책임자들의 사과와 처벌을 촉구해 내홍이 발생했다. 인터넷에서는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를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만 "아날로그 화법으로 it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연설이었다” 등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내놨다.
mb, '자화자찬' … 野, '혹평'
이 대통령은 당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참 힘드시죠?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섭니다"라며 운을 뗐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실직을 거론하며 실직 가정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이 대통령은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며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 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할 때"라며 "기업과 금융기관,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기업에는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고, 금융기관에는 기업에 자금지원을, 국민에게는 해외소비를 줄이고 국내소비를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영수회담을 의식한 듯 "야당 지도자들과도 몇 차례 만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적극 협력하자고 뜻을 같이 했다"며 금산법 등 경제관련 600여개 법안의 통과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말미에는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강조한 후 "오늘은 좀 큰 주제였지만, 앞으로는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말하겠다"며 라디오 연설 정례화를 예고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라디오 연설이 방송된 후 여야는 예상대로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당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정제위기 극복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였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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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與, "아날로그 화법으로 it시대 감성 어루만져" 자화자찬 |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imf 때를 떠올리고 불안해 하는 국민들에게 우리 외환보유고가 그 때와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알렸다"며 "4분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에게 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기업이 도산해 실업자를 양산하는 실물경제로 번져 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보였고, 해외 소비를 줄이고 국내 소비를 늘려 달라는 명확한 생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며 "월요일 아침, 등과 가슴을 펴고 희망을 가지고 또 한 주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마음에 닿는 연설이었다"며 "금융 위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극찬했다. 이어 "당도 이를 계기로 해서 더욱 더 국민에게 신뢰감을 높이고 이번은 imf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차별 의식을 갖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들은 금융위기 등 당면한 위기상황을 해결할 정책과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강만수 경제팀의 경질과 경제정책 쇄신을 주문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외환보유고가 imf때보다 27배 많은 2천400억불에 이르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도 몰라보게 튼튼해졌다고 자랑했다"며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모든 실정을 전 정권탓이라고 비난해 왔던 이명박 정부가 오늘에야 지난 10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신뢰야 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말은 옳지만,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만수 경제팀의 경질과 경제정책 쇄신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현재 경제적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없이는 신뢰회복과 국민과의 소통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당면한 위기의 본질과 현 위기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그를 헤쳐 나갈 정책과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작금의 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시킨 측면이 크지만, 그에 철저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재정정책을 펼친 정부의 ‘신뢰 상실’이 큰 몫을 했다. 이 대통령은 그에 대한 정부의 자성과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국민, 기업, 금융기관, 정치권 등의 애국심과 고통분담만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고 혹평했다.
이 대변인은 또 "정부의 실책을 은폐하고 국민의 고통분담만 호소해서는 설득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진정 라디오 노변담화를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진정성 있는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것은 실패한 재정 관료들부터 쇄신하는 길"이라고 강만수 경제팀 경질을 촉구했다. 이어 “야당에게도 대등한 전파이용의 기회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금의 경제위기상황에 대해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의 정확한 문제의식과 경제실정에 대한 반성은 생략된 채 감성에만 호소한 알맹이 없는 신변잡기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개인사를 동원해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국영방송인 ktv에서 방송할 수준의 내용을 갖고 공중파를 아깝게 낭비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창조한국당도 김석수 대변인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민호소라는 취지에 비해 그 진정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연설”이라며 “대통령은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은 강만수 장관을 고집스럽게 유임시키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盧측, "염치없고 뻔뻔하다"
한편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양정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기획위원은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에 대해 "희망은커녕 체념과 실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길게 남는 방송"이었다고 혹평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기획위원은 최근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이벤트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 대통령의 연설을 맹비난했다.
그는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에게 막연한 메시지를 듣고 싶어 하는 시점이 아니다"며 "잔뜩 화가 나 있는 국민들에게 대책이나 행동 대신 자꾸 반복되는 이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국민정서를 간과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기회위원은 "핵심이 됐어야 할 정부 역할 대신에 온통 기업, 금융권, 정치권, 국민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당부뿐이다"며 "청와대는 전후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한 루즈벨트 효과를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갈라진 목소리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흑백논리식 단순구호가 더 오버랩 된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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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측, "‘잃어버린 10년' 힐론할 땐 언제고… 염치없고 뻔뻔" |
그는 또 "더 실망스러운 것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고 있는데 대해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뭔가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심정, 미안해하는 마음, 위로하려는 성의를 담은 문장이 어느 한 구절도 없었다"며 이 대통령의 "내가 경제를 좀 아는데"라는 표현을 의식한 듯 "대통령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뿐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양 기획위원은 "가관인 것은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역설한 논리의 이중성”을 맹비난했다. 그는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수출,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 등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근거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입만 열면 되 뇌이던 ‘잃어버린 10년’ 동안 만들어 놓은 기초체력으로 지금 그나마 버티는 것”이라며 “연설문의 논리가 염치없고 뻔뻔스럽다"고 일갈했다.
이어 "특히 지난 5년 내내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경제파탄” “국가부도” “국정도탄” 등의 표현으로 매도했고, 이 궤변으로 대통령 선거 때에도 톡톡히 재미를 봤다"면서 "그런데 그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지금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위기 아니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증오해마지 않았던 ‘잃어버린 10년“의 성과를 나열하는 모습이 한편으로 구차하고 한편으론 측은해 보인다"고 말해 현 정부와 여당의 그간 주장이 힐론이었음을 강조했다.
靑, 낯뜨거운 자화자찬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당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연설은 새로운 화두에서 시작한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에게 ‘극복 못 할 불안이 아니다’라는 점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아날로그 화법으로 it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연설이 "교장선생님 같았다"는 모 기자의 질문에 교장형과 교감형 리더쉽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세종대왕과 같은 '교감선생님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이 대변인은 ‘지도자가 큰 화두를 던지고 실무는 아래서 하는 형’을 교장형으로, ‘큰일도 챙기지만 3학년 1반 빗자루 산 것도 챙기는 형을 교감형’으로 분류한 뒤 “국토 개발 때 나라 구석구석을 챙긴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흉년이 들어 사망자가 생기면 고을 수령에게 벌을 줬던 세종대왕이 교감형”이라고 말했다.
한편 mbc가 방송을 취소한 것에 대해 "처음부터 kbs와 교통방송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것인데 한 방송사에서 어제 갑자기 취소했다"며 “이는 전적으로 해당 방송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디오연설’보다 ‘라디오 대화’ 식으로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며 "격주로 정례화하고 방송은 각 방송사들의 사정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전해 파장을 예고했다.
mb, 노변담…kbs '내홍'
주요 방소사들 중 유일하게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방송한 kbs는 내홍에 휩싸였다.
kbs pd협회는 성명을 내고 "라디오 편성책임자들은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시켰다"면서 방송 책임자인 정종현 라디오본부장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서기철 라디오편성제작팀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한다는 방침이어서 kbs의 내홍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kbs는 이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 편성을 놓고 사측과 라디오 pd들이 밤 늦게까지 논의를 벌였다. 정종현 라디오제작본부장을 비롯, 서기철 라디오편성제작팀장,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pd협회 집행부 등이 격론을 벌인 끝에 단독편성하지 않고, 반론방송을 함께 내보내며, 정례화를 암시하는 연설 문구에 대해 해명할 것을 조건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2부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을 방송했고, 연설이 끝나자 앵커가 “정례연설은 사전협의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슷한 시간을 할애해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반론 방송을 했다. 그러나 mbc는 노조와 라디오본부 pd들이 “공영방송인 mbc를 이명박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전날 보도국 회의에서 방송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sbs도 민영방송임을 이유로 애초에 편성불가 방침을 확정했다.
방송 전날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녹음편집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 자유와 독립의 침해"라면서 "이 대통령은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일방적인 연설이 아니라 과도한 인터넷 규제를 풀고 낙하산 사장을 거둬들여 방송 독립을 보장하라"고 비판했다.
취재 / 설원민 기자 sinclair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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