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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건설, 막무가내 유치권 행사 “돈 내고 들어와”

제보취재 / 부동산 폭락시대 그늘, 부촌도 예외 없다!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9/01/07 [11:00]
▲ 서울의 유명부촌도 부동산 폭락시대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사진은 국내의 한 고급 주택가 이미지로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건의내막>은 지난 10월 발행된 541호에서 "충격보고-부동산 불패신화 붕괴 시작됐나?"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담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라는 책과 <한국판 서브프라임 "안심할 수 없다">는 제목의 이광재 민주당 의원 정책보고서를 소개한 기사였다.

실제 2008년 한 해 동안 부동산이 폭락을 거듭하고 신축 아파트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 심화되었고, 부동산 가격 하락은 건설사와 금융권의 부도·퇴출 위기로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출범한 대주단 협약(우량 건설사들을 상대로 한 1년간 채무상환 유예 프로그램)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대주단 가입 건설업체도 신용평가 결과 d등급을 받으면 유동성 지원 중단" 발언으로 유명무실화된 것이 결정타가 되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전국의 공사 현장에서 건설사 부도와 공사 중단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건의내막>에 접수된 제보는 서울의 유명 부촌도 부동산 폭락 시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재벌그룹 회장들이 다수 모여 사는 부촌으로 유명한 서울의 ○○동에 한 건설사가 지은 고급빌라가 준공 직후 시공사인 b건설의 '유치권' 행사로 집주인들의 출입이 봉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상가 분양대금으론 공사비 충당 어려울 것 같아…
대형 건설사·부촌 ○○동 고급빌라 “같이 죽자?!”

 

지난해 12월 초, 서울 ○○동에 있는 a아파트 앞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전날 구청의 준공(건축물 사용승인)이 떨어져 집을 구경하러 온 아파트 조합원들과 입구에서 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선 b건설 용역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었다.

b건설이 a아파트의 공사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며, 집을 구경하려면 미납 공사비를 일괄 변제해야 한다고 '유치권'을 행사한 것으로, ○○동이 서울의 유명한 부촌이고, a아파트가 세대 당 20억∼30억원대를 오가는 소단위 고급빌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유치권(留置權)'이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의 점유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한 채권(예: 수선대금채권, 공사비 등)의 전부를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을 유치하여 채무자의 변제를 심리적으로 강제하는 민법의 법정 담보물권을 뜻한다.

a아파트 조합원들이 b건설의 유치권 행사에 대해 보인 첫 번째 반응은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준공 전날까지만 해도 미납 공사비를 한꺼번에 당장 지급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파트는 보여줘야 공사비를 지급하든 말든 할 것 아니냐는 조합원들의 항의에 b건설이 내놓은 대답은 "들여보내 줬다가 드러눕고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동안 b건설이 진행했던 공사 현장 중에 공사비가 미납된 상태에서 조합원들에게 집을 보여줬다가 그런 낭패를 당한 일이 수 차례 있었다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조합원들은 입주할 준비도 아직 되어있지 않은 아파트에 주저앉아서 버틸 수준의 사람들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b건설의 시각에 분개했다.
 
조합원들이 더욱 경악한 것은 b설이 조합원 출입을 막으면서 건물 외벽 여러 군데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안내문' 때문.

"본 건물은 당사의 미수공사비채권 확보를 위해 지급 시까지 이 건물을 당사가 점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누구든 본 건물에 대해 점유 침탈을 할 시, 민·형사상의 제재를 가할 것입니다. 아울러 입주예정자 및 이해 관계자들께서는 조합에서 당사에 미수공사비채권 전부를 지급하기 전까지는 입주 및 방문이 절대 불가하오니 이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인 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공사비는 일반 분양대금과 상가분양비로 충당하는 것이 관례인데, a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이 모두 완료된 상태였고, 상가분양까지 마무리되면 공사비 지급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안 그래도 부동산 시장이 썰렁한 가운데 a아파트가 문제 있는 물건으로 소문이 나면서 상가분양이 계획대로 안 되면 오히려 공사비 지급이 어려워지게 될 수도 있어 "같이 죽자는 이야기냐"는 것이 조합원들의 생각이었다.

조합원들의 항의가 거세어지자 b건설은 임대 희망자와 부동산 중개인들에게는 방문을 허용하겠다고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과 실제 집소유자들에 대해서는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합 관계자는 "대기업인 b건설의 브랜드를 보고 공사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요즘 건설업계가 많이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무리한 행동을 벌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 것인지 b건설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b건설은 최근 6개월 동안 조합 운영비와 사무실 임대료 지급 등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고, 인허가 관련해서도 조합이 거의 모든 업무를 직접 해결해온 상황이다. 책임은 다하지 않고 돈만 받으려는 태도에 정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a아파트 조합 및 조합원들의 격앙된 반응에 대한 b건설의 1차 입장은 "상가분양 여부는 b건설과 무관하고 우리는 아파트 공사비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12월11일 기자가 방문한 b건설 사무실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면서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게 됨에 따라 전 직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는 것.

그동안 a아파트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는 b건설의 y팀장은 a아파트에 대한 유치권 행사 배경은 조합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누적되어온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팀장은 "a아파트 공사에서 아직까지 받지 못한 돈이 179억원에 달한다"며, "회사 내부에서는 이 사업 때문에 2차례의 감사가 진행되었고 담당자 한 명이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착공한 a아파트의 당초 준공예정은 2008년 3월이었는데, 몇 차례의 설계변경이 이어지면서 9개월 가량 공기가 지연됐고, 그 과정에서 조합이 은행에서 대출 받은 공사비를 b건설에는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기예금계좌에 넣어 붙잡고 있었다고 한다.

공기가 지연되는 사이에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인근 아파트 및 상가 가격도 하락하면서 상가를 다 팔아도 도급금액 전체를 충당하기에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유치권 행사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y팀장은 "a아파트의 채권 1순위는 은행, 2순위는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어서 b건설은 3순위 밖에 되지 않는다. 요즘 부동산 경매 물건들이 감정가의 절반에 낙찰되는 곳도 나오는 상황에서 미납 공사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유치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b건설의 '공사비 미납' 주장에 대해 조합 측은 "은행에서 대출금이 나올 때 b건설 쪽에 가져가라고 이야기했지만 b건설은 대출 이자를 맡기 싫다는 이유로 가져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a아파트 조합과 b건설 사이에 벌어진 분쟁은 갑작스럽게 갈등이 해소되면서 ○○동 고급빌라 유치권 소동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기자가 b건설을 방문 취재하고 며칠 뒤 a아파트 조합장과 b건설 임원이 만나 타결점을 찾았다는 소식. 내막은 알 수 없다.

주간 <사건의내막> 552호 취재/김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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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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