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8일 성균관의대 기억장애클리닉 나덕렬·서상원 교수팀이 귀에 솔깃할 만한 보도 자료를 냈다. 보도 자료이기보단 자그만 임상 연구 논문에 가까웠다. 이 자료에는 패치형 멀미약이 일시적인 뇌졸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부터. 이 자료가 언론을 타고 재가공 되기 시작한 것. 일부 언론에서는 국내 명문제약의 패치형 멀미약인 ‘키미테’를 직접 지목하며 이른바 ‘키미테, 일시적 치매 유발 논란’으로 재가공 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보도 자료를 낸 성균관의대 서상원 교수와 명문제약에 확인한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번 일은 성급한 언론 보도에 따른 ‘해프닝’에 가깝다. 이것이 어찌된 사연인지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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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대 연구팀, 패치형 멀미약 ‘일시적 치매 유발’ 가능성 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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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기억장애클리닉 나덕렬·서상원 교수팀은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한 결과, 붙이는 패치형 멀미약이 일시적 치매증상을 야기한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노인병학 유명저널인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에 게재됐다.
나덕렬 교수팀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서울병원 기억장애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중 귀 뒤에 패치형 멀미약을 붙인 후 이상행동을 보인 7명 환자들의 증상에 대해 조사했다는 것.
평균연령은 72세였고, 모두 여성이었다. 이들은 과거에 한번도 기억 및 인지장애로 인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멀미약을 붙인후 평균 11.7시간 후에 ▲정신혼동, 불면증, 불안증, 방향감각상실, 착시, 행동반복, 보행장애, 언어장애, 망상, 어지럼,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이러한 증상들은 ▲평균 이틀 동안 지속됐다. 패치를 제거한 후에는 수시간 내 증상이 사라졌으나 두개의 패치를 사용했던 환자는 패치를 제거한 후에도 증상이 이틀간 지속된 경우도 있었다.
나덕렬 교수팀은 이러한 일시적 치매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패치형 멀미약에 포함된 스코폴라민이라는 약제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스코폴라민은 주의력과 학습에 관련된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데, 보통 하나의 패치에는 스코폴라민이 1.5mg 함량돼 있다.
조사결과 7명중 4명은 비행기, 2명은 고속버스, 1명은 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패치형 멀미약을 붙인 후 일시적 치매증상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나 주로 비행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많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논문이 발표되자 전국적으로 많은 신경과 의사들이 비슷한 환자를 본 경험이 있다고 말해 생각보다 환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서상원 교수는 “붙이는 멀미약이 여행 중에 일시적 치매증상을 일으키는 만큼 노년 여성들은 멀미약 선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자세한 검사 결과 이들은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추적관찰이 필요할 것”이라며 연구의의를 밝혔다. 또한 비행기내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노인분들은 귀 뒤에 패치 멀미약을 붙이고 있는지 확인하여 즉각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뜻 봐도 패치형 멀미약이 일시적인 치매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긴다.
그래서 기자는 이것이 사실인지부터 연구를 담당한 성균관의대 서상원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지난 11월28일 서 교수는 “사실 기사를 보고 놀랐다”면서 “우리 연구에서나 보도 자료에 특정 제약사의 제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기사화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에 대해 서 교수는 “우리가 이번에 실험한 대상자들은 고령의 나이였고 당시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있었다”며 “그런데 관심을 끈 부분은 이런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여행 중에 패치형 멀미약을 붙인 사람들이 많아 이를 주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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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교수 “특정 업제약사 명시한 바 없지만, 스코폴라민 주의” |
하지만 서 교수도 당시 실험자들이 붙인 패치형 멀미약이 국내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험자들 중에 외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어 이 사람들이 외국 여행 중에 패치형 멀미약을 붙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패치형 멀미약에 들어있는 스코폴라민이라는 성분이 고령인 이들에게 일시적인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일부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실제로 패치형 멀미약에 들어있는 스코폴라민이라는 성분은 기억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패치형 멀미약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날벼락을 맞은 명문제약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일부 언론사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월28일 명문제약 관계자는 “실제 스코폴라민 성분에 대해 멀미약의 사용설명서에 정확히 명시돼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논문의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했다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실험대상자들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과 1일 사용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모호해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사들이 자신들을 지목해 엉뚱하게 피해만 보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처럼 이번 ‘명문제약 패치형 멀미약 일시적 치매 유발 논란’은 해프닝에 가깝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 서상원 교수도 특정 제약사 제품을 언급하지도 않았고, 국내 제품이라는 ‘선’도 긋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국내 제품인 것인지 국외 제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사들의 발 빠른(?) ‘특정 제약사 표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취재 / 박종준 기자 119@break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