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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졸지에 만화방(?) 된 사연

[이슈재추적] 청와대 도서관에 만화책? "이건 아니잖아~"

이보배 기자 | 기사입력 2008/11/14 [21:11]
청와대가 졸지에 만화방으로 전락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가 구입한 도서 가운데 만화책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31일 대통령실에 대한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 화재가 됐다. 양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일본 만화 <미스터초밥왕>, <신의 물방울>, <바벨 2세> 전권을 구입했다. 또 만화, 드라마, 스릴러 등 장르를 불문, 다수의 영화 dvd를 구입하기도 했다. 정치나 정책과는 무관한 만화책과 영화 dvd 구입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만화방 영화관이 따로 없네"  청와대가 다수의 일본만화책과 외국 영화 dvd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이명박 대통령 부임 이후, 만화책, 영화 dvd 구입 부쩍 늘어
소설책과 사법시험용 문제집, 국방부 지정 불온도서도 구입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31일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서 “대통령실에서 제출한 ‘구입도서 목록’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가 만화방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전문서적이 아닌 만화, 영화 dvd 등을 다수 구매했다”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청와대가 만화방으로 둔갑?
 
양승조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식객>, <그대를 사랑합니다>, <미스터 초밥왕>, <신의 물방울> 등 54권의 만화책을 구입했다. 그 중에서도 양 의원이 문제삼는 부분은 청와대 구입 만화책 가운데 유독 일본 만화책이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 청와대의 도서구입 목록을 살펴보면 54권의 만화책 가운데 일본 만화책은 총 37권으로, 아기 타다시가 와인을 소재로 그린 <신의 물방울>, 다이스케 테라사와가 음식을 소재로 그린 <미스터 초밥왕>,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공상과학만화 <바벨 2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청와대의 만화책 구입이 문제되는 또 한가지 이유는 만화책 구입 시기에 있다. 도서구입 목록을 보면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3월과 4월에는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고우영 작가의 <삼국지>나 허영만 작가의 <식객>을 구입했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5월부터 7월, 일본만화책이 집중적으로 구입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

또 양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만화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 dvd를 구입했고, 소설책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의 저서 다수를 구입하는데 국민의 혈세를 사용했다.

이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일독을 권유해 유명해진 배기찬 전 청와대 동북아비서관의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등 정책개발에 참고가 될만한 책도 있었지만 소프트한 읽을거리와 흥미 위주의 자료가 대부분이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소설책 이외에 재테크·자기계발 서적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록에는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이나 고독성의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두 번째 이야기>,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시리즈, 이창원의 <연봉 2억! 이대로만 하면 된다>, 현영의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자서전인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신화는 없다> 등 총 8권도 함께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의원 측근은 “청와대 도서관에 10~20% 정도의 만화책과 소설책이 비치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과거에는 국정에 도움 되는 내용의 서적을 구입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도서 구입이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것일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만화보다 질리면 영화 관람도?
 
그런가 하면 청와대는 도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7편, 미국영화 26편 등 총 38편의 영화 dvd도 함께 구입했다.

이에 대해 양 의원측은 “만화, 액션, 스릴러, sf 판타지 등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종류의 영화 dvd를 구입했다”면서 “청와대 근무자 중 누군가가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실제 청와대가 구입한 영화 dvd는 ‘인디아나존스’, ‘점퍼’,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본 얼티메이텀’ 등 미국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양 의원측근에 따르면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청와대 측에서는 “기술직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구입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구매한 것이지만 국내 작가보다는 일본 작가의 작품을, 국내영화 보다는 외국영화를 구매했다”면서 “도서목록 선정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정길 대통령 실장은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앞으로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새정부 출범 이후 10월20일까지 구매한 책과 dvd는 총 1003종에 이르며 1277만원이 여기에 사용됐다.

한편 양 의원은 “청와대 특정인이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도서목록을 구입한 흔적도 있다”고 말했다.

구입 도서 목록 중 <상법사례연습 상·하>가 있는데 이는 연습문제집 형태의 서적이기 때문에 누군가 총 37권의 사법고시 목록의 도서를 개인적 용도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최근 국방부가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노엄 촘스키의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도 구입 도서 목록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11월3일 국방부는 불온서적으로 금서로 지정하고 있는 도서를 청와대에서 구입했다면서 논평을 발표했다.

김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애초에 국방부가 케임브리지대학의 교수인 장하준 교수나 세계적 석학인 촘스키의 저작을 금서에 포함시킨 자체가 세계적 웃음거리”라면서 “국방부와 청와대의 기준이 따로따로라는 것을 보여준 이번 도서구입 목록 발표는 또 한번 쓴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어설프게 진행된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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