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길선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
작년 2023년 12월 17일 세르비아에서 조기 총선이 열렸다. 이 선거는 지방의회 선거와 베오그라드 시의회 선거도 한꺼번에 열린다. 본래 세르비아 총선이라 불리는 국민의회 선거(Парламентарни избори у Србији)는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 국회의원 250명을 선출하는 전면 비례 대표제 선거를 시행하고 있다. 그로 인한 봉쇄조항의 기준은 3%이며 소수 민족 정당은 봉쇄조항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평균적으로 전체 의석의 6~8%에 해당하는 15~20석 정도가 소수민족 정당의 몫으로 돌아가도록 2008년에 개정된 세르비아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우선 세르비아 국민의회 선거에 참여하려는 정당들은 유권자 10,000명(소수민족 정당은 5,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2023년 11월 26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유고슬라비아가 붕괴된 이후, 한 번도 바뀐적은 없다. 참고로 현재 세르비아 집권 정당은 세르비아 진보당(Српска напредна странка)이라는 정당이다. 언뜻 보면 진보 스펙트럼을 갖춘 것으로 보여지지만 사실 이 정당은 세르비아의 보수 우파 정당이다.
선거 이전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 참여하는 SNS 연합, 세르비아 사회당, 친정부 소수민족 정당들의 지지율 합이 50.6%로 나타났었다. 이는 폭력에 맞서는 세르비아(Србија против насиља) 제1 야당과 중도 야당 지지층 36.7%, 반정부 우익 정당 12.7%에 비해 크게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현 여당인 세르비아 진보당 정권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세르비아 진보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2022년 총선 때는 진보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하여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했었다. 당시 부치치 대통령은 가장 높은 득표율에 대선에 당선되어 지지율은 높아졌지만 이번에도 여당인 진보당이 과반에 실패한다고 하면 자신의 지지율에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에 진보당을 밀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블라디슬라브 리브니카르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과 믈라데노바츠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세르비아 내 치안 문제가 거론되었고 그로 인해 7월, 세르비아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홍역을 치뤘다. 진보당과 부치치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그나마 부치치 대통령이 인기가 있을 때 선택한 것이 조기총선이라는 카드였다. 예정대로라면 2026년에 치뤄졌어야 할 선거였던 것을 무려 2년 여를 앞당긴 것이다.
세르비아 진보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친정부 유권자를 조금 잃더라도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 하에 극좌 스펙트럼을 가진 세르비아 사회당(Социјалистичка партија Србије)의 이비차 다치치(Ивица Дачић)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선거운동을 했고, 그 결과 세르비아 사회당의 유권자들의 득표를 가져오는데 성공하면서 이전 선거와 달리 단독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선거 2일 뒤인 12월 19일 세르비아 선관위는 부정선거의 의혹이 있다며 31개의 투표함 결과를 무효화하고 12월 30일에 재선거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보이보디나 지방의 5곳, 서부 세르비아 및 슈마디아 10곳, 동남부 세르비아 16곳으로, 정작 야권에서 문제 삼은 베오그라드 지역의 투표소는 단 한 곳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보이보디나 지방의 경우, 세르비아에게서 독립을 노리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민족주의 정당 득표율이 높고, 서부 세르비아 및 슈마디아 지역은 크로아티아계가 많이 거주하고 있어 부치치 정권에 대한 반발이 심한 곳이었다. 동남부 세르비아 지역은 코소보라는 국가적 특수한 성향인 곳과 인접했기에 알바니아계들이 주로 거주한다. 당연히 부치치와 진보당을 곱게 볼리가 없는 지역들이다.
사실 부치치와 진보당은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밀로세비치 대통령을 따르는 극우파 정당 세르비아 급진당(Српска радикална странка) 내에서 이전 대통령인 토미슬라프 니콜리치(Томислав Николић), 현 대통령 부치치 등 친유럽주의 성향의 중도온건파들이 탈당해서 만든 정당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성향은 밀로세비치와 급진당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으며 중도온건파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세르비아 민족주의와 친러시아의 행보를 보여왔다. 따라서 앞 단락의 보이보디나 지방, 서부 세르비아 및 슈마디아 지역, 동남부 세르비아 지역들이 세르비아 현 정권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르비아 선관위가 이후 6개, 4개 투표함의 결과를 추가로 무효화하고 12월 30일에 총 41개 투표소에 대해 재선거를 실시를 공표하며 12월 31일 오후 12시에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진보당과 부치치는 당연히 여기에 반발했고 러시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과 집단 서방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재기했다. 이러한 의혹 재기는 EU와 미국 등 집단 서방에서 부치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제2의 밀로세비치가 될 것이라는 선전전도 뿌리고 있는 실정이라 매우 타당한 재기라 볼 수 있다.
결국 12월 31일에 치뤄진 재선거는 8개 선거구 개표 결과를 반영해 집권당인 세르비아 진보당이 의회 의석 130석을 차지했고 다시 과반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진보당의 승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야당은 이 선거가 부정선거라며 무효라 주장했다. 특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내의 세르비아계 지역인 스르브스카 공화국에서 약 4만여 명의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들이 어딘가에서 대절한 버스, 승합차 등을 타고 베오그라드에 도착해 투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정선거의 의혹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실제로 이는 정황상 의혹일 뿐, 정말로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이에 야당에서는 엉뚱하게도 EU에 독립적으로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는 EU 회원국 국가도 아닌데 왜 하필이면 EU에 국제조사단을 요청했을까? 이 선거에 대해 미국과 집단 서방의 개입에 대한 의혹이 나온 이유라 볼 수 있다. 사실 이 선거에 반발하고 있는 폭력에 맞서는 세르비아(Србија против насиља) 제1 야당은 대표적인 친 EU 리버럴 정당이다. 당 대표 마리니카 테피치(Мариника Тепић) 또한 보이보디나 지역의 루마니아 혈통 출신이다.
루마니아는 공산 체제가 붕괴된 이후, 폴란드와 더불어 대표적인 친 EU국가 중 하나다. 폭력에 맞서는 세르비아(Србија против насиља) 제1 야당 당 대표인 마리니카 테피치(Мариника Тепић)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1995년 베오그라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2008년 보이보디나 사회민주당 연맹(LSV)에 가입하면서 정치계에 뛰어들었다. 2013년 보이보디나 지역에 성교육 수업 도입을 감독했는데 세르비아 민주당(Demokratska stranka Srbije, DSS)은 그녀가 성교육 수업 도입 과정에서 동성애를 조장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녀를 비판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베오그라드에서 퀴어 축제를 열 당시 그녀가 연사로써 초청되어 수없이 연설했고 인권 및 소수자 권리와 성평등 위원회, 아동 권리 위원회, 행정, 예산, 권한 및 면책 문제 위원회의 부위원장까지 맡았다. 중앙 유럽 이니셔티브(Central European Initiative)의 의회 차원에 대한 세르비아 대표단의 대리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와의 의회 우호 단체 회원으로 활동했기에 러시아 측에서 제시한 집단 서방의 개입 의혹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녀는 폭력에 맞서는 세르비아(Србија против насиља) 정당의 대표라면서 오히려 현 상황에 폭력 시위를 독려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우선 야권은 작년 12월 18일부터 연일 시위를 이어가며 부정선거 의혹을 규탄했다. 여기에 마리니카 테피치(Мариника Тепић) 대표는 이날부터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은 베오그라드에 집결했다. 12월 24일에는 위대가 수도 베오그라드 시의회 창문을 부수고 베오그라드 시의회로 진입하려다가 경찰에 저지당하면서 38명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미등록 유권자의 불법적 동원, 매표 등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그런데 여기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인력 등으로 구성된 국제선거감시단은 투표 매수, 유권자 협박, 투표함 채우기 등 선거가 불공정한 조건에서 치러졌다고 발표까지 했다. 직접적인 조사도 없이 유례가 없는 빠른 시간 안에 이를 부정선거로 규정하여 발표까지 해버린 것이다. EU는 세르비아가 오랜 기간 동안 EU 가입을 요청했음에도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EU 산하의 OSCE가 세르비아 선거 조사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EU 가입을 거부해놓고 EU 형식의 조사를 하겠다니 이는 엄연한 국가 주권를 침해하는 내정간섭이다.
새해 직전까지 시위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 중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친 EU 성향에 속해 있는 단체 프로글라스(Proglas) 소속의 대학생들도 크냐즈 미하일로비치 거리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대는 재선거를 요구하며 세르비아 헌법재판소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마리니카 테피치(Мариника Тепић)는 이후, 이번 선거를 무효화해야 한다며 연설을 했고 연설 후 그녀는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후송되었다. 한편 부치치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전면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대해 "이번 선거는 역대 가장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시위가 워낙 강하다 보니 일부 투표소에서 8일 오늘,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일부 투표소에서 재선거를 한다해도 집권 여당인 진보당의 승리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집단 서방 입장에서도 EU 국가도 아닌 친러시아 국가 세르비아가 현재로는 가장 만만한 상대다. 평소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부치치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이전에 했던 것처럼 또 다른 색깔혁명을 기획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조건들과 분위기도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 세르비아에 또 다른 피바람이 불 것인가? 러시아도 대선이 불과 두 달여 남은 시점에서 세르비아의 이같은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필자/ 정길선.
노바토포스 회원, 역사학자, 고고인류학자, 칼럼니스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유라시아 고고인류학연구소 연구교수

























