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출신 프리랜서 통역사로 속이고 의도적으로 접근 돈 뜯어내
의심 덜기 위해 복지시설에 먹을거리 기증 등 지능적으로 상대 속여
|
춘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진상훈 판사가 지난 11월21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아무개(여?29)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것. 어떻게 된 일일까.
사기도 돈버는 기술?
지난 2007년 8월, 정씨는 춘천에서 펜션사업을 하고 있던 서아무개(45)를 우연히 알게 됐다. 정씨는 서씨가 사업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서씨에게 접근했다.
정씨는 먼저 자신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가 출신의 프리랜서 통역사'라고 소개해 환심을 샀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에 재력까지 겸비한 전문직 여성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서씨도 싫지 않았다. 게다가 의도적인 접근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사교성은 서씨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정씨는 이런 서씨의 흔들림을 읽고 적극적으로 교제를 주도했다. 16년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보자고 제안한 것.
서씨 또한 싫지 않았다. 결국 서씨는 정씨의 의도적인 접근인 것을 모른 채 사랑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정씨는 생각보다 빨리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시작했다.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상 필요하다며 서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정씨는 2007년 8월27일께 서씨에게 "통역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춘천에서 사업상 접대를 하기 위해 바(bar)를 운영하려고 한다"면서 "현재 돈이 묶여 있으니 돈을 빌려주면 금방 갚겠다"고 말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의 부탁을 받은 서씨는 그날 바로 차용금 명목으로 960만원을 빌려줬고 정씨는 그 뒤로도 "바(bar)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올해 1월까지 80여 차례에 걸쳐 총 5억1400만원 상당의 거액을 뜯어냈다.
같은 해 9월 정씨는 서씨에게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서씨의 집에서 데이트를 즐긴 뒤 "신용카드를 빌려주면 그 사용대금은 내가 갚겠다"고 한 것. 서씨는 신용카드를 빌려주는 대신 사용대금은 정씨가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에 선뜻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정씨는 이렇게 빌린 서씨의 신용카드 5장으로 국내 유명 호텔에서 머물고 항공편을 이용해 국내외를 오가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또 접대비 등 프리랜서 통역사의 사업 명목으로 9600여만원의 비용을 사용했다. 물론 서씨의 신용카드 사용대금은 끝내 처리하지 않았다.
정씨의 혼인빙자 사기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정씨는 자신이 돈 많은 재벌이라는 점을 과시하고 서씨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춘천시 칠전동에 위치한 통닭집에 "통닭을 납품하면 그 대금을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통닭 100마리를 주문한 뒤 양로원 등의 복지시설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력 과시용 자선에 사용된 비용은 2개월간 2400여만원에 이르고 정씨에게 사기를 당한 통닭집 업주 이아무개(31)는 정씨에게 동전 한푼 받지 못했다.
사랑에 속아 눈물만…
|
그동안 정씨에게 빌려줬던 비용은 물론, 정씨가 사용한 자선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된 서씨가 정씨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
결국 서씨는 정씨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난 6월 정씨를 고소하면서 10여 개월에 걸친 정씨의 사기행각은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정씨의 사기행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6년 나이차이가 나는 서씨를 떡 주무르듯 주물러 5억원이 넘는 금액을 뜯어낸 정씨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혼인빙자 사기행각은 꼬리가 잡혔지만 수사기관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사기행각을 시작한 것.
서씨의 고소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 정씨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중국은행 명의의 예금통장에 5975위엔(한화 약 90억원)이 있는 것처럼 통장을 위조해 서씨와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서씨가 수사기관에 자신을 고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6월13일 중국 심천으로 향했다. 정씨는 자신이 머물던 중국 심천 모 호텔 객실에서 성명불상인 조선족 여행가이드에게 "한국 돈으로 90억원 정도가 들어 있는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에 응한 여행가이드는 6월12일자로 현금 155위엔과 약 6000위엔이 기재된 내용의 중국은행 에금통장 1부를 만들어 정씨에게 전했다.
가짜 통장을 만들어 사문서를 위조한 정씨는 지난 9월26일 어머니 장아무개를 통해 이를 춘천지법에 제출했다.
이에 춘천지법 형사1단독 진상훈 판사는 지난 11월21일 정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미혼이고 재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 피해자와 사귀면서 수십 차례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금품을 편취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을 기망할 목적으로 예금통장 사문서를 위조하는 등 범행 수법이 불량한 점, 편취금액이 크고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해 실형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피고인의 연령과 환경 등 사건 공판절차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해 그 형기를 정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