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장한동 개잡놈 이야기 외 1 편 장한동 시장통 삼일상회 주인 장씨는 사십 후반의 홀아비다. 언제 보아도 꾀죄죄하고 남의 눈에 보이는 겉옷 안 갈아 입는 것으로 보아 속옷은 일년에 한 두어번 갈아 입는지도 모를 일이다. 장씨가 어찌나 안 씼는 바람에 마누라가 도망 갔다는데 그 말이 맞지 싶다. 장씨네 가게에는 아주 영리한 새까만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눈알이 땡그랗고 몸집이 딱 바라진 잘생긴 숫놈인데 그 복잡한 시장통 인파와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여기 저기 잘 돌아다니면서 혼자서도 잘 논다. 나는 장씨네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허리를 굽히고 깜둥이가 묶여 있나하고 좌판 밑을 살펴보곤 한다. 어쩌나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반갑다고 껍죽대며 멍멍멍 아는체를 한다. 출근길에도 깜둥이 잘 있는지 살펴보고 퇴근길에도 살펴보면 어떤 때는 어디를 마실 갔는지 안 보일 때도 있다. 깜둥이가 어떤 날은 내 연구실이 있는 동경호텔 근처까지 놀려와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장씨 말로는 소방서 근처까지도 마실을 간다고 한다. 어느날 장한 시장통에 빈 박스 주워서 용돈을 버는 최노인이 깜둥이를 보고 이렇게 불렀다. --흰둥아! 이리 와라! 나중에 알고보니 깜둥이는 깜둥이가 아니라 흰둥이었다. 홀아비 장씨가 도무지 씼겨주지 않아서 검둥이가 된 것이었다. 내가 최노인에게 장씨가 너무했다고 하니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자기 몸도 안 씼는 인간이 강아지를 어찌 씼겨준단가? 그뒤부터 나는 흰둥이라 불렀다. 나는 장씨 몰레 흰둥이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씻겨주고 싶어서 쏘세지를 들고 흰둥이를 유인해도 고 영리한 흰둥이는 절대로 내 수법에 걸려들지 않았다. 나는 장씨와 친해져서 흰둥이 좀 씻겨주라고 해야지 하고 단골가게를 장씨네 삼일상회로 바꾸었다. 어느 날 장씨가 흰둥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 정말 독한 놈이예유. 어제 아침에 오토바이 실어서 저어기 성민초등학교 운동장에 내다 버렸는데 저녁에 여기를 찾아왔다니까유. 그말을 듣는 순간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 말도 못하고 장씨를 쳐다보았다. 이 인간이야 말로 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개를 잡는 순 개잡놈이구나 싶었다. 그 얼마 뒤에 흰둥이가 보이지 않아서 장씨에게 물었더니 동네 아는 아이에게 키우라고 줘버렸다고 하였다. --그 개새끼가 없으니 속이 다 후련하다! 그런데 이튿날 출근 길에 뜻밖에 흰둥이가 보여서 장씨에게 영문을 물었더니 간밤에 도망을 왔다고 하면서 말했다. --정말 독한 놈이유. 장씨야 말로 독한 개잡놈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줄도 모르고 흰둥이는 개잡놈 말을 잘 들었고 그놈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나는 흰둥이를 볼때마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다면 씻는게 문제가 아니다! 그 개잡놈 장씨가 언제 내다 버릴지 아니면 개장수에게 팔아버릴지 생사가 달린 판에 그까짓 검둥이면 어떻고 흰둥이면 어떤가! 그 소리 들은 뒤부터 흰둥이 생사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장한동 내 연구실에서 책을 보다가도 불쑥 장씨네로 가서 냉장고에 가득찬 게 과일인데 사과 몇개를 억지로 사면서 과일 좌판 밑을 살펴보곤 했다. 흰둥이는 개잡놈 장씨 속내도 세상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기라도 하면 그 순간은 안심이 되었다. 냉장고 여기 저기에까지 과일이 넘쳐나갈 어느날 출근길에 장씨 가게 앞을 지나는데 아직 가게를 열지 않아서 흰둥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가게쪽을 향해 검둥아하고 부를까 흰둥아 하고 부를까 하다가 검둥아하고 불렀다. 시장통 사람들이 다 검둥이라고 부르니까 걔는 자기 이름이 검둥인 줄 알지 싶었다. --검둥아! --검둥아! 다른 날 같으면 가게 앞을 막아놓은 천막 뒤에서 멍!멍!멍! 반가이 대답을 했는데, 이날따라 대답이 없었다. 헛걸음 하고 점심 때 다시 장씨 가게로 가서 좌판 밑을 살펴 보았다. 흰둥이가 보이지 않아서 장씨에게 물었더니 누우런 이빨을 드러내며 헛웃음을 실실 치면서 그 개잡놈이 말했다. --어제 오토바이에 실어서 군자교 건너, 어린이 대공원 후문 까지 가서 골목에 버렸어요. 이제는 그 독한놈이 여기를 다시 못 찾아올 거예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개잡놈을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저런 개잡놈은 당장 잡아다가 발가벗겨 곤장 100대 치고 구류 100날 살리고 벌금 한 천만원 물리고 보호관찰 한 2년 해야 하고 장씨네 간판을 바꾸어 달게 해야 한다. "원조개잡놈상회" --------------- (시) 인사동 개잡년 이야기 오늘 출근길 인사동 골목에 멀쩡한 여자가 개를 몰고가고 있었다. 덩치가 진도개만한데 털이 북실북실한 것으로 보아 조선개가 아니라 물 건너 온 개 같았다. 그 여자 제 좋아라고 털을 너무 길러서 개의 눈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몸의 털 기른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래도 눈 앞은 보이게 해줘야지! 아니, 아무리 말 못하는 개라지만 아무리 개를 좋아한다지만 눈 앞은 보이게 털을 깎아주든지 눈을 가리는 털은 위로 올려 리봉으로 매든지 해서 눈앞은 보이게 해줘야지! 매일 먹이고, 씻기고 ,털 빗겨주고 좋아 죽고 못사는 자기 개가 앞이 안보여서 얼마나 답답한지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는 이런 등신같은 년이 가령 앞이 안보이는 맹인들이 사는데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하고 고통러운지는 알 턱이 없고 이런 이기적인 년은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장애인의 불편함과 고통을 알 리가 없다! 따지고 보면 이런 년은 결코 개를 사랑하는 년이 아니라 개를 잡는 년 즉 개잡년이다. 털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 개가 그 복잡한 인사동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얼마나 답답할 것이며, 평소에도 얼마나 답답하며 앞으로 그 개잡년하고 살아가는데 얼마나 불편할까를 상상하니 그 개가 너무 불쌍해서 내가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이 엉망이었다. 머리카락 한 두올만 눈 앞을 가려도 불편하고 짜증나는데 그 개잡년 제 머리털 풀어헤쳐 앞이 하나도 안 보이게 해서 길거리에 끌고 다니면 그년은 앞이 안보여 답답하여 미치겠다고 온갖 지랄발광을 다 할 것이다. 그 개잡년을 동물학대죄로 일단 구속 기소하고 그년 남편이나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은 동물학대 방조죄로 다 잡아다가 곤장 50대씩 때려주고 구류 열흘씩 살리고 벌금 100만원씩 물려야 한다. 그리고 그년은 발가벗겨 개 쇠사슬에 두손 뒤로 묶어 제 머리 앞으로 풀어헤쳐서 앞이 하나도 안 보이게 해서 인사동이나 압구정동 아니면 잠실 새마을 시장통에 아침 져녁 마다 끌고 다녀서 눈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게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나고 열받는 일인지 벼락맞은 듯이 알게 해주어 자기가 개에게 얼마나 못할 짓 했는지를 뒤늦게 라도 뉘우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년 말고도 그년 못지 않게 동물을 학대하는 딴 개잡년들과 그 가족들과 그 이웃들이 그 꼴을 보고 정신 차려서 동물 학대와 동물학대 방조를 못하게 해야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를 열받게 하는 그 개잡년! (www.songhy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