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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지금 행복해'-행복을 꿈 꾸는 눈물 중독자

불황의 그늘로 인한 '행복 신드롬' 속에 눈에 띄는 성석제의 신작

정선기 기자 | 기사입력 2008/11/07 [14:09]
'아즈함 바후트 쿠스헤'..가족 밖으로 밀려 난 '아버지'의 행복찾기

최근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경기불황으로 시중 서적 코너에는 유난히 '행복'을 타이틀로 내건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자기계발서부터 인문서, 시, 소설 등 문학서적은 물론이고 여행 등 실용서에 이르끼까지 소시민들이 소박한 '행복론'을 통해 자기위안을 삼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 가운데 문학계의 '농담과 만담가'로 알려진 이야기꾼 성석제는 소설집 표제에 해당되는 신작 <지금 행복해>(도서출판 창비)를 비롯해 중-단편 아홉 작품을 수록해 성석제 특유의 어조를 이어가면서 이전 소설 작품과 달리 현대인들의 여러 군상을 조명하며 물질문명(자본주의) 사회에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을 대거 등장시켜 눈길을 끈다.
 
표제작 '지금 행복해'는 현대사회에서 낙오자로 찍힌 아버지를 둔 아들이 도박, 알콜 중독 등으로 반목하다가 봉사 중독 그리고 '눈물 중독자'가 되어버린 아버지와 세대간의 벽을 허무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이다.

▲ 소설가 성석제의 신작 소설 '지금 행복해'     © 도서출판 창비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누구세요'에서 딸에게 무능하기 짝이 없는 퀵서비스맨 아빠 일건(강남길 분)이 교통사고 당하기 전에 가난 속에도 항상 딸 영인(고아라 분)에게 강조하며 한 때 유행했던 '아즈 함 바후트 쿠스헤(az ham bahut kushe; 인도어:오늘 난 무척 행복하다)에서도 소시민의 정서가 묻어 났었던 것이 성 작가의 신작을 보면서 오버랩 되는 건 왜일까.
 
가정을 버린 채 도박, 마약 등에 찌들어 있던 아버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엄마가 내놓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라는 아들,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면서 스스로 요양시설에 들어가려 하는 아버지를 통해 삶을 긍정하는 모습을 배운다.
 
어느 날, 지대가 높은 집에 연탄배달을 미룬 아버지는  투덜거리는 사장에게 선행을 직접 베풀어보라는 속 깊은 뜻이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아버지가 교도소 출감 이후 버릇처럼 내뱉던 "지금 행복해"라는 말에 화자인 아들조차도 중독되어 가는 듯하다. 
 
지금 우리 가족을 돌아봐도 그렇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난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일어났던 기러기 아빠, 싱글파파 신드롬은 우리 시대 아버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마치 돈 벌어오는 로봇처럼 가정 밖으로 소외된 아버지, 하지만 사회는 경기침체 등으로 구조조정 등으로 냉혹하기만하고 아버지들이 발 붙일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 '오늘 난 무척 행복합니다'라고 딸 영인(고아라 분, 사진 오른쪽)에게 행복 주문을 전했던 아버지 일건(강남길 분, 사진 왼쪽)     © mbc

지금도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한 숨막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자녀들, 자녀 뒷바라지에 생계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으며 동분서주하는 치맛바람 어머니들 그리고 그 뒤안에서 담배 한 모금, 술 한 잔에 어릴 적 꿈을 되새기며 '축 늘어진 어깨를 한 아버지'가 있지 않을까.
 
성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그 동안 가족 안에서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 세대와 간극을 좁히면서 아버지를 이해해 나가는 한 아들처럼 우리 자신도 집에 오면 늘 '신문, 스포츠'에 열중하는 아버지와 단절된 대화의 장을 열어보라는 건 아닐까.
 
마치 소설 속에서 온갖 악행으로 중독돼 가족을 깨뜨려버렸던 아버지가 노년기에 육체 노동자로 일하면서 남 모르게 아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봉사 중독, 눈물 중독' 바이러스를 전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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