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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제 한창…응원 열기도 '후끈'

프로 야구 포스트시즌· K리그 컵대회· 전국체전…응원열기 무르익어· 때론 이상과열도

정은나리 기자 | 기사입력 2008/10/14 [10:32]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응원'의 사전적 의미다. 그러나 요즘 그 의미가 변하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팀 혹은 선수에 열광하고, 힘을 북돋아 주고자하는 팬들의 순수한 의도는 변함이 없겠지만. 관심조차 없었다면 애초에 시간, 돈 들여가며 경기장을 찾는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응원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어느 일방만을 위한 체력소모가 아니라 같은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관심사를 공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응원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응원전이 과열되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2008년 가을. 스포츠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요즘. 관람석에서 또 다른 축제를 즐기고 있는 응원단의 모습을 그려봤다.
 
▲ 롯데 사직구장 매표소 앞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응원의 진수…보여줬나
 
올 가을 스포츠 핫이슈는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야구였다. '구도'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잔치는 그야말로 축제. 롯데 팬들은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슬로건을 8년 간 외쳐온 보람을 만끽했다.
 
롯데는 비록 정규시즌 2위 팀과 맞붙는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은 '가을야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아쉬우나마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부산은 가장 이색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응원문화를 접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가 열리는 8일에는 부산 전체가 들썩였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 입장권 인터넷 예매분 2만6천장은 발매 30분 만에 매진됐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롯데 팬들은 현장표를 구하고자 매표소 앞에 준비해온 돗자리와 신문지, 심지어 텐트까지 치고 '1박2일'을 찍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롯데 구단은 경기 당일 사직구장 하늘에 대형 갈매기 애드벌룬을 띄워 가을잔치를 자축했다. 롯데 경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라면 바로 특색 있는 응원. 부산 팬들은 롯데응원의 상징이 된 찢어진 신문지와 황색 비닐봉투를 들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응원구호도 즐길 거리. 관중석으로 떨어진 야구공을 무심결에 어른이 줍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무조건 "아주라"를 외친다. '떨어진 공은 아이에게 주라'는 말을 경상도 사투리로 "아주라"라고 외치는 것이다. 어른 관중이 공을 아이한테 주지 않고 버티면 줄 때까지 외쳐대는 통에 안 주고는 못 배긴다나.
 
또 경상도 사투리만이 살려내는 응원구호가 있다. 루상에 주자가 나가있을 때, 상대팀 투수가 도루를 의식해 견제구를 던지면 관중석에서는 어김없이 "마!"라는 질책성 구호가 들려온다. 검지로 투수를 가리키며 외치는 "마!"라는 구호가 한소리가 되어 자신에 꽂힌다고 생각하면 웬만큼 경험 있는 투수라도 움찔할 만하다. "마!"는 어떤 의미에서 연유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마"라는 말을 줄인 경상도 사투리로 '인마, 던지지 마'를 함축한 말이 "마"가 아닌가 싶다. "쌔리라"라는 구호도 있는데 이는 타석에 타자가 들어섰을 때, 힘껏 공을 때려내라는 경상도식 표현이다. 롯데 이대호나 가르시아 같은 장타자가 많이 들어봤음직한 구호다.
 
롯데의 응원가도 흥을 돋운다. 각 선수들의 테마송 뿐 아니라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갈매기' 등 지역 색을 닮은 가요는 '여기가 부산'임을 실감케 한다.
 
롯데야구, 아니 여기에는 '부산 사람들이 응원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것 같다. 롯데가 인기가 있는 것은 연고지가 타 지역에 비해 유난히 응원열기가 뜨거운 부산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롯데야구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열렬한 응원을 폈던 롯데는 마지막에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노출해 그 빛이 바랬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롯데의 일부 팬들이 7회 패색이 짙어지자 삼성의 3루측 응원단상에 올라가 소란을 빚은 것. 이에 삼성 구단은 사직구장 잔여경기 응원 보이코트라는 초강수를 뒀을 정도다.
 
결국 삼성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쓸쓸하게 가을잔치를 끝낸 롯데. 패인은 타격과 투구 어느 하나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로 지적된다. 하지만 깔끔한 응원 매너를 보여주지 못한 일부 롯데 팬들의 행동과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구도' 부산 달군 롯데응원 열기…일부 팬 패색 짙어지자 비 매너 응원 '눈살'

k리그 욕설· 폭력· 특정선수 연애사 들춘 야유도 팀 승리 위해서라면 괜찮아?

과격서포터즈 통제책 없어 갈수록 응원 네거티브化…성숙한 응원문화 필요


 

응원도 라이벌시대
 
미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양키스, 일본야구 한신과 요미우리,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리버플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라이벌 구도는 스포츠의 맛을 살려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
 
라이벌 팀들 간의 응원전은 스포츠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다.장외에서 펼쳐지는 응원단의 신경전은 또 다른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본경기보다 재미있는 것이 서포터즈들의 응원전이다.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 롯데와 삼성도 영남 라이벌답게 치열하게 응원전을 펼쳤다. 롯데는 삼성을 자극하고자 3루 원정 덕아웃에서 잘 보이는 장소에 대형 갈매기를 설치했고, 삼성도 롯데에 질세라 대형 사자조형물로 맞대응에 나선 바 있다.
 
프로축구 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k리그 슈퍼매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는 팀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즈들이 펼치는 응원전은 k리그 최고 인기구단 간의 라이벌전임을 눈으로 먼저 확인케 한다.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는 지난 9월 제주와의 경기에 전세기를 타고 원정응원을 갔을 정도로 열성적인 응원을 자랑한다.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도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한 응원 열기를 뿜어낸다. 양 팀이 맞붙는 경기에는 전경 1개 중대가 투입되고, 경찰도 요소에 배치된다. 다른 경기 때보다 많은 경호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라이벌 팀, 라이벌 서포터즈가 맞붙는 경기인 만큼 사소한 시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응원…자성 필요
 
응원전이 질서정연하게만 펼쳐진다면야 문제가 될 리 있겠느냐마는 일부 극성팬들의 과격 응원은 모처럼 달궈진 스포츠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 k리그에서는 서포터즈 간 충돌사태가 발생했다. 외국 훌리건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도 서포터즈 간 충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러 번 성숙하지 못한 관전문화로 지적당하며 자제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최근 서포터즈 간 폭력사태가 또 발생하며 그 문제점을 다시금 노출시켰다.
 
지난 4일 삼성 하우젠 k리그 서울과 인천의 경기에서 각 팀 서포터즈 사이에 욕설과 폭력이 오가며 충돌을 빚은 것. 서울의 메인 걸개가 없어진 것을 두고 '도난이다' '아니다'를 두고 언쟁을 벌인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경기 후에는 수십 명의 서울 서포터즈가 인천 서포터즈가 있는 n석 출입구 앞으로 가 충돌을 일으켰고, 이내 폭력으로까지 번졌다. 경찰과 전경들이 나서 이를 제지해야 했을 정도였다.
 
서울은 걸개를 도난당했고 이에 항의하자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하고, 인천은 서울이 도발을 하러왔으며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폭력으로 뒤엉키는 과정에서 서울 팬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인천 서포터즈 몇 명은 다친 서울 팬을 향해 "쓰레기"라 지칭하며 비아냥거렸다. 누구에게 사건의 책임이 있는지 따지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정도의 폭력과 폭언이 오갔다는 것만으로도 '더티 관전플레이'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단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특히 k리그에서는 서포터즈의 도를 넘은 관전 행태에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9월27일 수원과 전북과의 k리그 20라운드 경기에서는 특정선수에 대한 서포터즈의 인격 모독성 야유가 도마에 올랐다.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가 경기 시작부터 전북 공격수 조재진을 향해 그와 염문설이 났던 여가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자극한 것.
 
한때 수원 소속이기도 했던 조재진은 일본 j리그로 이적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수원과 맞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그랑블루'의 심기를 건드리기는 등 수원 서포터즈로서는 눈엣 가시 같은 선수로 비춰왔다. 그러나 선수 개인에 대한 유감으로 야유를 퍼붓고, 축구와는 관련 없는 연예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조롱한 '그랑블루'의 행동은 순수한 응원의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의 한 서포터즈가 부산 소속인 안정환의 가족문제를 거론하며 야유를 하다 이를 참지 못한 안정환이 관중석으로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k-리그 서포터즈들의 네거티브 응원은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왔다. 이외에도 물병투척, 상호 비방 등 서포터즈 간 충돌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난동을 부린 훌리건에 대해 출입제한 및 처벌 등을 통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서포터즈에 대한 통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k리그 n석은 서포터즈만의 공간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맘껏 응원가를 부르고, 응원 구호를 외쳐주는 팬들의 열정이 서린 곳. 그러나 일부 서포터즈의 과격응원 때문에 다수 팬들까지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경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스포츠와 팬, 윈-윈할 수 있는 것은 양자 간의 어울림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포터즈의 네거티브 응원은 지지하는 팀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이다. 이는 도리어 응원하는 팀에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일부 서포터즈의 몰상식적인 응원이 스포츠 자체에 등을 돌리게 할 수 있음을.
 
취재 / 정은나리 기자  jenr38@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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