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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끝 전술’ 파산직전 부시 살렸다”

[지상중계] ‘북한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

임민희 기자 | 기사입력 2008/11/09 [11:08]
대북전문가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 줄 것, 남북관계 회복과 화해협력 조성 위한 대북정책 세워야” 한 목소리

 
▲   (사)평화통일시민연대는 10월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

금강산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 위기 등 남북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남북관계가 또다시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월11일 미국이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해 동북아 정세가 새롭게 변하고 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한국은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내의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화해협력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 당국자들의 대북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와 (사)평화통일시민연대는 10월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박경순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과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 가운데 강정구 평화통일연구소장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지금은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를 병행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통일부 등이 중심이 되어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대북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통일관련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잣대로 남북관계를 재단할 경우 단호히 비판하고 국민적 여론을 일으켜 시정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북한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테러지원국 해제 배경과 의미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의 강력한 반격이 만들어낸 작품이며 북미 대결전에서 북한이 거둔  또 하나의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의 동인은 소위 ‘벼랑 끝 전술’이라 불리는 비타협적 북한식 자주외교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박경순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배경과 의미에 주목했다. 그는 “보수강경론자였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방침에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북한의 반격이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핵시설 복구와 재가동, 무기급 플루토늄 재생산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6자회담 체제 붕괴는 물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파산을 면치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박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정부가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를 공식발표함에 따라 20년 9개월 만에 테러지원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일부에서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고 폄훼하고 있지만 정치경제적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핵심적인 경제제재 수단은 ‘대북적성국 교역금지법’과 ‘테러지원국에 대한 경제제재’인데 이 두 가지가 모두 해제되면서 북한의 대외경제무역과 외국인 투자유치, 선진국과의 경제협력 등 대외경제부문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 이런 점에서 그는 “미 당국자들은 아직도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경제재제 수단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하지만 두 가지 핵심적인 수단이 없어졌기 때문에 북?미 양국은 관계정상화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 평화통일연구소 강정구 소장   ©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


이장희 교수 “‘핵폐기가 아니면 북한에 대한 모든 남북경제협력을 중단한다’는 경직된 논리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남북한의 모든 신뢰를 깡그리 흔들고 한반도 문제의 모든 주도권을 미국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과오를 범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박 연구원은 “현재 10?3 합의(한반도 비핵화 2단계 행동조치) 이행이 완료되고 다음 단계(핵 폐기 단계)로 나가게 되면 미국의 군사적 대북적대정책(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문제가 주 의제로 부상할 것”이라며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의 핵 폐기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는 북한의 군사적 안전보장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핵문제에서 북?미 군사문제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올려졌음에 주목하며 향후 북?미 간의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일본 보수세력들이 반발하며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 대선 이후 11월 중순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데는 남측 정부당국자들의 시대착오적이고 냉전적이며 대결주의적인 대북정책에 있다”며 “테러지원국 해제 국면을 적극 활용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화해협력 흐름 만들기 위해서는 남측 당국자들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미양자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경직된 남북문제를 푸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박 연구원과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위기에 몰렸던 북핵 6자회담이 정상궤도에 복귀하면서 향후 북한의 핵 불능화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마무리하는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불능화 11개 조치 중 8개를 완료해 남은 조치는 원자로내 폐연로봉 인출(현재 55~60% 마무리), 미사용 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 작업 등 3가지다. 이 중 폐연료봉은 총 8000개 중 4700개를 꺼낸 상태다. 북한의 핵불능화 시 한국.중국.미국.러시아 등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중유 95톤 중 44만6000톤이 지원됐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북 원조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향후 6자회담에서 검증 의정서가 채택되겠지만 실제 검증활동은 구체적인 이행계획서를 마련해야 하는 등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북미 합의문에서 검증의 최대 쟁점이었던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는 북한과 추가협의를 통해 실시키로 해 북핵 해결의 최종 목표인 핵폐기(3단계)까지는 여전히 난제가 남아 있다.

이 교수는 “당면한 과제는 남아 있지만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남북관계의 정치.경제.군사적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고 북핵 6자회담의 성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핵 개방 3000’에 있음을 지적하며 ‘핵폐기가 아니면 북한에 대한 모든 남북경제협력을 중단한다’는 경직된 논리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남북한의 모든 신뢰를 깡그리 흔들고 한반도 문제의 모든 주도권을 미국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과오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6.15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 전면재검토와 선제공격 발언 등 현 정부의 대북강경 일변도로 말미암아 남북 간의 모든 공식적?비공식적 교류협력의 청구가 단절됐음을 비판하며 ‘비핵 개방 3000’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대북포용정책을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남북 간의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실무회담을 북측에 제의할 것과 대북 인도적 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모든 교류협력 활성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남북한 추진위’ 구성을 제안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통일부.외교부.국정원 등 관련 유관기관에서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대북정책을 심도 있게 협의,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  진보정치연구소 박경순 상임연구위원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
 
박경순 연구원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의 소위 ‘벼랑 끝 전술’이라 불리는 비타협적 자주외교술의 승리…남북관계 악화 원인은 남측당국자들의 시대착오적.냉전적인 대북정책에 기인”

“남북관계 국면전환 기회 삼아야”
 
두 발제자의 주장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부분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일정부분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강정구 소장은 “미국은 2.13합의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이행하기로 체결했고 이대로라면 검증문제는 마지막 3~4단계에서 평화체제와 함께 논의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기존협정을 위반하고 느닷없이 끼워넣기로 양파껍질 벗기기 행위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합의에 따른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군사회담과 평화체제 논의를 촉진시키고 이런 협정방기를 미국이 할 수 없도록 묶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강 소장은 이러한 성과의 원동력을 “북의 핵실험”이라고 분석, “이는 미국의 정책전환을 가져왔고 이제 북의 위상은 평화체제나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승됐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북이 보유하고 있는 4~6개의 핵무기 폐기와 한반도 전쟁위협의 장본인인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문제를 연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발제자들이 북한의 외교전략을 ‘벼랑 끝 전술’로 평가한 데 대해서도 “협정원칙 지키기 전술로 보는 게 합당하다”며 “오히려 미국의 전술은 ‘협정위배(무시) 끼워넣기 전술’, ‘강온 양면으로 양파껍질 벗기기 전술”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에 긍정성을 부여했다. 그는 “8월11일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명단 삭제’가 되었다면 북핵문제가 해결방향으로 좀 더 진전될 수도 있었을 텐데 레임덕이 된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두 달의 우여곡절 과정을 연출한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편입되고 북.미관계 정상화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홍 연구원은 향후 북한은 엄청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북한은 그토록 원했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나 그로부터의 차관도입을 위해 북한 내부사정의 투명한 공개와 투자여건 조성을 위한 실제적인 개혁 개방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체제와 정권의 기저를 뒤흔들 것이라는 것.

홍 연구원은 한국 정부 또한 남북관계 정체와 대미의존 심화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미국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게 방북 전에 ‘명단 잠정 삭제’를 권고했더라면 남북관계 정상화와 우리 외교의 자주성을 얻을 수 있었는데 기회를 흘려버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야말로 남북관계 국면전환의 적기”임을 주장했다. 한국정부가 대북정책을 북핵 상황과 연계시켜 왔지만 이제 북한이 불능화와 검증체계 수립으로 복귀한 만큼 대북정책을 적극화할 상당한 명분을 확보했고 어려운 경제여건도 남북관계 정상화와 호혜적인 경제협력 증진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정부가 유연한 전략적 사고와 의지만 갖춘다면 대북정책에서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할 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명실 공히 실용주의로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함으로써 북핵문제의 진전여부나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여부 모두를 대비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실용주의는 대북정책의 기준을 북한이 아닌 우리의 국익에 두는 데 있으며 우리의 안보환경 개선과 경제안전 보장,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한 호혜적인 경제협력 진흥 등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비핵화 프로세스로 북미 관계는 정상화로 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고위급 직접대화를 내건 미국 오바마 후보가 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오바마의 당선가능성이 높고 미 민주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라는 점을 들어 “외교대표부의 평양~ 워싱턴 간 교환설치는 물론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4차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도 재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의 갈등의 골이 심각한 수위에 달해 있음을 언급하며 남북한 양측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비방을 중단할 것과 금강산관광 재개 노력, 남북이산가족상봉 실시 및 대북인도적 지원, 실무자 간의 남북접촉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토론에 참여한 심재환 민변 통일위원장과 장영권 평화통일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이명박 정부하에서 남북관계는 전면적으로 후퇴했고 시민사회차원에서도 일부 보수단체의 주도로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 단계를 남북관계의 엄중한 분기점으로 한반도의 항구평화와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것”을 촉구했다. 장영권 위원장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한반도 평화공동체 건설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성, 각각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민희 기자 bravo1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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